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계 최대 T.rex '스카티' 갈비뼈서 6600만 년 전 치유 중이던 혈관 자리 확인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8 07:37
골절 부위에 남은 광물화 캐스트, 2025년 논문 이어 2026년 중성자 영상으로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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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Kumiko★ (Flickr)·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공룡 화석 갈비뼈 하나에 6600만 년 전 어느 날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뼈가 부러진 뒤 새 혈관이 자라 들어가며 상처를 메우던 바로 그 순간이, 살아 있는 조직이 아니라 광물로 본을 뜬 듯한 구조로 굳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이다. 캐나다에서 발견돼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표본 '스카티'의 부러진 갈비뼈에서 이런 흔적이 확인됐다.

학부생의 우연한 발견에서 논문까지

스카티는 1991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프렌치맨강 계곡(이스트엔드 인근 프렌치맨 지층)에서 발견된 표본(공식 표본번호 RSKM P2523.8)으로, 로열서스캐처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골격의 약 65%가 보존됐고, 2019년 앨버타대학교 연구팀이 별도로 진행한 크기 조사에서는 몸무게 약 8870kg, 몸길이 약 13m 안팎, 사망 당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로 추정돼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크고 나이 많은 T. rex로 보고된 바 있다. 몸무게 8870kg은 아프리카코끼리 두 마리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에 확인된 혈관 흔적은 당시 리자이나대학교 학부생이던 연구자가 2019~2020년 스캔 영상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사과정까지 이어진 정밀 분석을 거쳐 2025년 7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정식 논문으로 게재됐고, 같은 연구팀은 2026년 4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중성자 영상 장비로 같은 갈비뼈를 다시 촬영해 앞선 연구 결과를 재확인했다. 이 재검증 결과는 2026년 9월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리자이나대학교의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중성자 영상으로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이미 논문으로 나온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확인한 후속 조사라는 점이 중요하다.

혈관 자체가 아니라 '광물이 본뜬 틀'

연구팀이 캐나다 방사광가속기 시설의 싱크로트론 마이크로CT와 X선형광분석, X선흡수미세구조분석 등을 동원해 확인한 것은 황철석이 부분적으로 철산화물로 바뀐 광물화 구조였다. 이 구조는 발자국에 석고를 부어 뜬 모형처럼, 원래 혈관이 있던 자리를 광물 성분(수산화철 계열이 전체의 약 95.6%)이 스며들어 그대로 본뜬 '틀', 즉 캐스트다. 크기는 작은 것이 지름 100~500마이크로미터, 가장 큰 것은 1mm에 달했고 바깥층 두께는 약 50마이크로미터였다. 사람 머리카락 한 가닥 굵기부터 그 몇 배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 구조는 갈비뼈 전체가 아니라 골절이 일어난 부위에만, 그것도 두 개의 층으로 국한돼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위치와 형태를 근거로 골절이 낫는 과정에서 새 혈관이 자라 들어가는 '혈관신생' 현상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골절 부위에는 큰 굳은살이 형성돼 있었고,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스카티가 죽은 것으로 논문은 설명한다.

X선 대신 중성자를 쓴 이유

병원에서 뼈 사진을 찍을 때 쓰는 X선은 단단한 물질을 잘 잡아내는 반면, 물이나 유기물처럼 가볍고 수소가 많은 물질은 잘 보여주지 못한다. 반대로 중성자는 수소가 많은 물질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뼈의 전체 구조는 X선 계열인 싱크로트론 마이크로CT로, 그 속에 남은 미세한 흔적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중성자 영상 장비(고선속동위원소로 부속 MARS, 산란중성자원 부속 VENUS)로 각각 나누어 확인했다. 처음 싱크로트론 촬영은 80킬로전자볼트 조건에서 180도 구간을 6000장 투영해 촬영했으며, 슬라이스 해상도는 약 17.82마이크로미터였다.

남은 질문과 신중해야 할 지점

연구팀은 스스로 한계를 분명히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광물화된 캐스트일 뿐, 원래의 연조직인 혈관 자체는 회수하지 못했다. 혈관신생이라는 해석은 형태와 위치에 근거한 추론이며, 단백질이나 조직 검사 같은 직접 증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표본도 갈비뼈 1점뿐이어서 연구팀은 더 많은 표본, 특히 더 큰 개체에 대한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견이 화석에서 DNA가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화석에 남은 연조직처럼 보이는 구조가 실제 생체물질인지, 사후에 세균막 등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2005년 T. rex 대퇴골에서 유연한 혈관형 구조가 보고된 이후 학계에서 이어져 온 오래된 쟁점이다. 이번 스카티 연구를 직접 겨냥한 제3자의 공개 반박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팀 스스로 진짜 연조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이 논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스카티가 역대 최대 T. rex라는 평가 역시, 비교 대상 표본과 골격 보존율이 달라 절대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만하다.

자료: 리자이나대학교, 로열서스캐처원박물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캐나다 방사광가속기, 앨버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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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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