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주도권을 빼앗길 것인가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07 19:44
서울대 석학 27인, 인간다움부터 노동·교육·의료·제도까지 ‘AI 공존 사회’의 조건 제시
기사 대표 이미지
U.S. Space Force photo by Staff Sgt. Jaime Sanchez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 것인지 묻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AI와 함께 살아갈 사회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 나왔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파국적 불안 중 하나를 택하기보다 일터와 교육, 의료, 문화예술, 행정 등 삶의 현장에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AI 공존 사회’ 연구 결과를 묶은 책 《AI는 인간을 어디로 이끄는가》를 2026년 8월 27일 출간했다. 서울대 연구자 27명이 참여해 인간다움, 노동과 산업, 탐구와 교육, 몸과 삶, 창작, 사회와 제도 등 6개 영역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살폈다. 생성형 AI 사용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기술을 어디에 적용하며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인간과 제도의 선택 문제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책 출간에 앞서 2026년 5월 26일과 29일 연구 발표회가 열렸다. 공개된 연구 초록은 AI 시대 인간의 역할이 직접 실행자에서 목표 설정자·조정자·검증자·최종 책임자로 옮겨갈 것으로 분석했다. AI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도 무엇을 해결할 문제로 삼을지, 결과가 현실에 맞는지,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질지는 사람의 몫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에 필요한 미래 역량으로 문제설정, 선제적 사고, 역동적 재구성, 오케스트레이션을 제시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여러 도구와 사람의 역할을 지휘자처럼 엮어 하나의 결과를 만드는 능력이다. 정해진 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상황 변화에 맞춰 문제와 해결 방식을 다시 짜고 AI의 작업을 조율하는 힘이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노동시장도 직업 전체가 사라지는지 여부보다 직업 안의 세부 과업, 즉 업무를 이루는 작은 작업 단위로 살펴야 한다고 봤다. 규칙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과업에서는 AI의 생산성 효과가 크지만, 예상 밖의 상황을 처리하거나 맥락을 판단하고 사람을 상대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일에는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6년 분석에서도 AI를 도입한 사업체의 75%는 인력 대체보다 업무·공정 혁신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2022년을 100으로 놓은 2025년 30세 미만 취업자 고용지수는 AI 노출이 높은 직군에서 86.6, 낮은 직군에서 92.5였다. 다만 고노출 직군의 감소가 생성형 AI 등장 전부터 이어졌기 때문에 이를 AI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술 도입과 고용 변화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대체 공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제도적 책임도 이미 현실의 과제가 됐다. 2026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고영향 AI 사업자에게 위험관리와 이용자 보호, 사람의 관리·감독, 관련 문서 보관을 요구한다. 주요 판단 기준과 학습데이터 개요를 설명할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사람의 생명이나 권리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AI일수록 인간이 통제하고 책임질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AI가 반복 업무를 줄이고 직무 만족도와 안전, 임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사생활 침해와 업무 강도 증가, 편향의 위험도 함께 지적했다. 결국 AI의 결과는 기술 자체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교육·고용·산업정책과 조직의 업무 설계가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AI는 사람을 밀어내는 도구가 될 수도, 인간의 판단을 돕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다.

자료: 대학지성 In&Out,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노동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재료·대학·교육·경제·특허 — 신소재, 대학·교육 정책, 투자·정책자금, 지재권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