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AI가 보는 영상, ETRI ‘기계용 압축’ 기술 공개

사람이 보기 좋은 화면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이해하기 좋은 정보만 골라 보내는 차세대 영상 압축 기술이 공개된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드론처럼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하는 기기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규모 영상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3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ES 2026 한국전자전에 참가해 ‘AI를 위한 영상 부호화 기술’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부호화는 영상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전송하기 쉬운 형태로 압축하는 과정이다. 현장에서는 실제 영상에서 AI용 특징 정보를 뽑아내고 이를 압축해 전송하는 전 과정을 시연한다.
기존 영상 압축은 사람이 화면을 볼 때 화질 저하를 되도록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파일 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기계용 비디오코딩(VCM)은 AI가 객체를 검출하고 분류하며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무게를 둔다. 영상 전체를 사람이 시청하는 형태로 모두 보내기보다 기계의 판단에 필요한 특징 정보를 추려 압축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여러 기기가 영상을 주고받거나 원격 시스템이 분석을 맡는 환경에서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면서 AI의 영상 분석 성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용 대상으로는 자율주행차 사이의 영상 정보 교환, 지능형 영상보안, 스마트시티, 드론, 산업용 로봇 등이 제시됐다. 이들 분야는 카메라가 계속 생성하는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로봇과 AI가 현실 공간을 인식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피지컬 AI’가 확산되면 기계 사이의 영상 정보 전달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때 모든 영상을 그대로 보내는 대신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전달하면 통신과 분석 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ETRI는 MPEG의 VCM 규격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VCM 규격의 정식 명칭은 ISO/IEC 23888-2 ‘Video coding for machines’다. 이 규격은 2026년 3월 열린 제153차 MPEG 회의에서 국제표준안(DIS) 단계로 올라갔으며, 최종국제표준안(FDIS) 도달 목표는 2026년 말이다. 아직 최종 표준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MPEG는 2021년 VCM 기술 검토를 위한 근거요청을 시작했고, 2022년 제138차 회의에서 제안요청을 냈다. 적용 사례에는 지능형 교통과 스마트시티, 지능형 콘텐츠 관리가 포함됐으며, AI 임무로는 객체 검출과 인스턴스 분할, 객체 추적 등이 제시됐다. 인스턴스 분할은 화면 속 여러 물체를 종류만 구별하는 데서 나아가 각각의 물체 영역을 따로 나누는 분석이다. 전송량 절감뿐 아니라 기기의 계산을 다른 시스템에 맡기는 연산 오프로딩과 프라이버시 보호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국제표준안은 복원된 영상에 공간·시간·색채널·진폭 변환과 합성 처리를 적용한 뒤 기계 임무를 수행하는 신경망에 넣는 처리 흐름을 규정한다. MPEG는 공통 시험 조건과 비트율-왜곡 기반 지표, 평가 절차를 마련해 제출된 기술을 비교해 왔다. 비트율-왜곡 평가는 사용한 데이터 양과 분석 결과의 손실 사이 균형을 살피는 방법이다.
ETRI는 이번 전시에서 AI 기반 차세대 미디어 기술 두 가지도 함께 공개한다. 하나는 소수의 다중시점 카메라와 사전학습 인코더 등을 이용해 장면마다 별도의 최적화 작업을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실사형 3D 형상과 자유시점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스케치와 스토리보드, 대본을 분석해 편집 가능한 USD 기반 3D 장면으로 바꾸고 인물·사물·공간 자산을 자동 생성·배치하는 사전시각화 기술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기계를 위한 영상부호화 기술’과 ‘이머시브 미디어 전문연구실’ 과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생성형AI 기반 미디어 제작보조 사전시각화 기술 개발’ 과제로 수행됐다.
자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SO/IEC JTC 1/SC 29 M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