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물 부지선정 절차 구체화…2027년 후보지 공모 준비

원자력발전 뒤 남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어디에서 장기간 안전하게 관리할지 결정하는 국가 절차가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는 2026년 안에 관리 기본계획과 부적합지역 배제 작업을 마무리하고, 2027년 후보부지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2025년 9월 26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출범했다. 법률상 위원장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되며 출범 뒤 5년 동안 존속한다. 정부는 이 기간 안에 위원회를 중앙행정기관으로 전환할지 검토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시 조직이 먼저 부지선정과 관리정책의 틀을 세우고, 이후 운영체계를 다시 판단하는 구조다.
위원회는 2026년 2월부터 9월까지 본위원회를 8차례 열었다. 부지·저장·운반·처분·소통 분야를 다루는 4개 전문위원회에는 전문가 35명을 위촉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저장 장소만 정하는 일이 아니라 운반 방법, 지하 처분기술,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장기 사업이어서 분야별 검토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2026년 4월 의결된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은 절차를 다섯 단계로 구체화했다. 먼저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시설을 둘 수 없는 부적합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 부지를 공모한다. 이어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거친 뒤 주민투표를 시행한다. 다만 위원회가 후보지역을 도출하더라도 실제 기본조사는 해당 시·군·구가 신청해야 시작할 수 있다.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지역은 후보부지에서 제외된다.
기본조사는 넓은 범위의 입지환경을 살피는 단계이고, 심층조사는 지표와 깊은 지하의 지질을 더 자세히 확인하는 과정이다. 심층조사 뒤 관리시설 예정부지를 도출하고 주민투표 등을 거쳐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 처분시설을 짓기 전에는 선정된 부지 안에 지하연구시설을 건설해 암반과 지질의 특성,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연구하고 실제 조건에서 검증해야 한다.
법에서 말하는 관리시설은 지하연구시설과 중간저장시설, 처분시설을 모두 포함한다. 중간저장시설은 최종 처분에 앞서 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이며, 처분시설은 장기간 격리하는 최종 단계의 시설이다. 특별법은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 최종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운영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했다. 부지 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 연구·실증, 시설 건설이 차례로 이어져야 하므로 초기 절차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관리 기본계획은 30년을 계획기간으로 삼아 5년마다 수립한다. 관계부처 협의와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유치지역에는 별도 지원계획과 특별회계를 둘 수 있으며 의료·교육·지역개발·관광·주민소득 사업 등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실제 공모 참여 지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술 기반 마련도 함께 진행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29년까지 4,300억원 규모의 다부처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처분시설 운영 시점까지 연구개발과 기반시설에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사업목표를 제시했다. 부지선정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연구개발은 선택된 장소에서 안전성을 입증하고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적 토대를 쌓는 과정이다.
자료: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