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근육으로 걷고 촉각으로 물체 찾는 ‘딱정벌레 로봇’ 개발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 동작만으로 작은 딱정벌레 모양 로봇을 움직이고, 로봇이 보내온 영상과 접촉 정보를 보면서 물체를 집어 옮기는 기술이 개발됐다. 인공근육과 감각기관, 사람의 제어 신호를 하나의 소형 소프트로봇에 묶어 원격 작업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웨이 가오 교수 연구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히로타카 사토 교수 연구팀과 함께 딱정벌레의 근골격 구조를 모사한 ‘비틀봇’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8월 19일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비틀봇의 움직임을 만드는 핵심은 액정탄성체(LCE) 인공근육이다. LCE는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가지런히 정렬돼 있던 분자구조가 변하면서 수축하는 재료다. 로봇 내부의 히터에 전류를 흘릴 때 발생하는 줄열로 인공근육을 데우고, 이 수축을 다리와 집게의 움직임으로 바꾼다. 일반적인 모터와 단단한 관절 링크를 줄일 수 있는 대신, 열을 올리고 다시 식히는 과정이 필요한 전기열식 구동 방식이다.
논문에서 LCE 인공근육은 3볼트(V)의 전압에서 원래 길이의 약 45%까지 수축했다. 최대 작동응력은 0.18메가파스칼(MPa)로 측정됐다. 연구진이 제시한 포유류 골격근의 전형적인 작동응력 범위인 0.1~0.35MPa 안에 드는 수치다. 초기 컨디셔닝을 거친 구동기는 10회가 넘는 온·오프 반복에서도 변형률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했고, 10분 넘게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각 인공근육은 5V 미만의 낮은 전압으로 따로 제어된다.
로봇에는 카메라와 정전용량식 접촉센서도 탑재됐다. 정전용량식 감지는 물체가 닿을 때 생기는 전기적 변화를 읽어 접촉 여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카메라 영상으로 로봇 앞의 상황을 살피고, 촉각 정보로 집게가 물체에 닿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판단과 로봇의 감각 정보가 계속 오가는 폐루프 제어 구조다.
조작에는 손가락에 붙이는 패치가 사용됐다. 패치가 읽은 손가락 움직임은 몇 가지 명령으로 분류된 뒤 저전력 무선통신 방식인 블루투스 저에너지(BLE)를 통해 전달된다. 실증에서 비틀봇은 우회전과 좌회전, 전진, 파지, 운반을 포함한 8개의 연속 동작 구간을 수행했다. 사용자가 영상과 촉각 정보를 확인하며 명령을 내려 장애물을 피하고 구형 물체를 회수했다.
이번 결과를 로봇이 스스로 판단한 완전자율 주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장애물 회피와 물체 회수는 사람이 로봇의 정보를 확인하며 조종한 원격조작 실증이다. 다만 기존 소프트로봇 연구에서 구동, 감지, 제어 기능이 각각 구현된 사례가 많았던 것과 달리, 보행과 방향 전환, 물체 파지, 영상, 접촉 감지, 제스처 제어를 작은 단일 플랫폼에 통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동기와 센서, 회로 제작에는 재료를 정해진 경로에 쌓아 올리는 직접잉크쓰기와 레이저 절단 등 적층제조 공정이 활용됐다. 연구진은 이런 통합형 소프트로봇이 앞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을 살피거나 작은 물체를 회수하는 원격 작업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실제 재난 현장이나 협소 공간에서의 성능과 내구성, 안전성, 상용화 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인호 연구자는 연구 당시 칼텍 박사후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은 2026년 3월 2일 접수돼 같은 해 7월 13일 승인을 받았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Science Advances,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 PubMed Central,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난양공과대학교(NTU Singap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