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비춘 빛, 기초과학의 긴 호흡도 밝혀야 한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에서 필자의 눈을 붙든 것은 ‘빛으로 뇌세포를 제어했다’는 화려한 표현보다, 전혀 다른 연구들이 이어져 하나의 과학 언어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의 공동 수상은 발견과 응용을 따로 떼어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생명체가 빛에 반응하는 원리를 파고든 기초연구가 없었다면, 특정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기술도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관찰을 넘어 원인을 묻는 도구
광유전학은 유전적 방법으로 특정 세포에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을 넣고, 빛을 비춰 그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이온 채널은 세포막에 난 ‘전기 신호의 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빛이 이 문을 열거나 닫으면 신경세포의 작동을 매우 짧은 시간 단위로 바꿀 수 있다.
이전의 뇌 연구는 어느 부위가 활동하는지 관찰하거나 넓은 영역을 자극한 뒤 변화를 살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뇌는 같은 공간에도 기능이 다른 세포들이 뒤섞인 복잡한 회로다. 광유전학은 특정 세포와 회로를 골라 작동시켜 볼 수 있게 하면서, 단순한 상관관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 회로가 실제로 행동을 일으키는가’라는 인과관계를 시험할 길을 넓혔다. 필자는 이것이 이번 성취의 가장 큰 의미라고 본다.
노벨상이 곧 치료제는 아니다
다만 연구 도구의 성공을 곧바로 사람의 뇌 질환 치료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유전물질을 안전하게 전달해야 하고, 두개골 안의 목표 지점까지 빛을 보내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면역반응과 부작용, 정신과 행동에 개입할 때의 동의와 통제권 역시 가볍지 않다. 동물의 신경회로에서 얻은 결과가 인간의 복잡한 경험과 질환을 그대로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조급한 상용화 구호가 아니라 기초생물학, 유전자 전달, 광학기기, 임상연구, 생명윤리를 함께 잇는 생태계다. 특히 국내 연구정책은 몇 년 안에 논문이나 제품으로 환산되는 과제뿐 아니라, 생소한 생명현상을 오래 추적하고 연구자가 만든 도구를 공동 활용 자산으로 축적하는 일을 지원해야 한다. 광유전학이 비춘 가장 밝은 교훈은 뇌세포를 켜고 끄는 능력만이 아니다. 쓸모를 미리 확정하지 않은 질문이 훗날 과학의 질문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