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토륨-229 원자핵이 레이저를 붙잡았다…상온 결정으로 연 ‘핵시계’ 시대

쌀알보다 짧은 결정 하나가 레이저의 ‘색’을 스스로 바로잡는 기준이 됐다. 빈공대·독일 연방물리기술원 연구팀과 중국의 독립 연구팀은 2026년 10월 7일 토륨-229 원자핵의 흡수 신호로 레이저 주파수를 자동 보정하는 폐루프 핵시계를 각각 발표했다. ‘원자핵이 레이저를 붙잡았다’는 말은 핵이나 결정을 공간에 포획했다는 뜻이 아니다. 레이저가 핵공명에서 벗어날 때 흡수량의 차이를 읽고 주파수를 다시 공명점에 맞추는 주파수 잠금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두 장치의 초침에 해당하는 빛은 초당 약 2,020조 번 진동한다. 파장은 약 148.4 nm로, 눈에 보이지 않고 공기 중에서도 강하게 흡수되는 진공자외선(VUV)이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이 빛으로 핵전이를 한 번 관측했다는 데 있지 않다. 과거에는 외부 시계에 맞춘 레이저로 핵전이를 여기하고 측정했다면, 이번에는 핵흡수선 자체가 오차 신호를 만들어 레이저의 장기 표류를 직접 고쳤다. 외부 기준이 가리키는 핵을 바라보던 단계에서, 핵이 레이저를 계속 조종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왜 수많은 원자핵 가운데 토륨-229인가
원자시계는 원자 내부에서 정해진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의 진동수를 시간의 기준으로 삼는다. 핵시계는 전자 대신 원자핵의 전이를 기준으로 쓴다. 그러나 일반적인 핵 들뜸 에너지는 수십 keV에서 MeV에 이르러 광학 레이저로 직접 다루기 어렵다. 토륨-229의 첫 번째 이성질핵 상태는 약 8.4 eV로 비정상적으로 낮다. 이성질핵은 같은 원자핵이 에너지만 더 높은 상태에 머무는 경우를 뜻한다. 덕분에 약 148 nm의 레이저 기술로 핵전이에 접근할 수 있다.
이 낮은 에너지 상태는 1976년 감마선 자료에서 처음 추정됐다. 이후 에너지값 수정과 2016년 내부전환전자 검출, 2023년 복사 붕괴 관측, 2024년 직접 레이저 여기와 원자시계 주파수 연결을 거쳐 2026년 폐루프 핵시계로 이어졌다. 2024년에도 토륨 핵전이를 레이저로 직접 여기하거나 스트론튬 원자시계와 주파수비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핵흡수 신호가 레이저를 계속 보정하도록 피드백 고리를 닫은 것은 이번 두 연구의 진전이다.
토륨 전이는 암흑물질 탐색 후보로도 주목받는다. 약 8.4 eV라는 값은 MeV 규모의 전자기적 기여와 강한 상호작용 관련 기여가 거의 상쇄되고 남은 작은 잔액으로 해석된다. 거대한 두 금액을 맞춰 보고 남은 잔액처럼, 어느 한쪽이 조금만 달라져도 잔액의 상대적 변화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기본상수가 미세하게 흔들릴 때 토륨 핵전이가 그 변화를 확대해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65피코와트와 10마이크로와트, 서로 다른 길로 같은 잠금 구현
빈공대·독일 연방물리기술원팀은 1,187 nm 적외선의 주파수를 8배 높여 약 148 nm 진공자외선을 만들었다. 상온에서 사용한 불화칼슘 결정은 지름 3.1 mm, 길이 4.2 mm였다. 작은 것은 토륨-229가 들어 있는 감응 결정이며, 레이저와 광공진기, 주파수 변환기, 진공 챔버, 검출기, 주파수 빗을 포함한 장치 전체는 실험실 규모다.
결정 뒤 검출기에 도달한 진공자외선 출력은 65 pW였다. 1 pW는 1조분의 1 W다. 이 약한 빛에서 선택한 핵전이가 만든 흡수율은 0.75%에 불과했지만, 연구팀은 1초 측정에서 약 17의 신호대잡음비를 얻었다. 흡수선 양쪽 주파수를 번갈아 비추고 밝기 차이를 오차 신호로 삼았다. 들뜬 핵이 수백 초 뒤 내놓는 형광을 기다리는 대신 투과광 변화를 즉시 읽어, 형광 방식보다 초당 신호 광자 수를 약 1,000배 늘렸다는 설명이다.
핵 기준으로 잠긴 레이저는 주파수 빗과 광섬유 링크를 거쳐 오스트리아 연방도량형측량청의 Yb⁺ 단일이온 시계와 비교됐다. 불안정도는 평균시간을 τ초라고 할 때 3×10⁻¹²/√(τ/s)로 줄었고, 약 하루 평균에서는 10⁻¹⁵에 접근했다. 이를 일상적으로 환산하면 약 3천만 년에 1초꼴이지만, 실제로 3천만 년 동안 정확도를 검증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 동안 평균한 분수 주파수 불안정도이며, 모든 계통오차를 평가한 절대 정확도도 아니다.
중국팀은 약 600°C의 카드뮴 증기에서 375 nm 광자 두 개와 710 nm 광자 한 개를 공명 증강 4파 혼합했다. 여러 색의 빛을 매질 안에서 결합해 새로운 주파수의 빛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렇게 10 μW의 148.4 nm 빛을 생성했고, 결정 앞에는 약 5 μW를 전달했다. 최적화 과정에서 투과·검출된 평균 출력은 350 nW였다. 세 값은 각각 생성부, 결정 앞, 검출부라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측정된 출력이다.
중국팀 역시 토륨-229를 넣은 불화칼슘 결정의 주파수변조 흡수 신호를 피드백에 사용했다. 최적화한 최종 불안정도는 5×10⁻¹³/√(τ/s)였고 측정 구간에서 10⁻¹⁵ 수준까지 감소했다. 다만 이는 피드백 내부의 기록으로 계산한 결과다. 연구팀은 별도로 측정한 극저온 실리콘 공동 기준의 잡음이 충분히 작아 핵시계 성능을 충실히 반영한다고 설명했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장기 외부 측정과 같은 증거로 볼 수는 없다.
두 시계의 엇박자를 찾았지만 암흑물질은 나오지 않았다
빈공대팀은 토륨 핵시계와 Yb⁺ 원자시계의 주파수비를 약 23시간 비교했다. 초경량 스칼라 암흑물질이 기본상수를 주기적으로 흔든다면 두 시계가 똑같이 움직이지 않아 미세한 ‘엇박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연구팀은 약 20초에서 1일까지의 주기를 검색했지만 5% 거짓경보 문턱을 넘는 진동을 찾지 못했다. 암흑물질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조사한 범위에서 특정 크기 이상의 신호가 없다는 95% 신뢰수준의 상한을 세운 영 결과다.
해석에는 조건이 붙는다. 해당 입자가 암흑물질의 대부분을 이룬다는 가정이 필요하고, 토륨 전이의 민감도도 핵구조 불확실성 때문에 확정값이 아니다. 연구진은 10⁴∼10⁵를 대표 민감도 계수로 사용했으며 공개 자료에는 10³의 경우도 포함했다. 광자 결합 제한은 기존 최고 수준 원자시계 탐색과 비슷했고, QCD 척도와 위·아래 쿼크 질량의 결합은 채택한 모형 아래 기존 원자시계보다 100∼1,000배 더 깊은 매개변수 영역에 도달했다. 이는 모든 종류의 암흑물질 제약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뜻이 아니다.
최고의 시계보다 먼저 풀어야 할 ‘결정의 흔들림’
이번 핵시계는 현재 최고 광원자시계를 정확도에서 능가했다고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실험은 핵도 고체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줬다. 빈공대 장치에서는 결정 속에서 레이저가 지나가는 위치에 따라 공명 중심이 최대 1.7 kHz 달라졌고, 날짜가 다른 운전 사이의 재현성은 약 5×10⁻¹³으로 제한됐다. 연구진은 국소 변형과 도핑 불균일을 가능성으로 추정했지만 원인을 확정하지 않았다. 실온 부근에서 해당 전이의 온도계수도 295 K 기준 1.8 kHz/K로 측정됐다.
중국팀의 결정 역시 완벽히 투명하지 않았다. 초기 S1 결정의 148 nm 투과율은 약 1%, 개선된 TS1도 7%였다. 좁은 핵전이 아래 나타난 넓은 바닥 구조의 미시적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높은 토륨 농도는 신호를 키우지만 방사선 손상과 결함, 불균일 선폭, 투과도 저하를 부를 수 있어 농도만 높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두 독립 연구팀이 같은 종류의 고체 결정에서 거의 동시에 폐루프 작동을 확인했다는 점은 결과의 무게를 더한다. 그러나 다른 결정 물질,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운전, 서로 다른 실험실 사이의 10⁻¹⁸급 일치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번 성과는 완성된 최고 성능 시계의 등장이 아니라, 원자핵의 전이가 실제 레이저를 지속해서 조종할 수 있다는 작동 원리를 세운 데 있다. 이제 핵시계가 정밀한 시간 기준과 기본상수 변화 탐색기로 성장하려면 결정의 위치·온도·결함이 만드는 흔들림을 통제하고 장기 재현성을 증명해야 한다.
자료: 빈공대, 독일 연방물리기술원, 오스트리아 연방도량형측량청, 칭화대학교, 베이징양자정보과학원, 중국 국가계량원, 중국과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