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에서 하이데거까지, 독일 관념론 200년의 질문을 좇다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07 20:01
이광모 교수 신간, 근대 이성의 한계와 극복·해체 과정을 4부 12장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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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은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광모 숙명여자대학교 순헌칼리지 기초교양학부 교수가 쓴 『칸트에서 헤겔, 하이데거까지: 인간 이성의 한계와 극복, 해체』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약 200년에 걸친 철학의 흐름을 추적한다.

파라아카데미가 펴낸 이 책은 데카르트 이후 절대적 권위를 누렸던 근대의 ‘이성’이 칸트의 비판철학을 거치며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고, 헤겔의 사변철학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려 한 과정을 다룬다. 이어 후기 셸링과 하이데거가 헤겔 철학을 비판하며 이성 중심의 체계를 어떻게 해체했는지를 살핀다. 여기서 사변철학은 경험으로 곧바로 확인되는 개별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생각과 현실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탐구하는 철학을 가리킨다.

책의 중심축은 근대 사유가 완성되는 동시에 한계에 부딪힌 약 50년의 독일 관념론 시기다. 핵심 쟁점은 칸트가 남긴 ‘이성이 어떻게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하나의 체계를 이룰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전체 구성은 4부 12장이다. 앞의 1·2부에서는 피히테와 셸링의 칸트 비판을 거쳐 헤겔의 사변철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선천적 종합판단, 사물 자체, 자연철학, 칸트의 『판단력비판』 등이 주요 논점으로 등장한다. 선천적 종합판단은 경험에 앞서 성립하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더해 주는 판단을 뜻한다. 사물 자체는 인간이 인식하는 방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대상을 가리킨다. 책은 이런 개념을 철학자별로 따로 나열하기보다, 앞선 철학의 문제를 다음 철학자가 어떻게 이어받고 바꾸었는지 보여주는 흐름 속에 배치한다.

3부는 헤겔의 『논리학』을 다룬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범주 분류나 주관적 의미를 분석하는 이론으로 한정하지 않고, 경험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묻는 선험철학이면서 존재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 체계로 읽는다. 클라우스 하르트만, 로버트 피핀, 테리 핀카드의 해석과도 대조해 헤겔 철학을 둘러싼 현대적 논의를 살핀다.

4부에서는 논의의 무대를 영국 관념론과 초기 분석철학으로 넓힌다. 브래들리와 러셀, 무어가 관념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비판했는지를 검토한 뒤, 후기 셸링과 하이데거의 헤겔 비판으로 나아간다. 후기 셸링은 생각으로 구성된 체계 바깥의 현실적 존재를 강조했고, 하이데거는 존재와 개별 존재자를 구분하는 ‘존재론적 차이’를 제기했다. 이는 이성의 체계가 현실과 존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전환점으로 제시된다.

저자의 기존 연구도 책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 교수는 2013년 『칸트연구』 제32집에 24쪽 분량의 논문 「‘자아철학’에서 ‘절대자의 철학’으로」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초기 셸링을 피히테의 단순한 추종자로 보지 않고,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인 철학을 형성한 사상가로 설명한다. 셸링이 자아 중심의 철학에서 절대자와 자연철학으로 이동한 과정도 분석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등록된 책의 ISBN은 979-11-24757-02-4이며, 정가는 2만6000원이다. 판형은 152×225㎜, 분량은 376쪽인 성인용 종이책으로 공식 등록 발행일은 2026년 8월 25일이다. 칸트에서 시작해 피히테·셸링·헤겔을 거쳐 분석철학과 하이데거까지 연결함으로써, 이 책은 철학자들의 주장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대 이성이 세워지고 흔들리는 긴 과정을 한 흐름으로 읽도록 돕는다.

자료: 대학지성 In&Out,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칸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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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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