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의 색깔보다 중요한 것은 쓰임의 자리다

이번 연구에서 필자의 눈을 끈 것은 폐자원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발견은 같은 수소라도 무엇을 대신하고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기후 성적표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소를 생산 방식에 따라 여러 색으로 구분하고 인증 기준을 통과했는지를 묻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탄소 감축은 연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선택이 없었다면 어떤 배출이 일어났을까’를 비교하는 문제다.
공장 문 앞에서 계산을 멈추면 안 된다
이화여대 연구팀은 폐자원을 수소로 전환하는 8개 경로를 분석해, 기존 폐기물 처리 방식과 수소 사용처에 따라 감축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핵심은 전 과정 평가다. 전 과정 평가는 원료 확보부터 생산·운송·사용까지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한 장부에 적는 계산법이다. 폐기물이 원래 소각될지, 매립될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지까지 기준선에 포함해야 비로소 실제 이득을 말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세계적으로 수소를 단순한 색깔 대신 온실가스 배출 강도로 평가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수소는 사용하는 순간 탄소를 내놓지 않더라도 생산에 필요한 열과 전기가 화석연료에서 왔다면 배출을 앞단으로 옮겼을 뿐이다. 반대로 생산 단계의 인증 기준을 넘지 못한 수소라도 수송·발전·철강에서 더 많은 화석연료 사용을 밀어낸다면 현실적인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과 실제 감축 효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증은 출발선, 자원 배분은 감축량 중심으로
그렇다고 인증 문턱을 낮추자는 뜻은 아니다. 기준이 느슨하면 폐기물 감축을 명분으로 비효율적인 설비가 고착되고, 재활용할 자원까지 연료로 돌리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폐기물의 종류와 선별 상태, 공정에 투입되는 에너지, 부산물 처리까지 투명하게 추적하지 않으면 계산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청정수소 인증과 별도로 ‘대체 효과’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수소 1킬로그램의 생산 배출량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어떤 폐기물을 줄이고, 어떤 화석연료를 대신해 최종적으로 얼마를 감축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지원도 수소라는 이름에 일괄 지급하기보다 검증된 전 과정 감축량과 재활용 체계 훼손 여부에 연동해야 한다. 폐자원 수소의 가치는 만능 해법이라는 데 있지 않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큰 감축이 가능한 자리에 배치하도록 판단 기준을 정교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