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운트시나이 PsychAD 컨소시엄, 뇌세포 630만 개 지도로 알츠하이머·파킨슨·조현병 공통 경로 찾아냈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조현병은 증상도 다르고 주로 발병하는 나이도 다르다. 그런데 이 병을 앓은 사람들의 뇌 세포를 하나하나 열어 보면, 서로 다른 동네에서 일어난 정전이 알고 보니 같은 변전소 고장 때문이었던 것과 비슷한 그림이 드러난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산하 PsychAD 컨소시엄이 기증자 1,494명의 뇌에서 얻은 630만 개 이상의 세포핵을 분석해, 서로 다른 뇌질환들이 세포 수준에서 공유하는 경로와 질환마다 따로 갖는 경로를 함께 밝힌 논문 9편을 2026년 9월 23일 네이처 계열 학술지에 한꺼번에 발표했다.
사후 뇌를 어떻게 들여다봤나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직접 열어 세포 하나하나의 활동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연구팀이 쓴 조직은 모두 세상을 떠난 기증자의 뇌였는데, 이 경우 세포를 감싸는 막이 이미 손상돼 있어 세포 전체를 온전히 분리해 분석하기 어렵다. 그래서 연구팀은 손상된 세포막 대신 핵 안에 남아 있는 유전자 활동 기록만 읽어내는 방식인 단일핵 RNA 시퀀싱을 택했다. 분석 대상 부위는 이마 안쪽에 있으면서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 한 곳으로 좁혔다. 이 부위를 알츠하이머병, 미만성 루이소체병,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타우병증, 전두측두엽치매, 조현병, 양극성장애 등 8개 질환군과 정상대조군에 걸쳐 나란히 비교했다. 조직은 마운트시나이 NIH 뇌은행과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산하 인간뇌수집센터, 러시대 알츠하이머병센터의 여러 코호트에서 확보했다.
서로 다른 병이 공유하는 고장과 각자의 고장
분석 결과 mRNA 스플라이싱(유전자 정보를 옮겨 적은 mRNA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필요한 부분을 이어 붙이는 과정)이나 단백질 국소화(만들어진 단백질을 세포 안의 정확한 위치로 보내는 과정)처럼 세포가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기능의 이상은 여러 질환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초 기능 이상을 제외하고 나면, 알츠하이머병·루이소체병·혈관성 치매·파킨슨병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인 시냅스 기능 이상을 두드러지게 공유했다. 반면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와 관련된 유전자들은 뇌가 한창 만들어지는 발달 초기 단계에서 두드러졌고,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나이 들어 늙은 신경교세포(신경세포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뇌세포)에서 두드러졌다. 서로 다른 병명 아래 감춰져 있던 공통의 뿌리와, 병마다 갈라지는 개별 경로가 같은 데이터에서 함께 드러난 셈이다.
뇌의 일생, 세 번의 국면
연구팀은 질환이 없는 정상 기증자 284명의 뇌에서 130만 개 이상의 세포핵을 추가로 분석해 생애주기 연구도 함께 내놓았다. 이 연구는 생후부터 97세까지 뇌가 발달 초기의 급격한 변화기, 중년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기, 60세 이후 다시 활발해지는 재활성기라는 세 국면을 거친다고 제시했다. 특히 60세 이후에는 신경세포가 원래 지니고 있던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 리듬이 흐려지는 대신, 평소 시간 개념과 무관했던 면역세포에서 새로운 스트레스·염증 관련 주기 활동이 나타났다. 뇌가 나이 들며 시계를 아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계를 쥐고 있던 주인이 신경세포에서 면역세포로 바뀌는 모습에 가깝다.
이번 발표에는 개인별로 알츠하이머 관련 세포 상태를 짚어내는 인공지능 분석틀 PASCode, 대규모 단일세포 데이터의 유전자 발현 차이를 분석하는 도구 dreamlet, 세포 구성 변화를 분석하는 도구 crumblr, 세포유형별 유전자 조절지도 등 후속 연구를 위한 도구들도 함께 공개됐다. 데이터와 분석 코드는 AD 지식 포털과 CELLxGENE, Synapse, 깃허브, 제노도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돼 다른 연구자들도 곧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계와 다음 단계
이번 연구는 사후 조직을 한 시점에서 비교해 병의 진행 과정을 거꾸로 재구성한 상관관계 연구다.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질환을 일으킨 원인인지, 아니면 질환이 진행되며 나타난 결과인지는 이 데이터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분석 부위도 배외측 전전두피질 한 곳에 그쳐 뇌 전체의 병리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팀 스스로도 1,494명이라는 규모가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연구 중 가장 크지만 이는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밝히며,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 등의 지원을 받아 향후 기증자 규모를 약 1만 명까지 늘리고, 로봇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매주 1,000개 이상의 약물 후보를 평가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마운트시나이 소속 연구자들이 2026년 7월 별도로 발표한 후속 분석 논문은 PsychAD 코호트 기증자의 약 3분의 2가 유럽계 혈통에 쏠려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9월 23일 발표 자료 자체에 담긴 내용은 아니지만, 앞으로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이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때 특정 인구집단에는 결과가 덜 들어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주목할 만한 지적이다. 이번 발표를 둘러싼 독립적인 제3자 학자의 공개적인 반론이나 재현 실패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PsychAD 컨소시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