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식된 심장의 '나이'는 기증자 아닌 수혜자를 따라간다 — 하버드 연구진, 생쥐·환자 사례로 확인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9 07:30
생쥐·사람 이식 사례를 분석하니 심장은 새 몸의 나이에 맞춰 다시 젊어지거나 빨리 늙었다, 아직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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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JosephBarillari·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심장이 고령 환자 몸속에 이식되면, 그 심장도 함께 빨리 늙어버릴까. 하버드 의대 산하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연구진이 생쥐와 사람의 심장이식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에 가까웠다. 이식된 심장의 생물학적 나이는 심장을 준 사람, 즉 기증자가 아니라 심장을 받은 사람인 수혜자의 나이에 맞춰 다시 조정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이 연구는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예비 단계의 프리프린트(동료심사 전 공개 논문)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심장은 몇 살일까 — 생물학적 나이라는 잣대

사람의 실제 나이(생년월일 기준)와 몸속 장기가 실제로 얼마나 노화됐는지는 다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몸의 실제 노화 정도'를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라는 도구로 측정한다. DNA 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DNA에 화학적 표지(메틸기)가 붙는 패턴인 DNA 메틸화가 나이에 따라 일정하게 바뀌는 점을 이용해 조직의 '진짜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생쥐 조직에는 유니버설 클록 2·3, 사람 조직에는 호바스 범조직 시계(Horvath pan-tissue clock)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함께 사용했다.

노화 연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젊은 동물과 늙은 동물의 혈관을 이어붙여 혈액을 공유시키는 '이종시기 병체결합(heterochronic parabiosis)'이라는 고전적 기법이 쓰여 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몸 전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장기 하나만 떼어 다른 몸 환경에 옮겼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구분해 볼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심장 하나만 다른 나이대의 몸으로 옮기는 이식 모델을 이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생쥐 실험 — 늙은 몸에 들어간 젊은 심장은 빨리 늙었다

연구팀은 생후 3개월(젊음)·1년(중년)·1.5~1.67년(노년)의 생쥐들 사이에서 원래 심장은 그대로 둔 채 심장을 하나 더 붙이는 '이소성(heterotopic) 이식'을 시행했다. 그룹당 4~5마리의 소규모 실험이었지만, 이식 후 4~6개월이 지난 시점에 후성유전학적 시계로 심장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한 결과는 뚜렷했다. 늙은 생쥐 몸속에 이식된 젊은 심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늙어 있었고, 반대로 젊은 생쥐 몸속에 이식된 늙은 심장은 생물학적으로 젊어져 있었다. 마치 이사 온 집 분위기에 서서히 물드는 사람처럼, 심장이 새로 자리 잡은 몸의 나이를 따라간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효과가 이식된 심장 조직에만 국한됐다는 것이다. 수혜자 자신의 원래 심장이나 간, 혈액 등 몸 전체의 생물학적 나이는 그대로였다.

사람 사례에서도 같은 패턴

연구팀은 브리검 여성병원에 보관돼 있던 실제 이식 생검 조직 11건을 추가로 분석했다. 노년 기증자의 심장을 젊은 수혜자에게 이식한 경우가 5건, 반대로 젊은 기증자의 심장을 고령 수혜자에게 이식한 경우가 6건이었고, 기증자와 수혜자의 나이 차이가 최대 50살 가까이 벌어진 사례도 있었다. 이 11건에서도 이식된 심장의 생물학적 나이는 기증자보다 수혜자의 나이와 더 강하게 연관돼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식 후 1년까지 추적한 훨씬 더 큰 규모의 코호트(심전도 317명, 좌심실 박출률 312명, 운동능력 지표 최대 151~162명)에서도 심박수나 좌심실 벽 두께, 최대산소섭취량(VO2max, 운동 중 몸이 최대로 빨아들일 수 있는 산소량으로 심폐 기능을 가늠하는 지표) 같은 기능 지표들이 기증자 나이보다 수혜자 나이와 더 밀접하게 움직였다.

'버려지던 고령 심장도 다시 쓸 수 있다'는 가능성

연구팀은 이 결과가 장기 배분 정책을 넓힐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는 기증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식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버려지는 심장이 있었는데, 이런 심장도 젊은 수혜자에게 이식하면 몸속에서 다시 젊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심장이식 건수가 2024년 4636건으로 2013년보다 81.5% 늘었을 만큼 이식 수요 자체가 커지고 있어, 공급을 늘릴 방법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검증 단계가 많다. 생쥐 실험은 원래 심장을 남겨둔 채 심장을 추가로 붙이는 이소성 이식 방식이어서, 사람에게 실제로 이뤄지는 원위치 이식과 완전히 같지 않다. 이 생쥐 모델에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이식 거부반응도 유도되지 않았다. 사람 검체 11건은 오래 보관된 조직이어서 정밀 분석에 이상적인 상태는 아니었고, 기능 추적 데이터도 이식 후 1년으로 제한돼 장기적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 스스로도 일부 기능 지표는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노화의 일부 양상은 되돌릴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런던의 한 장수의학 전문가는 이번에 쓰인 것과 같은 생물학적 나이 측정 모델이 아직 실험적 단계이며 실제 노화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버밍엄의 한 노화 연구자는 수혜자의 면역계가 새 장기의 노화 표지자 측정치 자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 즉 진짜 회춘이 아니라 측정상의 착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한 롱제비티 클리닉 전문가는 장기가 주변 환경에 반응한다는 사실 자체가 노화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공저자 중 일부가 노화역행 연구 기업인 앨토스랩스(Altos Labs) 소속이라는 점도 함께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2026년 9월 중순 bioRxiv에 공개된 프리프린트로, 아직 학술지의 정식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를 직접 검증하거나 반박한 국내 기관의 공식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국내 장기이식 상황과 겹쳐 보면 이 연구의 함의는 작지 않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2025년 370명으로 줄어든 반면, 이식 대기자는 같은 기간 4만3182명에서 5만4789명으로 늘었고, 이식을 기다리다 하루 평균 8.5명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추후 검증을 거쳐 확인된다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버려지던 기증 심장을 다시 살려 쓸 방법을 찾는 연구는 만성적인 장기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일수록 의미가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생물학적 나이가 새 몸에 맞춰 재조정되는 정확한 메커니즘과 시간적 과정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심장에서 확인된 이 효과가 다른 장기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도 확인되지 않은 가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흥미롭지만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예비 연구 단계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자료: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 Brigham and Women's Hospital, Nature, bio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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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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