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는 98% 같은데 왜 무릎 연골은 유독 잘 상할까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7 07:27
교토대·바이츠만연구소, 연골을 물렁하게 만드는 유전자 스위치가 인간 계통에서만 꺼져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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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DeFacto·Museum of Zoology·University of Cambridge , CC BY-SA 4.0)

사람과 침팬지는 유전자가 98% 넘게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유독 사람의 무릎과 팔꿈치 연골만 쉽게 닳고 상한다. 같은 설계도를 갖고도 왜 한쪽 부품만 이렇게 약하게 만들어졌을까. 교토대학교 고등연구소 인간생물학연구거점(WPI-ASHBi)과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찾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왜 지금까지 몰랐나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자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가능했다. 문제는 유전자 서열이 다르다고 해서 그 차이가 실제로 몸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DNA에는 유전자 자체 말고도 그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강하게 '켤지' 정하는 조절 부위(프로모터·인핸서)가 있다. 사람다움을 만든 결정적 차이는 유전자 문장 자체보다 이 조절 부위, 즉 신호등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컸지만, 수백만 개에 달하는 후보 중 실제로 작동하는 신호등이 어느 것인지 하나하나 실험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세 단계로 풀었다. 먼저 인간 게놈 1만5천 명분과 대형유인원 139마리의 게놈을 비교해 인간에게만 있는 변이 약 570만 개를 추려냈다. 이 가운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부위에 놓인 변이만 골라내니 약 56만 개(561,410개)로 좁혀졌다. 연구팀은 이 조절 부위들을 배양한 연골세포에 직접 넣어 대규모 병렬 리포터 분석(MPRA)이라는 방법으로 하나하나 활성을 시험했고, 그 결과 실제로 유전자 활성에 변화를 일으키는 인간 특이적 조절 부위 15,077개를 확인했다.

연골을 물렁하게 하는 성분이 부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인간과 침팬지, 인간과 고릴라의 줄기세포를 하나의 세포 안에 융합한 '하이브리드 세포'를 만들어 뼈·연골 전구세포로 분화시킨 뒤, 같은 세포·같은 환경 안에서 인간 염색체와 유인원 염색체 중 어느 쪽 유전자가 더 활발히 작동하는지 직접 대결시켜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연골을 물렁하고 탄력 있게 유지하는 성분인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 물을 붙잡아 두는 끈적한 당 사슬로 연골에 쿠션 역할을 하는 물질) 관련 유전자군이 인간 염색체 쪽에서 뚜렷이 덜 켜져 있었다.

이는 배양세포 실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연구팀이 실제 인간과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보노보의 팔꿈치·무릎 연골 조직을 직접 측정해 비교하자, 인간 연골의 GAG 함량은 다른 대형유인원의 1/4~1/3 수준에 그쳤다. 유인원의 무릎 연골을 두툼한 방석에 비유하면, 인간의 무릎 연골은 그 방석에서 쿠션 속을 3~4겹 중 1겹만 남긴 셈이다.

"많이 써서 닳았다"는 상식과 어긋나는 반전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GAG 결핍이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뿐 아니라, 걷는 데 거의 쓰이지 않아 하중 부담이 적은 팔꿈치 관절에서도 비슷한 폭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두 발로 걸으며 무릎에 실리는 하중이 늘어 연골이 마모됐다는 전통적인 '많이 써서 닳았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결과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마모가 원인이 아니라,애초에 인간의 뼈대는 연골 쿠션이 얇게 만들어지도록 유전자 스위치 자체가 다르게 맞춰져 있었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연구팀은 왜 인간 계통에서만 GAG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전자 스위치가 바뀌었는지는 결론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벼운 골격 등 다른 진화적 이득을 얻기 위해 치른 대가인지, 아니면 그쪽에 작용하던 선택압이 약해지며 생긴 부수적 결과인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연구팀은 이 발견이 인간이 다른 대형유인원보다 골관절염 등 골격 질환에 유독 취약한 이유를 설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도 비슷한 방식(MPRA)으로 인간-침팬지 골격 발달 조절요소를 조사한 별도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 연구는 특정 경로 하나가 아니라 수천 개 조절요소에 걸쳐 분산된 변화를 강조해 이번 연구와 결이 다소 다르다. 두 연구가 서로 다른 조직이나 관점을 본 결과일 수 있어, 상충한다기보다는 아직 연결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연구에 대한 제3자의 재현 실패나 철회, 방법론 비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같은 연구팀이 앞서 진행한 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 DNA 기반 골격 복원 연구, 인간-침팬지 하이브리드 세포를 이용한 골격 분화 유전자 조절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무릎 골관절염의 연령표준화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별도 통계가 있는데, 이는 이번 연구와 직접 연결된 자료는 아니지만 인간 연골이 애초부터 쿠션 성분이 부족하게 태어난다는 이번 발견을 이해하는 배경으로 참고할 만하다.

자료: 교토대학교,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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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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