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845년 전 ‘객성’의 불꽃 줄기, 가까이 보니 거대한 가스 매듭의 연쇄였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7 20:33 · 수정 2026.10.07 20:38
Pa 30을 약 2배 나은 시상으로 관측해 약 10배 많은 필라멘트 식별…형성 원인을 가릴 새로운 길이 척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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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Scott Houston

자료사진은 2023년에 공개된 Pa 30의 기존 관측 영상이며, 이번 제미니 노스 신규 영상과는 다르다.

멀리서 하나의 불꽃 줄기처럼 보이던 가스를 더 선명하게 들여다보자, 매끈한 선 대신 진주 목걸이 같은 구조가 나타났다. 진주 한 알에 해당하는 가스 매듭의 대표 지름은 약 1000억㎞다.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약 670배이며, 빛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는 데 약 3.9일이 걸린다. 우주에서는 ‘작은 매듭’이지만 사람이 익숙한 거리로 옮기면 행성계보다 큰 규모다.

이 구조가 발견된 곳은 Pa 30이다. Pa 30은 1181년 중국과 일본에서 관측되고 최근 아랍어 자료에서도 후보 기록이 확인된 객성, 즉 당시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별의 가장 유력한 잔해다. 역사 기록 분석에 따르면 이 천체는 약 185일 동안 보였고 최대 겉보기등급은 0.0∼-1.4등급이었던 것으로 재구성됐다. 약 845년 전 사람들이 맨눈으로 지켜본 빛의 흔적을 오늘날 대형 망원경으로 다시 살핀 셈이다.

‘10배 선명해진 영상’이 아니라 ‘약 10배 많은 필라멘트’

연구진은 2025년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6개 밤에 걸쳐 제미니북 8.1m 망원경의 GMOS-N 장비로 Pa 30을 관측했다. 전체 관측량은 6.9시간이었다. 논문에 구체적으로 적힌 필터별 배정시간은 황 이온 방출선인 [S II] 2시간, 산소 이온 방출선인 [O III] 4시간이다. 협대역 영상은 넓은 범위의 빛을 한꺼번에 받는 대신 특정 이온이 내놓는 좁은 파장대만 골라, 성운 속 가스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새 [S II] 영상의 시상은 0.50±0.01초각이었다. 시상은 지구 대기의 흔들림 때문에 점처럼 보여야 할 천체가 얼마나 퍼져 보이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값이 작을수록 세부 구조가 또렷하다. 기존 영상의 시상은 0.9∼1.3초각이었으므로 이번 영상은 시상 기준 약 1.8∼2.6배, 간단히 말해 약 2배 안팎 개선됐다.

그 결과 연구진은 이전보다 최소 한 자릿수 이상, 통상적으로 약 10배 많은 [S II] 필라멘트를 식별했다. 여기서 10배는 공간해상도나 망원경 성능이 10배 향상됐다는 뜻이 아니다. 동일한 검출 절차로 전체 수를 정밀하게 센 결과도 아니다. 연구진이 새 영상을 육안검사했을 때 식별할 수 있는 필라멘트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표현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필라멘트의 내부 모습이었다. 방사형으로 뻗은 가느다란 줄기는 매끈하게 이어진 가스가 아니라 작은 매듭 또는 덩어리가 잇따른 구조로 나타났다. 일부 필라멘트에서만 생긴 예외가 아니라 전반에서 관찰되는 일반적인 형태였다. 영상에서는 매듭 사이가 약 1∼6초각 떨어져 보였지만, 여러 필라멘트가 시선 방향으로 겹칠 수 있어 한 필라멘트 안의 고유한 규칙적 간격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간신히 분해된 1000억㎞짜리 ‘진주’

약 30개 필라멘트의 중앙 단면에서 측정한 [S II] 폭은 약 0.68초각이었다. 영상의 흐림을 나타내는 0.50초각보다 조금 큰 정도다. 연구진은 이 흐림 효과를 제거하는 디컨볼루션과 Pa 30의 거리 2.3±0.1kpc, 약 7500광년을 이용해 매듭의 대표 지름을 약 0.6초각, 약 1016㎝로 추정했다. 이는 Pa 30 반지름의 약 0.7%다.

다만 매듭은 관측 한계에서 간신히 공간 분해됐다. 약 1016㎝라는 값은 각 매듭을 정밀하게 재어 얻은 확정 지름이 아니라 흐림 보정과 거리값에 의존한 대표 규모다. 매듭 하나에 태양에서 해왕성 궤도까지의 행성 영역 지름을 약 11번 넣을 수 있다는 비유는 크기를 체감하게 하지만, 측정의 불확실성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O III] 영상에서는 또 다른 단서가 나왔다. 과거에는 퍼진 빛처럼 보였던 산소 방출이 [S II] 필라멘트와 공간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황과 산소가 내는 빛이 같은 필라멘트 구조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O III] 영상의 시상은 0.85±0.02초각으로 [S II] 영상보다 나빴고 신호대잡음비도 낮았다. 따라서 산소 영상에서 매듭 자체의 크기까지 독립적으로 분해한 것은 아니다.

어떤 힘이 가스를 진주 목걸이로 만들었나

Pa 30은 낮게 추정된 최대광도, 비교적 느린 분출물, 수소와 헬륨의 부족, 살아남은 것으로 보이는 중심별 등을 근거로 Iax형 열핵 초신성과 연결돼 해석된다. Iax형은 일반적인 Ia형과 구별되는 열핵 초신성 부류다. 다만 그 전구체와 정확한 폭발 경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Pa 30과 1181년 객성의 연결도 강력하지만 완전히 확정된 신원은 아니다.

새로 드러난 매듭을 무엇이 만들었는지도 결론 나지 않았다. 후보에는 밀도가 다른 유체가 가속될 때 경계가 뒤섞이는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 속도가 다른 유체층 사이에서 물결과 소용돌이가 자라는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 가스의 냉각 차이가 밀도 구조를 키우는 열적 불안정성, 그리고 강한 항성풍과 별 주위 물질의 밀도차가 있다.

중앙별의 항성풍은 약 1만6000㎞/s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의 바람이 기존 가스 덩어리를 깎아 꼬리를 만들었다는 단순한 모형은 필라멘트가 거의 탄도적으로 팽창하는 모습과 준규칙적인 매듭 배열을 자연스럽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밀도비 1대 5000, 속도차 1000㎞/s, 규모 1016㎝를 가정한 계산에서는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의 성장시간이 약 160년으로 나왔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잔해의 나이와 비교하면 다소 빠듯하다. 특정 조성과 냉각계수를 가정한 냉각시간 약 1개월도 관측으로 직접 잰 값이 아니라 모형 계산값이다.

필라멘트 사이의 희미한 빛 역시 실제 확산가스인지, 검출 한계보다 어두운 수많은 필라멘트가 겹쳐 보이는 것인지 아직 구분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의 의미는 원인을 골라냈다는 데 있지 않다. 경쟁하는 각각의 유체역학 모형에 ‘약 1016㎝ 크기의 구슬이 이어진 구조를 재현하라’는 시험 조건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폭발 뒤 중심별은 얼마나 튕겨 나갔나

연구진은 선형 구조의 방향을 찾아내는 롤링 허프 변환을 필라멘트에 적용한 뒤 방향을 거꾸로 연장했다. 그 결과 성운의 기하학적 중심은 중앙별 IRAS 00500+6713의 Gaia 위치와 약 1초각 안에서 일치했다. 분석상 두 위치의 분리는 3σ, 즉 통계적으로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범위에서 1.1초각 미만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제한한 폭발 반동속도의 하늘면 성분은 3σ에서 14㎞/s 미만이다. 이는 반동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구에서 보이는 좌우 방향으로 크게 튕겨 나간 흔적이 없다는 뜻이다. 반동 방향이 3차원에서 모든 방향으로 같은 확률이라는 가정을 더하면 전체 속도의 3σ 상한은 94㎞/s 미만이다. 이 값은 직접 측정한 3차원 속도가 아니다. 중앙별의 시선방향 속도는 강한 항성풍 탓에 방출선이 지나치게 넓어 정밀하게 측정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Pa 30을 1181년 초신성의 잔해로 처음 증명한 작업이 아니다. 가장 유력한 잔해 내부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필라멘트가 있고, 그 줄기들이 다시 작은 가스 매듭의 연쇄로 이뤄졌음을 밝힌 연구다. 논문은 2026년 10월 5일 공개됐으며 《The Astrophysical Journal》 게재 논문으로 발표됐다. 다만 공개된 arXiv v1에는 게재 예정으로 표기됐다. 다음 과제는 더 높은 해상도의 관측과 분광 자료로 매듭의 규모를 다시 확인하고, 황과 산소를 품은 진주 목걸이가 어떤 물리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 가려내는 일이다.

자료: Center for Astrophysics | Harvard & Smithsonian,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Austria, University of Warwick, 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 NSF NOIR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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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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