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결정으로 이온 흐름 여닫는다…UNIST, 나노유체 ‘이온 스위치’ 개발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05 07:10 · 수정 2026.10.06 17:01
수분 증발로 결정을 만들고 재수화로 녹여 전류 제어…뇌 모방 회로·신경 자극 장치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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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Cooksey / NIST, NIST — public domain)

소금 결정이 나노미터 크기의 통로를 막고 열면서 전류를 켜고 끄는 스위치가 됐다. 반도체 칩 속 트랜지스터처럼 흐름의 두 상태를 구분하면서도, 이온이 지나는 미세 통로와 염의 석출·용해 현상을 이용한 소자다.

UNIST 기계공학과 김태성 교수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통로 안에서 소금 결정을 만들고 녹이는 방식으로 전류를 제어하는 ‘이온 스위치’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장치는 소금 결정이 통로를 막으면 이온 흐름이 차단되고, 결정을 녹이면 통로가 다시 열리는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의 핵심은 ‘퍼베이퍼레이션(pervaporation)’으로 유도한 염 석출이다. 퍼베이퍼레이션은 수분이 막이나 재료를 통과한 뒤 증발하는 현상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으로 나노유체 채널 안에 염 결정을 형성했다. 나노유체 채널은 나노미터 규모의 아주 작은 통로로, 액체와 그 안의 이온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소금 결정이 생기면 좁은 통로가 막힌다. 반대로 물을 다시 공급하는 재수화 과정을 거치면 결정이 녹아 이온이 이동할 길이 열린다. 결정의 생성과 용해라는 가역적인 변화, 즉 조건에 따라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변화를 이용해 이온 흐름을 껐다가 다시 켜는 구조다.

이 작동 방식은 전류의 흐름을 켜고 끄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기능과 닮았다.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상태를 1, 흐르지 않는 상태를 0으로 나눠 정보를 처리하는 스위치다. 이번 소자는 나노유체 통로 속 이온의 이동 가능 여부를 두 상태로 구분해 전류를 조절한다.

연구팀은 이온 스위치를 뇌의 신호 전달 방식을 모방한 연산 회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분야에서는 이온의 흐름을 원하는 시점에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제어가 필요하다. 소금 결정을 만들고 다시 녹이는 이번 방식은 미세 통로 안에서 이온 이동을 직접 조절하는 수단을 제시했다.

신경 자극 장치도 활용 가능성이 제시된 분야다. 신경 자극 장치는 필요한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전달해야 하므로 전류를 제어하는 소자가 중요하다. 이번 이온 스위치는 이온 흐름을 여닫는 방식으로 자극에 필요한 전류를 조절하는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

UNIST 미세유체·나노메카트로닉스연구실의 자체 발표 목록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지성준 연구원이며, 김태성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제1저자는 연구 수행과 결과 정리에 중심적으로 참여한 연구자를, 교신저자는 연구 전체를 책임지고 외부 문의에 대응하는 연구자를 뜻한다.

연구진은 같은 원리를 담은 연구를 앞서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2026년 1월 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IEEE MEMS 2026에서는 ‘Pervaporation-enabled Precipitation of Ion for Nanofluidic Ionic Gating’을 발표했다. 이어 3월 26일 제주에서 열린 MNS 2026에서는 ‘염 석출-용해 기반 가역적 나노유체 이온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두 발표의 제목에는 수분 증발이 유도하는 염 석출, 염의 용해, 가역적인 나노유체 이온 게이트라는 연구의 핵심 요소가 공통으로 담겼다. 이번 성과는 복잡한 기계 부품을 움직이는 대신 미세 통로 안에서 소금의 상태를 바꿔 이온 흐름을 제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료: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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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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