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업체 선정에 ‘공탁제’ 첫 시험…발주자 영향 줄인다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06 07:10 · 수정 2026.10.06 18:19
대청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 대상…한국환경보전원이 자연생태 분야 업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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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Matt Bowser/USFWS, Public Domain)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업체 선정에 직접 관여하던 구조를 바꾸는 제도 실험이 시작된다. 발주자와 평가업체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저가 계약이나 부당한 요구를 줄이고,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보다 독립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 작성을 막고 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첫 적용 대상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대청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사업’이다. 관련 공고는 6일 한국수자원공사 전자조달시스템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모든 환경영향평가업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자연생태환경을 조사하고, 사업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평가하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전방안을 마련하는 ‘2종 환경영향평가업체’의 선정 방식을 시험한다. 생태 조사와 영향 예측을 맡는 업체를 어떤 절차로 고르느냐가 시범사업의 핵심이다.

공탁기관은 한국환경보전원이 맡는다. 업체 평가는 기술인력 능력 65점과 수행실적 35점을 합한 100점 기준으로 진행하며, 여기에 최대 2점의 가점을 더한다. 과거 행정처분 이력도 함께 살핀다. 단순히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고르는 대신, 조사 업무를 수행할 사람과 경험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확인하려는 기준이다.

계약 구조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시험한다. 하나는 사업자와 2종 환경영향평가업체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1종 환경영향평가업체와 2종 업체가 계약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계약 관계에서 공탁기관을 통한 업체 선정이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 발주청이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하려는 업체의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제도에서는 발주자가 선정 주체라는 점이 이번 공탁제와 다르다. 이번 시범사업은 평가 기준을 두는 데서 더 나아가 선정 과정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제도 검토라는 의미가 있다.

공탁제 논의는 최소 2017년부터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5개월 동안 4천만원을 투입하는 기초연구를 발주했다. 한국환경연구원 연구는 비용만 제3의 기관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립적인 전담조직을 두고, 적정한 평가 대행비용을 산정하며, 평가업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공탁제 도입은 2025년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정부는 2026년 3월 시범사업계획을 수립하고, 6월에 최적안을 마련한 데 이어 9월에는 2종 환경영향평가업체의 사업수행능력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오랜 검토를 거친 제도가 대청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실제 공고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정부는 2026년 안에 시범사업을 2건 이상 추가하고, 12월에는 제도의 효과성과 현장 적용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법령 개정은 아직 계획 단계로, 시범사업에서 평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실제로 높아지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먼저 진행된다.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환경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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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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