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륙을 건넌 몸속 승객들…치마네·하드자 장내미생물 1,231종의 오래된 계보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8 06:58
같은 종 목록 속 서로 다른 균주 가계도, 선사시대 인류 이동과 양립하는 유전자 흐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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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s Enrique Poggi Montalvo

사람이 대륙을 건널 때 몸속에는 어떤 승객이 함께 탔을까. 볼리비아 아마존의 치마네 집단에서 확인된 장내미생물 1,408종 가운데 1,231종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하드자 집단에서도 발견됐다. 치마네 종 목록 10개 중 약 9개가 하드자 목록에도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는 두 집단 전체의 미생물 목록을 합쳐 비교한 결과다. 두 도시의 모든 도서관에서 공통 책 1,231권을 찾은 것과 같으며, 개인 한 명 한 명이 그 미생물을 모두 보유했다는 뜻은 아니다.

더 중요한 단서는 같은 종이라는 이름 아래 숨은 균주의 가계도에 있었다. 두 지역에 모두 개가 산다고 해서 같은 혈통인 것은 아니듯, 같은 미생물 종도 서로 다른 균주 계보로 갈라질 수 있다. 연구진이 자료가 충분한 공유종 636종을 조사하자 545종에서는 최근 약 5,000년 이내 두 집단 사이를 오간 것으로 판정할 만큼 가까운 균주가 검출되지 않았다. 종 명단은 크게 겹쳤지만, 그 안의 가계도는 오래전에 갈라졌다는 의미다.

5.25조 개 DNA 문자에서 복원한 미생물 지도

연구진은 볼리비아 마니키강 유역 6개 마을과 인근 산림지역 3개 마을에 사는 3세 이상 치마네 참여자 85명에게서 분변 시료 133개를 확보했다. 시료는 2009년과 2012~2013년에 채취됐으며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28.4세였다. 연구진은 이 시료에서 총 5.25테라염기쌍, 즉 5.25조 개의 DNA 문자를 읽었다. 인간 게놈 한 벌을 약 32억 염기로 단순 환산하면 약 1,600벌에 해당하는 길이지만, 실제 자료에는 수많은 미생물의 DNA가 뒤섞여 있었다.

연구진은 흩어진 DNA 조각을 맞춰 MAG 1만2,746개를 복원했다. MAG는 분변 속 DNA 조각을 조립해 복원한 미생물 유전체 초안으로, 미생물을 하나씩 배양해 얻은 완전한 유전체와는 다르다. 이를 논문 본문 기준 세균과 고세균 1,408종으로 분류했다. 확장자료에는 1,440종이라는 수치도 제시됐지만 공개자료만으로 차이의 원인은 확정되지 않아 핵심 계산에는 본문의 1,408종이 사용됐다.

비교 대상은 탄자니아 하드자 참여자 137명의 기존 심층 시퀀싱 자료였다. 이 자료에는 MAG 3만2,034개가 포함됐다. 확장분석에 쓰인 생물학적으로 독립된 분변 시료는 331개로, 참여자 수 137명과는 다른 단위다.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치마네의 1,408종 중 87.4%인 1,231종이 하드자에서도 확인됐다.

같은 종인가보다 더 어려운 질문, 언제까지 섞였나

연구진은 공유종 1,231종 모두를 같은 깊이로 분석하지 않았다. 양쪽 집단에서 각각 MAG가 4개 이상 확보된 636종만 균주 수준 비교에 포함했다. 이들 종 안에서 만든 유전체 쌍은 101만2,124건이었다. 치마네와 하드자 미생물의 전형적인 ANI는 약 98%였다. ANI는 두 유전체의 DNA 문자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같은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연구진은 이를 최근 10만~20만 년 안에 공통 유전적 조상을 가졌다는 대략적인 상한과 양립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재조합의 영향까지 섞인 ANI는 정확한 연대시계가 아니다.

연구진은 핵심 유전자의 10%가 넘는 부분이 완전히 같은 유전체 쌍을 최근에 갈라진 클론 계통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은 종에 따라 약 500~5,000년, 중앙값 약 2,000년에 해당한다. 전체 비교 가운데 7만8,746쌍이 이 기준에 들었고, 그중 93.8%는 치마네끼리 또는 하드자끼리 비교한 집단 내부의 쌍이었다. 균주 분석 대상 636종 가운데 545종, 85.6%에서는 두 집단 사이의 최근 클론성 균주 공유가 발견되지 않았다.

세균 유전체는 한 줄로 이어지는 족보라기보다 여러 계보의 문장을 오려 붙인 문서에 가깝다. 세균끼리 재조합을 통해 DNA 구간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교류했다면 긴 동일 구간이 남지만, 시간이 흐르며 돌연변이와 재조합이 쌓이면 그 구간은 짧아진다. 연구진은 재조합으로 전달된 동일 DNA 구간 길이의 상위 1% 경계값인 L99를 이용해 집단 사이의 유전자 교환이 끊긴 시점을 역산했다.

L99 모델이 산출한 치마네와 하드자 사이 유전자 교환 단절 시점의 중앙값은 1만7,090년 전이었다. 이는 인간 집단이 갈라진 날짜나 장내미생물의 아프리카 탈출일이 아니다. 현재 미생물 유전체에 남은 흔적을 토대로 계산한 모델 추정치다. 연구진은 이 값이 인류의 아프리카 밖 이주 약 6만~7만 년 전과 아메리카 정착 약 1만6천~2만3천 년 전 사이의 이동사와 대략 양립한다고 해석했다. DNA 문자 하나가 다른 변이인 SNV의 집단별 빈도를 이용한 별도 인구사 모델도 오래된 분리를 지지했지만, 이 검증을 통과한 종은 15종뿐이었다.

선사시대의 동행 신호, 그러나 달력처럼 읽을 수는 없다

이번 결과는 여러 장내미생물 계통이 사람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동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공유종 1,231종 모두가 아프리카 탈출 때 동행했다거나, 하나의 계통이 가족 안에서 끊김 없이 직접 상속됐다는 결론은 아니다. 분석 단계마다 분모도 다르다. 종 목록의 공유는 1,231종, 충분한 유전체로 균주를 비교한 대상은 636종, 별도 SNV 인구사 모델로 확인한 대상은 15종이다.

연대 추정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세균의 돌연변이율과 세대시간, 재조합률은 종마다 다르다. L99 모델은 현재 집단 내부의 DNA 구간 분포가 분리 전 조상 집단을 잘 대표하고, 동일 구간을 짧게 만드는 주된 힘이 돌연변이라는 가정을 둔다. 집단의 병목과 팽창, 낮은 수준으로 계속된 이동이 있었다면 실제 역사는 더 복잡할 수 있다. 조상 인구 안에 이미 여러 균주가 공존했다면 미생물의 공통조상은 인간 집단의 분리보다 더 오래돼 보일 수도 있다.

환경을 통한 획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탄자니아와 볼리비아의 토양·물·동물 미생물군을 함께 시퀀싱하지 않았다. 하드자 자료 일부는 200Gb를 넘게 읽혀 희귀종과 더 완전한 유전체 초안이 상대적으로 잘 복원됐을 가능성도 있다. 최고 심도의 하드자 시료 4개를 제외하는 검사는 시행했지만, 모든 시료를 같은 깊이로 낮춰 다시 조립한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와 접촉망, 식단, 생활양식, 항생제 노출과 선택 역시 균주 공유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화 사회에서 희귀한 848종, 건강 점수는 아니다

공유종 1,231종 가운데 848종은 유럽·아시아·북미 산업화 집단에서 희귀하거나 검출되지 않았다. 공유종을 분모로 하면 68.9%, 치마네 전체 1,408종을 분모로 하면 60.2%다. 그러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말은 멸종했다는 뜻이 아니다. MAG 조립은 양이 적은 종을 놓칠 수 있으며, 더 민감한 방식으로 살피면 산업화 표본에 극히 낮은 빈도로 남은 종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미생물들이 모두 건강에 이롭다는 증거도 없다. 종수가 많거나 계보가 오래됐다는 사실은 건강 점수가 아니며, 기능이 없거나 상황에 따라 해로운 종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들이 비만·당뇨·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는지, 복원 치료에 쓸 수 있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다. 연구의 새로움은 장내미생물의 오랜 역사를 처음 발견한 데 있지 않다. 재조합을 고려한 수백 종의 전장유전체 분석으로 사람의 선사시대 이동과 양립하는 균주 격리와 유전자 흐름 감소를 정량화했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는 2023~2027년 총 499억원 규모의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2024~2026년 생애주기별 한국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참조자료를 구축하는 연구도 포함됐다. 다만 한국인 표본을 치마네·하드자와 같은 L99 방법으로 직접 비교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이 공유종 1,231종 가운데 몇 종을 보유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연구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치마네나 하드자의 미생물군을 건강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도시인의 평균 미생물군만을 정상의 기준으로 보아도 되는가에 가깝다.

논문은 2026년 10월 7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독립 표본에서 1,231종과 1만7,090년 추정치를 재현한 연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처리자료와 분석 코드는 공개됐지만 치마네 개인 수준 원시자료는 원주민 데이터 주권과 재식별 위험을 고려해 심사를 거치는 제한 접근 방식으로 관리된다. 오래된 몸속 동행의 흔적을 더 분명히 읽으려면 다양한 지역과 환경 자료, 독립 표본을 통한 재현이 뒤따라야 한다.

자료: 스탠퍼드대학교, Springer Nature,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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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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