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인대를 만드는 '만능 원조 줄기세포' 첫 발견 — 척추협착증에서 과활성화되는 원리 규명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30 06:59
웨일코넬의과대학·특수수술병원 공동연구팀, 단일 줄기세포가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키는 기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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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Hellerhoff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무릎을 다쳐 병원에 가면 의사는 '힘줄(건)이냐 인대냐'부터 구분한다. 힘줄은 근육과 뼈를 잇는 밧줄이고, 인대는 뼈와 뼈를 잇는 밧줄이다. 겉모습도 역할도 다른 이 두 조직을, 사실은 몸속 하나의 세포가 함께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 웨일코넬의과대학과 특수수술병원(HSS) 공동연구팀은 건과 인대를 모두 만들어내는 단일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식별하고, 이 세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허리 통증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인 요추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ell에 2026년 9월 7일 게재됐다.

왜 지금까지 못 찾았나

건 줄기세포, 즉 힘줄을 만드는 전구세포라는 개념 자체는 2007년부터 학계에 보고돼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계속 복제하는 '자가재생' 능력과, 힘줄·인대의 모든 성숙한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춘 단일 세포군을 명확히 입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교신저자 중 한 명은 2018년 뼈를 만드는 '골격줄기세포'를 발견해 뼈에도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가 있다는 개념을 확립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는 같은 방법론을 건과 인대로 확장한 것으로 소개된다. 연구팀은 마우스와 인간의 조직에서 수천 개의 개별 세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단일세포 분석을 통해 이 세포를 찾아냈다.

몸속 '공통 공장'을 찾다

연구팀이 찾아낸 세포는 Lin−Thy1.2−Sca-1−CD73+CD140α−라는 다섯 가지 표면 표지(마커)의 조합으로 구분된다. 세포 표면에 어떤 단백질이 있고 없는지를 다섯 가지 기준으로 걸러내면, 건과 인대를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원조 세포'만 골라낼 수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포가 몸의 한 부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무릎 슬개인대,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 등 서로 멀리 떨어진 부위에서 동일한 세포가 확인됐다. 무릎 인대와 아킬레스건이 알고 보면 같은 '형제 세포'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이라는 의미다.

척추관협착증과의 연결고리

연구팀은 이 줄기세포가 하부 척추에서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척추 뒤쪽의 황색인대 등 결합조직이 두꺼워지고, 그 결과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요추 척추관협착증이 생긴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파이프 안쪽에 이물질이 쌓여 물길이 점점 좁아지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협착증 환자에게서 채취한 인대 조직에는 이 줄기세포 수가 더 많았고, 세포 안에서 칼슘 신호전달도 더 강하게 나타났다. 칼슘 신호전달은 세포가 증식하거나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내부 스위치다. 협착증 환자 유래 줄기세포를 실험용 생쥐에게 이식하자,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이식했을 때보다 더 많은 건세포를 만들어냈다. 세포 하나가 과속 페달을 밟은 것처럼 과잉생산에 나선 셈이다. 연구팀은 유전조작으로 건강한 줄기세포의 칼슘 신호를 인위적으로 높여 같은 과증식 현상을 재현했고, 반대로 협착증 마우스 모델에서 칼슘 신호를 차단하자 조직이 과도하게 불어나는 현상이 멈췄다.

새 치료 실마리와 남은 과제

이 발견을 근거로 연구팀은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약물인 칼슘채널차단제를 척추관협착증 치료제로 다시 활용(재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 약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대신,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기존 약의 숨은 쓰임새를 찾아내는 접근이다. 다만 연구팀 스스로도 이를 확인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마우스 실험 단계이며, 임상 적용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연구팀은 또 척추관협착증이 여러 원인이 겹쳐 발생하는 복잡한(다인성) 질환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이번에 밝힌 줄기세포·칼슘신호 기전이 협착증 발생 원인 전체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척추 인대가 두꺼워지는 현상은 그동안 주로 나이·기계적 스트레스에 따른 조직 섬유화로 설명돼 왔는데, 이번 기전이 이 기존 설명을 대체하는지 보완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발표가 2026년 9월로 매우 최근인 만큼,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전문가들의 평가나 반론은 아직 축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억 300만 명이 요추 척추관협착증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인구(약 5,100만 명)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2021년 척추질환자가 약 1,131만 명(국민 약 22%)에 이르는 등 척추 관련 질환이 드물지 않은 만큼, 그 발생 원리를 세포 단위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이번 연구는 향후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웨일코넬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 특수수술병원(Hospital for Special Surgery, HSS), 국제학술지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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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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