[기획] 인간 뇌는 사실 두 개의 서로 다른 기관이 융합된 것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7 06:43
스탠퍼드 연구팀, 전뇌·중뇌와 후뇌가 서로 다른 전구세포에서 유래한다는 사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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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Public domain)

아침에 눈을 뜨면 숨을 쉬고 심장이 뛰는 것과, 어젯밤 꾼 꿈을 떠올리는 것은 모두 하나의 '뇌'가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뇌가 사실은 하나의 씨앗에서 자라난 단일 기관이 아니라, 아주 이른 시기부터 서로 다른 두 개의 '공장'에서 따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부품이 나중에 합쳐진 결과라면 어떨까.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이 주도하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스탠퍼드 홉킨스 해양연구소 등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한 연구팀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척추동물의 뇌가 발생 초기부터 서로 겹치지 않는 두 개의 전구세포(前驅細胞·앞으로 어떤 세포로 자랄지 운명이 정해져 있거나 정해지는 중인,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세포) 무리에서 나란히 시작된다는 사실을 배아의 세포 계통을 하나하나 추적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5년 7월 예비 논문(프리프린트) 형태로 먼저 공개된 뒤 동료심사를 거쳐 2026년 9월 18일 정식 게재됐다. 교신저자는 스탠퍼드대학교 발달생물학과의 카일 M. 로(Kyle M. Loh) 교수이며, 캐롤린 E. 던데스(Carolyn E. Dundes)와 레이얀 T. 조카이(Rayyan T. Jokhai)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그동안 발달생물학계의 통설은 뇌간(腦幹·생명 유지에 필요한 숨쉬기·심장박동·수면 등을 조절하는 뇌의 아래쪽 부위로, 후뇌라고도 부른다)이 전뇌·중뇌(생각·감각·판단 등을 담당하는 뇌의 위쪽·앞쪽 부위)와 같은 발생 경로를 밟다가 나중에 갈라져 나온 '가지'라는 것이었다. 전뇌·중뇌와 후뇌의 경계 지점에서 Otx2와 Gbx2라는 두 유전자가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 자체는 1999~2000년 무렵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이 경계를 '하나로 이어진 전구세포 무리 안의 경계선' 정도로 여겨왔다. 이번 연구가 새로 밝힌 것은 이 경계가 처음부터 서로 다른 두 계통 사이의 경계, 즉 애초에 다른 두 무리의 세포가 나란히 있었다는 점이다.

발생 초기부터 갈라진 두 갈래

연구팀은 마우스 배아를 이용해 원시선(原始線·배아가 몸의 앞뒤·좌우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발생 초기 단계) 시기부터 신경외배엽(神經外胚葉·나중에 신경계로 자라날 배아 바깥층 세포) 세포를 추적했다. 그 결과 Otx2 유전자를 쓰는 '전방' 세포 무리는 전뇌·중뇌로, Gbx2 유전자를 쓰는 '후방' 세포 무리는 후뇌로 자라났으며, 두 무리는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점부터 이미 섞이지 않고 나뉘어 있었다. 두 세포 무리는 유전자 발현뿐 아니라 염색질(染色質·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것을 조절하는 DNA와 단백질의 포장 구조) 구성 자체가 달라, 세포의 운명이 아주 이른 단계에서 이미 고정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패턴을 반삭동물인 도토리벌레부터 제브라피시, 닭, 마카크(원숭이), 마우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물에서 공통으로 확인했다. 도토리벌레는 척추동물과 갈라지기 전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로,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이 '두 갈래 설계'가 약 5억5천만 년 전—공룡(약 2억3천만 년 전 등장)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진화적으로 매우 오래 보존된 설계일 것으로 추정했다.

실험실서 못 만들던 신경세포, 처음 배양

이 원리는 실용적인 성과로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인간 만능줄기세포(萬能幹細胞·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후뇌 중에서도 숨쉬기·심장박동 조절과 관련된 특정 부위(rhombomere 5/6)의 운동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신경세포가 실제로 신경세포답게 작동하는지는 칼슘 이미징, 세포 하나하나의 전기 신호를 재는 패치클램프(patch-clamp),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법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척수성 근위축증(SMA·유전적 원인으로 뇌간·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만 1세 미만 영유아의 유전적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이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주로 40~70대에 진단되는 운동신경세포 질환) 등 뇌간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난치병 연구에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비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과학재단(NSF),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소(CIRM), 척수성근위축증재단,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등 공공·비영리 기금에서 지원받았다.

"뇌가 두 개"는 아니다

다만 연구팀 스스로도 한계를 명시했다. 전방·후방 신경외배엽이 살아있는 생명체 안에서도 실제로 계통이 완전히 고정돼 있는지는 기술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워 아직 확정하지 못한 질문으로 남겨뒀다고 밝혔다. 핵심적인 계통추적 실험은 마우스 배아에서 이뤄졌고, 인간에게 적용한 부분은 살아있는 배아가 아니라 줄기세포를 시험관 안에서 분화시킨 실험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부 과학자·과학저술가들은 이번 연구를 소개하며 널리 퍼진 "뇌가 두 개의 서로 다른 기관"이라는 표현이 결과를 과장한 대중적 프레이밍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뇌·중뇌와 후뇌가 서로 다른 배아세포 무리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발생 초기의 기원이 다르다는 뜻일 뿐, 다 자란 뇌는 하나로 완전히 통합돼 작동하는 기관이라는 사실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세포 무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로 통합된 기관이 되는지는 이번 연구가 설명하는 범위 밖에 있다.

자료: 스탠퍼드 의과대학, 스탠퍼드대학교,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 홉킨스 해양연구소, 국제학술지 Nature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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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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