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7 eV 넘은 전도성 산화물 박막…6.71 eV 채널로 다이오드·트랜지스터 시연

전기가 흐르려면 전자가 에너지의 벽을 넘어 움직여야 한다. 벽이 높으면 높은 전압을 견딜 잠재력은 커지지만, 정작 전자까지 붙잡혀 재료가 절연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 코넬대학교 중심 연구진은 이 벽에 해당하는 밴드갭이 7.0 eV를 넘는 코런덤형 α-(AlₓGa₁₋ₓ)₂O₃ 박막에 실리콘을 넣어 실온에서 움직이는 전자를 만들었다. 이어 별도로 밴드갭 6.71 eV인 채널을 이용해 쇼트키 다이오드와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작동도 시연했다.
여기서 7 eV는 7 V로 작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자 하나가 넘어야 하는 에너지 차이를 나타내며, 빛의 파장으로 환산하면 약 177 nm로 눈에 보이는 보라색보다 훨씬 짧은 진공자외선 영역에 해당한다. 또 7 eV 초과 전도성 박막과 6.71 eV 소자는 서로 다른 조건에서 얻은 결과다. 이번 성과를 ‘7 eV 초과 트랜지스터의 완성’으로 부를 수 없는 이유다.
높은 벽이 전자를 붙잡는 역설
밴드갭이 큰 반도체는 높은 전압을 다루는 전력소자 후보로 주목받는다. 이상화된 재료 지표인 발리가 성능지수는 밴드갭 E₉의 대략 5.5제곱에서 6제곱에 비례하는 관계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는 이동도와 유전율, 도핑농도, 접촉, 결함, 방열 조건이 같다고 보는 재료 차원의 지표다. 밴드갭 숫자만으로 실제 효율이나 소자 성능이 몇 배 좋아진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전도성이다. 반도체에 실리콘 같은 도너를 넣으면 이동 가능한 전자를 공급할 수 있지만, 밴드갭이 커질수록 도너 전자가 원자에 묶이는 캐리어 동결과 전하를 상쇄하는 결함이 심해질 수 있다. 연구진이 해결하려 한 것은 단순히 넓은 밴드갭을 가진 산화물을 성장시키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이동하는 전자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연구진은 실리콘을 도핑한 α-(AlₓGa₁₋ₓ)₂O₃에서 홀 효과를 측정해 이동 전자와 n형 전도를 확인했다. 밴드갭 6 eV 초과 영역의 실온 전도도는 종전 α-(Al,Ga)₂O₃ 보고보다 1억 배 이상 높았다. 이는 거의 절연체에 가까웠던 같은 재료계의 선행 결과와 비교한 상대값이다. 구리처럼 전기가 잘 흐른다거나 SiC·GaN을 비롯한 모든 반도체보다 1억 배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안정적인 전도성 성장은 알루미늄 조성 x가 0.58 이하인 범위, 밴드갭으로는 약 7.0 eV까지 보고됐다. 연구진은 7.0 eV를 넘는 전도성 박막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재료계의 밴드갭 자체는 조성에 따라 약 5.4~8.6 eV로 조절할 수 있지만, 그 전 범위에서 전도성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리 산화한 분자선으로 층마다 조건을 달리하다
박막은 m면 사파이어 기판 위에서 서브옥사이드 분자선 에피택시(S-MBE)로 성장했다. 에피택시는 기판의 결정 배열을 따라 얇은 결정막을 쌓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원소 상태의 갈륨과 실리콘 대신 미리 산화된 Ga₂O와 SiO 분자선을 사용하고, 조성과 성장온도가 다른 여러 완충층·채널층·접촉층을 순서대로 쌓았다.
사파이어는 보통 절연체로 쓰이는 Al₂O₃지만, 이번 결과는 사파이어 자체를 도체로 바꾼 것이 아니다. 사파이어와 α-(Al,Ga)₂O₃가 코런덤 결정구조를 공유한다는 점을 이용해 그 위에 별도의 전도성 박막을 성장시켰다. 연구진은 직경 최대 640 mm의 사파이어 결정 사례처럼 산업적으로 큰 결정과 웨이퍼가 공급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다만 고진공과 정밀한 분자선 제어가 필요한 S-MBE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기판 공급성이 곧 저가 에피웨이퍼나 저가 소자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검증에는 여러 분석법이 동원됐다. 홀 효과로 전자의 이동과 n형 전도를, 진공자외선 분광 타원계로 밴드갭을 확인했다. X선 회절과 원자힘현미경은 결정상과 표면을 살폈고,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은 층간 구조와 전위를 관찰했다. 이차이온질량분석과 원자탐침단층촬영으로는 실리콘·알루미늄·갈륨의 분포를 추적했다. 밀도범함수이론 계산을 통해 조성과 전자농도에 따른 이동도도 검토했다.
분석 결과 계면은 원자 수준에서 날카롭고 평탄했지만, 사파이어와 박막 사이 및 일부 재성장 계면에서는 격자부정합 전위도 관찰됐다. 서로 다른 결정의 격자가 완전히 맞지 않아 생기는 선형 결함이다. 매끈해 보이는 도로에도 균열선이 남은 셈으로, 이런 결함이 누설전류와 이동도, 장기 신뢰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 확인해야 한다.
6.71 eV 채널에서 확인한 ‘전류 밸브’
소자에는 조성이 α-(Al₀.₅₁Ga₀.₄₉)₂O₃이고 밴드갭이 6.71 eV인 채널이 쓰였다. AlphaDiode는 금속과 반도체 사이 장벽을 이용해 전류를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쇼트키 다이오드다. AlphaFET은 게이트에 건 전압으로 채널 전류를 조절하는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이며, 학회 자료에서는 MESFET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공식 학회 초록에서 AlphaDiode가 10⁷을 넘는 온·오프비와 약 12 MV/cm의 횡방향 항복전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온·오프비는 켰을 때와 껐을 때 흐르는 전류의 비율이고, 항복전계는 재료가 버틴 전기장의 세기다. 약 12 MV/cm는 항복전압이 아니라 횡방향 소자에서 측정한 전계 값이다. AlphaFET은 게이트 전압에 따라 전류가 달라졌으며, 문턱전압 약 1 V의 정상차단형 동작을 보였다. 전압을 따로 가하지 않은 기본 상태에서 꺼져 있는 방식이다.
이 수치들은 동료심사를 거친 논문 본문의 전체 조건과 오차 범위가 아니라 연구진의 공식 학회 초록에서 확인된 결과다. 더욱이 현재 전류밀도는 재성장 계면의 접촉저항과 접근저항에 제한된다고 연구진 스스로 밝혔다. 전류를 한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밸브와 게이트로 여닫는 밸브를 만든 것이지, 고전력 상수도망 전체를 완성한 것은 아니다.
절연체의 경계를 넓혔지만 상용화 문턱은 남았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절연체에 가까워지던 7 eV 부근에서도 제어 가능한 n형 전도의 경계를 넓혔다는 데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은 밴드갭과 전도도, 이동도, 소자 성능은 모두 같은 박막에서 동시에 얻은 값이 아니다. 예컨대 최고 실온 이동도 최대 90 cm²·V⁻¹·s⁻¹은 알루미늄이 없는 α-Ga₂O₃에서 측정된 값으로, 6.71 eV 채널이나 7 eV급 시료의 성능으로 옮겨 쓸 수 없다.
넓은 밴드갭에서 캐리어 동결도 사라지지 않았다. 특정 시료 A27은 300 K에서 200 K, 섭씨로 약 27도에서 영하 73도로 냉각했을 때 면저항이 약 10배 증가했다. 현재 확인된 전도 방식도 n형이다. 안정적이고 이동도가 높은 p형 도핑이나 p–n 접합은 제시되지 않았다. α-Ga₂O₃가 일반적인 벌크 안정상인 β-Ga₂O₃와 달리 준안정상이라는 점도 두꺼운 드리프트층 성장과 후속 열처리, 대면적 균일성 검증의 필요성을 키운다.
상용화를 판단하려면 실제 항복전압과 비온저항, 고전류 동작, 스위칭 손실, 방열, 고온 수명, 반복 항복, 문턱전압과 접촉의 안정성, 웨이퍼 전면 균일도와 수율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공개 자료에서는 이 조건들이 입증되지 않았다. 논문 발표 이틀 뒤인 2026년 10월 9일 기준 다른 연구팀의 독립 재현이나 재현 실패, 정식 반론도 확인되지 않았다. 원시 데이터 역시 공개 저장소에서 일괄 제공되지 않고 교신저자 요청 방식이어서 광학모델과 불확도를 제3자가 즉시 재분석하는 데 제약이 있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기반은 주로 밴드갭 약 4.8 eV의 β-Ga₂O₃ 전력반도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MOCVD 에피 성장 장비와 소재, MOSFET 공정의 국산화 및 조각·2인치·4인치 웨이퍼 공정을 발표했다. 국내 연구개발 기록에는 2.5 kV급 소자와 일괄공정·신뢰성 평가 기술 개발도 포함돼 있지만 이는 과제 목표다. 이번 코런덤형 α-(Al,Ga)₂O₃와는 결정상·조성·성장법이 다르며, 국내에서 7 eV 초과 박막의 독립 재현이나 이를 이용한 소자 제작·양산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 일부는 S-MBE와 이번 박막·소자 구조에 관한 특허 또는 미국 가출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구 오류의 증거는 아니지만 상업적 이해관계로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이번 연구가 연 것은 완제품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재료 영역의 문이다. 그 문을 통과해 실제 전력칩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더 큰 전류와 전압, 열과 시간, 대면적 제조를 견디는 후속 검증에 달렸다.
자료: 코넬대학교·미국진공학회·한국전자통신연구원·미국 에너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