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억6500만 년 전 ‘오리너구리 몸·수달 꼬리’로 헤엄친 메가카우다…설골·입천장 구조가 밝힌 삼킴의 진화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9 06:41
큰 꼬리보다 작은 목 안의 뼈가 결정적 단서…젖 빨기 자체 아닌 관련 해부장치의 최소연대 확인
기사 대표 이미지
Jonathan Chen

물가를 헤엄치는 몸길이 약 0.5m의 털북숭이 사냥꾼을 떠올려 보자. 골반과 긴 발은 오리너구리를, 넓적한 꼬리는 수달을 닮았고 입에는 미끄러운 먹이를 붙잡을 만한 강한 송곳니가 돋아 있었다. 사람 눈에는 작은 치와와나 현생 오리너구리 정도인 체중 1∼2kg의 동물이지만, 현재 화석으로 알려진 쥐라기 포유형류 가운데서는 가장 큰 축에 들었다. 그런데 이 동물의 진화사를 밝힌 결정적 단서는 눈에 띄는 큰 꼬리가 아니었다. 두개골 아래 제자리 가까이에 남은 작은 설골과 입천장 구조였다.

국제 연구진은 중국 내몽골 닝청현 샤잉쯔 인근의 중기 쥐라기 지층에서 나온 거의 완전한 골격을 신속·신종 Megacauda sungei(메가카우다 순게이)로 명명하고 2026년 10월 7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동물이 살았던 시기는 약 1억6800만∼1억6300만 년 전이다. 속명 Megacauda는 ‘큰 꼬리’를 뜻하며, 종명 sungei는 중국 고생물학자 쑨거를 기린 이름이다.

메가카우다는 현생 포유류 자체가 아니라 포유형류, 즉 현생 포유류와 가까운 멸종 친척에 속하는 도코돈트류다. 오리너구리의 조상이나 고대 수달도 아니다. 서로 먼 계통의 동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닮은 몸을 독립적으로 갖추는 수렴의 사례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말하는 ‘젖 빨기의 기원’ 역시 젖 빨기가 바로 이때 처음 탄생했다는 뜻이 아니다. 관련 근골격 장치가 존재한 최소연도를 중기 쥐라기까지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물속 생활을 말해 주는 꼬리와 발

연구진은 넓고 납작한 꼬리의 윤곽, 폭이 넓은 H자형 꼬리척추, 짧은 뒷다리와 상대적으로 긴 발, 길게 뻗은 바깥쪽 발가락과 골반 구조를 종합해 메가카우다를 반수생 동물로 해석했다. 앞다리로 물을 젓고 꼬리를 물결치듯 움직이며, 뒷다리로 방향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복원도 제시됐다. 다만 이는 뼈의 형태와 현생 동물의 해부 구조를 비교해 추론한 운동 방식이다. 실제로 헤엄치는 행동이 화석에 남은 것은 아니며, 넓은 발과 사지가 굴을 파는 데도 쓰였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먹이의 흔적은 이 동물이 작은 동물을 사냥했을 가능성을 보강했다. 두개골에는 강한 송곳니와 고기를 자르는 데 적합한 전단형 볼니가 있었다. 복부에서 위장이 있었을 자리에는 작은 척추동물의 뼛조각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뼛조각이 어떤 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고기나 도롱뇽 등을 특정해 실제 먹잇감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메가카우다는 현재 알려진 가장 이른 반수생 포유형류 사례 중 하나다. 앞서 알려진 반수생 도코돈트류도 약 1억6400만∼1억590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돼 두 화석의 연대 경계가 가깝다. 따라서 메가카우다를 ‘최초의 수생 포유류’라고 부르는 것은 분류와 선행 발견을 모두 단순화하는 표현이다. 분명한 점은 쥐라기 포유형류가 작고 획일적인 육상 벌레잡이만으로 이뤄진 집단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젖은 사라져도 근육이 붙었던 뼈는 남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일반적인 의미의 목뼈인 경추가 아니라 설골 장치와 입천장·인두 주변의 뼈 구조다. 설골은 사람에게도 있는 뼈로, 혀뿌리와 후두 주변 근육을 받친다. 다른 뼈와 직접 관절하지 않고 근육과 인대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화석에서 제 위치와 형태를 온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현생 포유류는 씹은 음식을 식괴, 즉 삼키기 알맞은 한 덩어리로 만든 뒤 인두를 거쳐 식도로 넘긴다. 이때 설골과 연한입천장, 인두 근육은 음식과 액체를 이동시키고 기도를 보호한다. 새끼가 입안의 압력을 낮추는 음압으로 젖을 빨아들이고 넘길 때도 이 장치가 작동한다. 악어가 큰 먹이를 충분히 씹지 않고 넘기는 모습과 달리, 포유류의 ‘씹은 뒤 삼키는 목구멍’에는 여러 구조가 정밀하게 협력하는 셈이다.

메가카우다의 입천장에서는 현생 수류 포유류와 닮은 한 쌍의 작은 갈고리형 돌기와 원시 포유형류에서 알려진 뼈 융기가 함께 발견됐다. 연구진은 설골과 이 구조들에 붙었을 근육을 비교해, 씹은 먹이를 덩어리로 넘기고 액체를 이동시키는 근육성 인두와 연한입천장 장치를 복원했다. 젖이나 젖샘, 젖꼭지, 새끼의 수유 행동이 화석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젖과 근육은 좀처럼 남지 않지만, 이들을 움직인 근육이 붙었던 뼈는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기능해부학적 추론이다.

갈고리형 돌기와 원시적 뼈 융기가 한 개체에 함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이 조합이 현대형 돌기가 원시적 융기에서 그대로 바뀌었다는 단순한 진화 가설과 맞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삼킴 장치의 변화가 한 구조가 다른 구조로 곧장 교체되는 일직선의 과정만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검은 암반 속 퍼즐을 원소 지도로 찾다

표본 PMOL-AM00026은 랴오닝고생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뼈가 어두운 셰일 속에 묻혀 있어 일반 촬영만으로는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큰 화석판을 촬영 가능한 조각으로 나눈 뒤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 형광분석(XRF)을 적용하고 골격을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XRF는 물질을 이루는 원소의 분포를 영상으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검은 암반과 검은 뼈가 겹친 퍼즐에서 원소 지도를 이용해 조각의 윤곽을 찾아낸 셈이다.

포유류와 비슷한 설골 장치는 2019년 같은 도코돈트류인 Microdocodon gracilis에서도 이미 보고됐다. 메가카우다가 ‘최초의 포유류형 설골’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의 진전은 설골만 떼어 본 것이 아니라 입천장과 인두 주변 구조를 한 개체에서 함께 분석해 삼킴 장치의 기능적 복원을 넓혔다는 데 있다.

한 점의 화석이 남긴 답과 질문

해석의 한계도 분명하다. 연구는 거의 완전하지만 정형표본 한 점에 의존한다. 성별과 성장 단계, 개체차를 종 전체의 특징과 구분하기 어렵다. 연한입천장과 인두근 전체가 그대로 보존된 것도 아니다. 남은 뼈와 근육 부착 구조, 일부 연조직 흔적을 현생 포유류와 비교해 배치를 복원했다. 실제 새끼가 어떤 자세와 방식으로 젖을 먹었는지, 물과 육지에서 각각 얼마나 오래 활동했는지도 알 수 없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도 현생 포유류 구조와의 유사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부 영상을 더 높은 해상도로 확인하고, 사지뼈 내부의 미세구조를 추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중 활동과 육상 활동의 비중을 더 구체적으로 가르는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메가카우다는 서로 다른 두 진화의 장면을 한 몸에 담고 있다. 넓적한 꼬리와 긴 발은 쥐라기 포유형류가 이미 물가라는 새로운 생활 공간에 진출했음을 보여준다. 목 안의 작은 설골과 입천장 돌기는 그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음식을 씹어 안전하게 삼키고 액체를 넘기는 포유류식 장치가 늦어도 약 1억6800만∼1억6300만 년 전에는 갖춰져 있었음을 시사한다. 화석이 붙잡은 것은 젖 빨기의 탄생 순간이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몸의 장치가 이미 작동할 준비를 마쳤던 최소연대다.

자료: Nature Portfolio, 시카고대학교, 선양사범대학교, 본대학교, 오하이오대학교, 랴오닝고생물박물관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