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 3건의 원자 사건으로 포착한 초중원소의 ‘상대론적 결합 약화’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8 06:50
시보귬 육카보닐의 첫 결합해리에너지, 텅스텐보다 4±2 kJ·mol⁻¹ 낮아…주기율표의 결합 경향이 마지막 칸에서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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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크롬 이온 약 4.0×1018개를 납 표적에 쏘았지만, ‘미로의 두 번째 방’까지 도착한 결정적 사건은 3건이었다. 연구진은 이 세 사건을 휘발성 시보귬 육카보닐, 즉 Sg(CO)6로 배정했다. 이를 토대로 첫 결합해리에너지(FBDE·분자에서 첫 CO 하나를 떼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188±9 kJ·mol−1로 추정했다. 텅스텐 육카보닐 W(CO)6의 192±8 kJ·mol−1보다 4±2 kJ·mol−1 낮은 값이다.

여기서 ‘3건’은 원자로 3기나 시보귬 전체 3개를 뜻하지 않는다. 분석에 사용한 259Sg 시작 사건은 모두 75건이었고, 이 가운데 72건은 첫 번째 검출기에서, 3건은 두 번째 검출기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두 번째 검출기에 도달한 세 건을 완성된 휘발성 Sg(CO)6로 해석했다. 분자 세 개를 눈으로 보거나 각각의 결합을 직접 끊어 잰 것도 아니다. 방사성 원자가 남긴 붕괴 위치와 붕괴사슬이 일종의 바코드 역할을 했다.

강해지던 6족 결합, 시보귬에서 방향을 바꾸다

시보귬은 원자번호 106의 인공 초중원소다. 이번 연구가 겨냥한 것은 이원자 분자 SgCO도 아니고, CO 여섯 개를 모두 떼는 데 드는 총에너지도 아니다. 중심의 시보귬 원자 주위에 CO 여섯 개가 결합한 Sg(CO)6에서 첫 CO 하나를 제거하는 에너지다. 여섯 팔을 가진 구조에서 첫 팔 하나를 떼는 데 필요한 힘을 가늠한 셈이다.

주기율표 6족의 육카보닐은 크롬에서 몰리브데넘, 텅스텐으로 내려갈수록 첫 결합해리에너지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상대론적 계산도 Mo<W<Sg 순으로 결합이 계속 강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서는 텅스텐 다음 칸인 시보귬의 값이 오히려 낮아졌다. 감소량 4±2 kJ·mol−1는 텅스텐 기준값의 약 2%다. 결합이 크게 무너진 것이 아니라, 강해지던 계단이 마지막 칸에서 약해지는 쪽으로 살짝 꺾인 것이다.

이 방향 전환은 이론적으로도 논쟁거리였다. 1999년 계산은 시보귬이 텅스텐보다 약 4 kJ·mol−1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상대론을 포함한 2017년 계산은 시보귬이 약 10∼15 kJ·mol−1 약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실험값은 약화라는 방향에서는 2017년 계산과 맞지만, 감소폭까지 일치하지는 않는다.

눈 한 번 깜빡이기 전, 만들고 붙이고 운반하다

실험은 독일 다름슈타트의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센터 TASCA 장치에서 이뤄졌다. 연구진은 208Pb 표적에 52Cr 빔을 충돌시켜 259Sg를 만들었다. 비교 대상인 161,162W도 같은 장치에서 별도로 생성했다. 시보귬의 두 상태 반감기는 226±27 ms와 402±56 ms다. 약 0.23초 또는 0.40초 만에 절반이 붕괴하는 만큼, 생성과 분리, 화학반응, 운반, 검출이 눈 한 번 깜빡이기 전의 시간대에서 이어져야 했다.

생성물은 TASCA로 분리한 뒤 1기압의 헬륨과 일산화탄소를 1대1로 섞은 기체에서 안정화하고 카보닐화했다. 장치는 성질이 다른 두 방처럼 작동했다. 비휘발성 원자·이온과 CO가 하나에서 다섯 개만 붙은 불완전한 조각은 상온의 실리카 표면을 지나는 첫 번째 검출기에 남았다. 완성된 휘발성 M(CO)6는 이를 통과해 냉각된 금 표면을 갖춘 두 번째 검출기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두 원소가 각각 두 검출기에 얼마나 나뉘어 잡혔는지를 비교했다. 시보귬의 휘발성·비휘발성 사건비는 0.04+0.05−0.02로, 중심값 0.04와 0.02∼0.09의 넓은 범위를 함께 봐야 한다. 텅스텐은 0.20±0.01이었다. 연구진은 이 생성분율 차이를 마지막 CO가 붙는 단계의 속도상수 차이로 해석하고, 반응속도와 에너지의 관계를 나타내는 아레니우스 관계를 적용했다. 두 원소에는 같은 선인자 1015.6을 사용했다. 이렇게 얻은 상대 차이가 시보귬 쪽이 4±2 kJ·mol−1 낮다는 결과다.

상대론은 결합을 어떻게 약하게 만드는가

연구진이 제시한 설명은 무거운 원자 안에서 나타나는 상대론적 전자구조 변화다. 시보귬처럼 원자번호가 큰 원소에서는 내부 전자의 상대론적 수축과 차폐 효과가 바깥쪽 결합에 관여하는 6d 오비탈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오비탈은 전자가 존재할 가능성과 에너지 상태를 나타내는 양자역학적 자리다. 계산에 따르면 6d 오비탈의 변화는 CO가 금속에 전자를 내주는 σ 전자공여와, 금속이 다시 CO 쪽으로 전자를 보내는 π 역공여를 함께 약화한다. 양방향으로 오가며 결합을 붙들던 전자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이는 6d 오비탈이나 상대론을 직접 관측한 결과가 아니다. 실험에서 나타난 결합 경향의 반전을 최신 상대론 계산과 결합해 내놓은 해석이다. 2014년에는 265Sg로 휘발성 시보귬 카보닐을 처음 합성·검출하고 그 거동을 근거로 Sg(CO)6 조성을 지지했다. 이번에는 다른 동위원소인 259Sg를 이용해 첫 결합해리에너지를 처음 산출했다는 차이가 있다.

세 사건이 연 문, 더 많은 사건이 확인해야

결과를 받아들일 때는 통계와 측정 방식의 한계를 함께 봐야 한다. 핵심 배정은 3건이며 이에 대응하는 68% 포아송 신뢰구간은 1.43∼6.27건이다. 188±9와 192±8 kJ·mol−1의 개별 오차범위도 크게 겹친다. 4±2 kJ·mol−1라는 차이는 두 절대값을 따로 측정해 단순히 뺀 것이 아니라, 동일 조건에서 얻은 분율비로 상대 차이를 계산한 결과다. 불확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화학종 배정도 간접적이다. 세 사건의 질량이나 진동스펙트럼을 측정하지 않았고, 첫 검출기에 남은 사건에는 금속 원자·이온과 여러 불완전 카보닐 조각이 섞였을 수 있다. 운반 도중 Sg(CO)6의 약 16%가 붕괴했을 가능성도 몬테카를로 모사로 추정한 값이다. 같은 아레니우스 선인자를 적용한 가정과 표면 상태 역시 체계적 오차의 여지를 남긴다. 발표 직후인 만큼 더 많은 사건을 확보한 독립 반복도 아직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의 직접적 의미는 촉매나 소재의 상용화에 있지 않다. 수명이 짧아 한 원자씩 다뤄야 하는 초중원소에서도 생성·운반·붕괴 위치를 연결하면 화학결합 에너지를 시험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더 무거우면 결합도 계속 강해진다’는 단순한 연장이 시보귬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포착했다. 세 사건이 내놓은 답은 아직 좁고 조심스럽지만, 상대론적 양자화학을 단일원자 수준의 실험과 맞대어 검증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자료: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센터, 헬름홀츠연구소 마인츠, 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교 마인츠, RIKEN 니시나 가속기과학연구센터,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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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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