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결핵 필수치료제 구매 예산 ‘0원’…공급 공백 우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3 09:31 · 수정 2026.10.06 18:22
다제내성·소아 결핵용 3개 약제, 위탁생산·해외 수입 재원 정부안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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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CDC / Dr. George Kubica, Public domain)

국내에서 생산이 끊겼거나 필요한 제형을 구하기 어려운 결핵 치료제를 정부가 직접 확보하는 예산이 2027년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다. 당장 모든 약이 소진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일반 유통망만으로 안정적인 조달이 어려운 다제내성결핵·소아 결핵 치료제의 다음 물량을 마련할 재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급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결핵 치료제 구매 예산은 2024년 2억8900만원, 2025년 3억3600만원, 2026년 3억3600만원으로 편성됐다. 최근 3년간 유지된 이 예산은 2027년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안 기준으로 해당 구매 예산이 0원이 된 셈이다.

이 예산은 환자의 진료비나 일반적인 의약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항목과 성격이 다르다. 질병관리청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와 계약해 국내 생산이 중단된 약을 위탁 생산하거나, 국내에 없는 제품과 제형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데 사용하는 재원이다. 이렇게 확보한 약은 필요한 환자에게 무상 공급해 왔다. 시장에서 필요한 때에 바로 살 수 없는 약을 국가가 별도 조달망으로 확보해 치료 현장에 연결하는 구조다.

질병관리청 산하 결핵ZERO 사업 안내에 공개된 대상 약제는 카나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액상 이소니아지드 등 3종이다. 카나마이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015년 4월 생산·공급 중단이 보고된 뒤 국내 위탁생산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기존 생산과 유통이 멈춘 상황에서 정부가 생산 가능한 업체에 제조를 맡겨 필요한 물량을 따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예산이 단순한 구매대금에 그치지 않고 끊어진 공급 경로를 다시 잇는 역할을 하는 이유다.

스트렙토마이신은 2017년 5월 생산·공급 중단이 보고된 약이다. 국내 유통망에서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려워 해외에서 제조가 끝난 완제품을 수입해 공급해 왔다. 해외 완제품 도입은 국내 재고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때 필요한 물량을 외부에서 확보하는 수단이다. 국내 생산품을 통상적으로 주문하는 것과 달리 별도의 구매와 도입 결정이 필요한 만큼, 재고가 남아 있더라도 다음 확보 절차를 이어갈 재원의 유무가 중요하다.

액상 이소니아지드는 국내에 없는 제형으로, 소아 결핵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해외 완제품을 수입해 공급한다. 제형은 같은 약 성분을 알약이나 액체처럼 환자가 실제로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를 말한다. 알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소아에게는 액상 형태 자체가 치료 접근성과 연결된다. 다른 제형이 국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액상 제품의 공급 문제를 단순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배경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들 약의 재고와 수요를 살핀 뒤 위탁 제조와 구매, 긴급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약제별 현황은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월 단위로 추적한다. 이는 한 번 대량 구매한 뒤 끝내는 사업이 아니라, 남은 물량과 예상 수요를 계속 확인하면서 다음 조달 시점을 판단하는 관리 체계라는 의미다. 월별 현황을 파악하더라도 실제 위탁생산이나 해외 도입에 쓸 재원이 없으면 추가 확보 결정이 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다만 2027년 예산안에 해당 항목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치료제 공급이 이미 중단됐거나 모든 재고가 곧바로 바닥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공급 가능 기간은 현재 재고, 약제별 수요, 추가 확보에 걸리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공개 자료로 확인되는 핵심은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치료제의 직접 구매·위탁생산·해외 도입을 뒷받침해 온 예산이 정부안에서 끊겼다는 점이다.

결핵 치료는 필요한 약을 필요한 시기에 확보할 수 있어야 이어진다. 특히 공급 중단 이력이 있거나 국내에 해당 제형이 없는 약은 통상적인 시장 거래에만 맡기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국가 조달 체계가 운영돼 왔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현재 재고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2027년 이후 필요한 물량을 어떤 재원과 방식으로 확보할지, 기존 무상 공급 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료: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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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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