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고조파 공진, THD 하나로는 부족…차량·급전계통 함께 봐야

전기철도의 전력 상태가 전체 수치상 양호해 보여도 특정 주파수에서 차량과 급전설비가 맞물리면 고조파가 커질 수 있어, 총고조파왜형률만으로는 공진 위험을 충분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차와 전차선, 변전설비를 하나의 결합된 계통으로 보고 운행 전에 취약 조건을 찾아내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조파는 전기의 기본 주파수에 정수배 주파수 성분이 섞여 전압이나 전류의 파형이 일그러지는 현상이다. 총고조파왜형률(THD)은 이런 일그러짐을 하나의 비율로 합산한 값이다. 계통의 전반적인 전력품질을 살피는 데 유용하지만, 어느 차수의 고조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와 특정 주파수에서 증폭이 일어나는지는 이 수치 하나로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철도 급전계통은 일정한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환경과 차이가 있다. 열차가 이동하면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고, 회생제동 때에는 제동 과정에서 생긴 전력을 다시 계통으로 보낸다. 차량 종류와 편성, 운행 간격, 변전소 운전방식, 전차선 길이가 달라지면 전기적 조건도 함께 바뀐다. 같은 수준의 전체 왜형률이라도 특정 고조파 주파수와 계통의 공진 주파수가 겹치는지에 따라 실제 위험은 달라질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철도의 건설기준에 관한 규정」 제28조 제2항은 수전계통의 고조파 허용기준을 전기사업자의 공급약관에 준용하도록 정한다. 이 규정에서는 차량과 급전계통이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공진을 별도로 판정하는 수치기준이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급 전력의 전체 왜형 정도를 확인하는 단계와 철도 고유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단계를 함께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 철도 현장을 다룬 IEEE 연구도 급전계통의 구조가 공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연구는 2×25㎸ 철도에서 150~3750㎐의 주파수를 주입해 시험했다. 측정 위치를 바꿔도 공진주파수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급전선 길이가 바뀌자 공진주파수는 뚜렷하게 이동했다. 어느 지점에서 측정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노선과 급전선의 구성 자체를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는 결과다.
다른 IEEE 연구는 차량의 전력변환기와 보조전원을 고조파 발생원으로 제시했다. 공진으로 고조파가 증폭되면 전압왜곡이 커지고 궤도회로나 통신선에 전자기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에서 고조파 관리는 단순한 전력 손실 문제가 아니라 신호와 통신을 포함한 운행 설비의 안정성과 연결되는 사안인 셈이다. IEEE 1653.3-2021도 철도 급전계통을 위한 별도의 모델링·분석 절차를 제시한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IEC TR 61000-3-6:2008은 중·고·초고압 계통에 연결되는 왜곡설비를 평가할 때 차수별 고조파와 상호고조파, 여러 실제 운전상태를 고려하도록 한다. 계통 임피던스가 공진 때문에 커지는 경우와 설비·계통 사이의 공진도 기준 초과 원인으로 명시한다. 단순화된 가정만으로 모든 고조파 상황에 대한 최적 해법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밝힌다. 임피던스는 교류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로, 주파수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다.
유럽연합 철도 에너지 기술기준도 급전계통과 차량의 상호작용이 전기적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관련 평가 기준을 의무적으로 참조한다. 2025년에는 안정도와 고조파를 별도로 다루는 EN 50388-2:2025가 유럽 표준 목록에 추가됐다. 전체 왜형률의 통과 여부를 넘어 차량, 선로, 급전설비와 실제 운행조건을 함께 평가하는 방향이 강화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취약구간에 저감설비를 설치하는 사후 대응과 함께 차수별 고조파 성분, 주파수별 계통 임피던스, 차량 특성, 편성과 운행조건의 변화를 사전에 검토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새 차량 투입이나 운행계획 변경, 급전선 구성 변화가 공진 조건을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해야 위험을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자료: 한국철도공사, 국토교통부, 국가법령정보센터, 국제전기기술위원회, IEEE,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