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탠퍼드 연구진, 기계 공진기에서 소리의 양자 점프를 사상 처음 실시간 관측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7 07:11
포논이 1개에서 0개로 순간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 — 물질·빛에 이어 소리에서도 확인된 양자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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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FMN Laboratory·Bauman Moscow State Technical Unive, CC BY 4.0)

소리굽쇠를 한 번 치면 소리는 점점 잦아들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런데 아주 작은 세계로 들어가면 이 '서서히'가 통하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떨림 한 단위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 채 무작위한 시간 동안 그대로 버티다가, 어느 순간 촛불이 훅 꺼지듯 한꺼번에 끊긴다. 스탠퍼드대학교 물리학자들이 바로 이 순간을, 소리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눈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관측한 것은 포논(phonon)이라는 소리의 최소 단위가 '1개'에서 '0개'로 순간 사라지는 양자 점프다. 포논은 원자 하나의 떨림이 아니라, 수많은 원자가 한꺼번에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집단 운동의 단위다. 말하자면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떼창의 박자가 한 박자 툭 줄어드는 순간을 포착한 셈이다.

왜 지금까지 못 봤나

양자 점프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트랩에 가둔 이온에서는 1986년, 빛의 입자인 광자에서는 2007년에 이미 실시간으로 관측된 바 있다. 그러나 물질(이온), 빛(광자)에 이어 소리(포논)에서까지 이 현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소리의 양자 점프를 잡아내기 어려웠던 이유는 신호가 몹시 약하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2025년 봄 초기 데이터를 이미 확보했지만, 신호 대 잡음비가 낮아 연구책임자조차 "점프를 보려면 실눈을 뜨고 봐야 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후 노이즈를 줄이는 기술적 개선을 거친 뒤에야 이번 결과를 공개했다.

어떻게 순간을 붙잡았나

연구팀은 리튬 니오베이트 나노기계 공진기를 초전도 큐빗과 결합했다. 공진기 안에 포논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큐빗의 주파수가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 주파수 변화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공진기의 상태를 파괴하지 않은 채 반복해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런 측정법을 양자 비파괴 측정(QND)이라 부른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한 번의 측정이 포논 개수 정보를 그대로 보존할 확률은 약 99%에 달했다. 이 공진기의 자연 진동 수명은 약 2밀리초에 불과하다.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약 300~400밀리초)보다도 훨씬 짧은 순간이다. 연구팀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 반복 판독을 수행해, 포논이 1개에서 0개로 뚝 떨어지는 순간을 실시간 궤적으로 잡아냈다. 이렇게 얻어 걸러낸(후선택) 측정 궤적은 8,447개에 이른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포논 1개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큐빗 주파수는 328킬로헤르츠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관찰이 대상을 건드린다는 딜레마

연구팀은 이 실험이 완전히 무해한 관찰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큐빗과 상호작용하며 반복해서 조심스럽게 들여다볼수록, 그 관찰 행위 자체가 공진기의 상태를 아주 조금씩 건드려 결과적으로 원래보다 수명이 짧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고 있으면 대상이 조금씩 변한다"는 양자역학의 오래된 딜레마를 이번 실험에서도 확인한 셈이다. 이 연구는 미국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 "Quantum jumps of sound"로 게재됐으며, 스탠퍼드대학교 응용물리학과의 아미르 사파비나이니 부교수가 교신저자를, 타쿠마 마키하라와 에릭 자키엘이 공동 제1저자를 맡았다. 다만 이 연구를 둘러싼 외부 학계의 독립적인 검증이나 반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계 반응이 축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연구 자금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해 미 공군과학연구청, 미 해군연구청, 미 국립과학재단 등 여러 기관이 참여했다.

남은 과제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발판으로 포논 여러 개가 동시에 관여하는 더 복잡한 양자 점프를 관측하고, 여러 개의 기계 공진기를 서로 연결하는 실험을 다음 과제로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술이 초정밀 센서나 양자 오류정정 같은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물질에서 빛으로, 그리고 이제 소리로 — 양자 세계를 이루는 세 가지 기본 신호 모두에서 양자 점프가 확인되기까지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자료: 스탠퍼드대학교, 스탠퍼드대학교 인문과학대학,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 미국과학진흥협회(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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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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