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절연 냉각액은 옆으로, 증기는 위로…칩 속 유로가 1㎠당 1570W 열부하 견뎠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14 06:53
베이징대, 액체 공급로와 증기 배출로 분리한 2상 미세유로 개발…한계 성능과 상용화 가능성은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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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가로와 세로가 각각 1cm인 작은 면적에 전기주전자나 소형 전기히터 한 대에 가까운 열이 몰린다면 어떻게 식혀야 할까. 베이징대 연구진은 절연성 냉각액을 칩 양옆으로 넣고, 끓어서 생긴 증기는 위로 빼내는 방법을 택했다. 액체와 증기의 길을 분리한 칩 내장형 미세유로 냉각장치는 최고 임계열유속 1570W/㎠를 기록했다. 임계열유속(CHF)은 냉각이 붕괴하기 직전의 한계 열유속이다. 이 수치는 상시 냉각능력이나 상용 칩의 정격 소비전력이 아니라 장치가 버틴 경계선에 해당한다.

1570W/㎠는 15.7MW/㎡다. 면적으로만 환산하면 1㎠에 1.57kW, 1㎟에도 15.7W의 열이 집중된 셈이다. 다만 연구진이 실제로 1㎠짜리 프로세서에서 총 1570W를 제거했다는 뜻은 아니다. 열유속은 가열면의 단위면적을 통과하는 열의 세기이며, 시험 가열면의 정확한 면적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장치가 제거한 총전력을 계산할 수는 없다.

좁은 골목의 마주 오는 흐름을 갈라놓다

고성능 반도체 냉각이 어려운 까닭은 열을 빼내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병목을 만들기 때문이다. 액체를 가열면 가까이에 흘려보내면 냉각액이 열을 받아 끓고, 액체가 증기로 변할 때 흡수하는 잠열로 많은 열을 옮길 수 있다. 이를 2상 냉각이라고 한다. 문제는 좁은 유로에서 들어오는 액체와 빠져나가는 증기가 서로 마주치면 흐름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증기가 액체의 보충을 막아 가열면이 마르면, 마른 냄비처럼 표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쑹바이 교신저자와 샤오웨이·우즈후 공동 제1저자 등이 개발한 구조의 이름은 HUMMC(horizontal-up manifold microchannel)다. 장치는 매니폴드층과 미세유로층을 포갠 2층 실리콘 구조이며, 미세유로는 시험 칩의 가열 영역 뒤쪽에 집적됐다. 액체 HFE-7100은 칩 양쪽에서 수평으로 들어가 좁은 매니폴드 입구를 거쳐 아래쪽 미세유로에 공급된다. 가열면에서 끓어 생긴 기액 혼합물은 수직 출구를 따라 위쪽 집류공간으로 빠져나간다.

일상적인 공간에 비유하면 액체는 옆문으로 들이고, 부피가 커진 증기는 천장 배기구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출구 단면도 미세유로에서 매니폴드 출구, 상부 집류공간으로 갈수록 넓어진다. 연구진은 이 설계가 기포의 배출 저항과 역류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좌우 대칭 매니폴드는 냉각액의 이동 거리를 약 절반으로 줄이고, 미세유로를 여러 병렬 열교환 구역으로 나눈다. 핵심은 새 냉각액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액체 보충로와 증기 배출로를 3차원적으로 분리해 유체의 교통을 정리한 데 있다.

같은 냉각액에서도 한계는 높고 압력 부담은 낮았다

연구진은 HUMMC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같은 HFE-7100을 쓰는 단층 직선 평행 미세유로 SPMC를 별도로 제작했다. 유량 60mL/min에서 HUMMC의 임계열유속은 약 1200W/㎠였고, SPMC는 640W/㎠였다. 같은 조건에서 HUMMC의 압력강하는 SPMC의 14% 미만이었다. 이는 압력강하가 14% 줄었다는 뜻이 아니라, 새 구조에서 측정된 압력강하의 크기 자체가 비교 구조의 14%에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압력강하는 냉각액이 좁은 통로를 지나며 잃는 압력이다. 이 값이 크면 일반적으로 유체를 밀어 넣는 부담도 커진다. HUMMC는 증기와 액체가 맞부딪치는 구간을 줄여 열 제거 한계를 높이는 동시에 유동 저항을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유량을 120mL/min으로 올리자 최고 임계열유속은 1570W/㎠에 도달했다.

다만 높은 열유속을 제거했다는 말과 칩을 낮은 온도로 유지했다는 말은 다르다. 최고점에서 칩 최고온도는 입구 냉각액보다 약 130K 높았다. 온도차로는 약 130℃와 같은 크기다. 연구진이 1000∼1400W/㎠의 여러 열부하 조건에서 각각 수행한 안정성 시험도 10분 동안 진행됐다. 이때 최고온도 변동은 ±2.0K 이내, 압력강하 변동은 ±1.5kPa 이내였다. 최고 임계열유속 1570W/㎠에서 10분간 안정 운전을 입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보다 불리한 절연액으로 1000W/㎠를 넘긴 의미

HFE-7100은 비등점이 약 61℃이고 밀도가 약 1.5g/mL인 절연성 냉각액이다. 물은 열을 나르는 능력이 좋지만 활성 회로 가까이에서는 전도성과 부식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절연액은 전기적 단락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대신 열물성이 불리하다. 연구진이 정리한 대표 문헌 범위에서 풀비등은 대체로 100W/㎠ 미만, 분무냉각은 500W/㎠ 미만, 미세유로 계열 유동비등은 1000W/㎠ 미만이었다. 이는 모든 기존 기술의 절대적인 상한이 아니라 대표 연구를 정리한 범위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이러한 절연액으로 1000W/㎠를 넘긴 것과, 반도체 가열부 가까이에 냉각 유로를 집적한 데 있다. 장치는 실리콘 MEMS 공정으로 제작됐다. 연구진은 기존 반도체 제조·패키징 공정과 통합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실제 CMOS 프로세서에 냉각장치를 통합했거나 양산성과 수율을 입증했다는 말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고열유속 냉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은 2026년 상온의 물을 사용하는 단상 매니폴드 미세유로 장치로 실리콘 열시험 칩에서 2000W/㎠를 넘는 열유속을 제거하고 접합부 온도를 100℃ 아래로 유지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총압력강하는 7.8kPa였다. 별도로 1180W/㎠, 최대 온도상승 60K 조건에서는 성능계수(COP) 10만6000이 측정됐다. 하지만 이 장치는 물을 끓이지 않는 단상 냉각이고, 베이징대 방식은 HFE-7100을 끓이는 2상 냉각이다. 냉각액과 가열면, 압력, 온도와 작동 원리가 다르므로 2000과 1570이라는 숫자만으로 어느 기술이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실제 GPU와 장기 운전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

이번 시험 대상은 히터와 온도센서를 갖춘 실리콘 열시험 칩이다. 트랜지스터와 배선, 범프, 전원망이 들어간 실제 CPU나 GPU에서 같은 결과가 재현됐다는 증거는 없다. 작은 시험면의 균일한 가열 결과를 열이 고르지 않게 발생하는 대형 GPU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유로 수가 늘어나면 유량 분배와 국부 건조, 막힘, 제조수율, 기계적 강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장기 신뢰성도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공개된 시험은 조건별 10분에 그쳤다. 수천 시간 운전과 반복 열순환, 진동, 밀봉재 열화, 펌프 고장, 누설과 증발 손실을 검증한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펌프와 응축기, 필터, 배관, 열교환기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소비전력과 크기, 비용, 성능계수도 공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절연성 역시 누설과 재료 열화까지 없애주는 성질은 아니다.

냉각액의 환경성과 공급망도 상용화의 변수다. HFE-7100은 불소계 유체로 미국 환경보호청 기준 100년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97이며, 3M의 구형 자료에는 320으로 제시됐다. 오존파괴지수는 0이다. 3M은 2025년 말 PFAS 제조 철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장기 조달과 대체 냉각액, 규제 대응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액체를 옆으로 넣고 증기를 위로 빼는 단순해 보이는 발상은 미세유로 안의 충돌과 역류를 줄여 절연액 냉각의 한계를 끌어올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최고 숫자를 한 번 더 높이는 일만이 아니다. 실제 프로세서와의 통합, 장기간 반복 운전, 대면적의 불균일한 발열 대응, 전체 냉각시스템의 에너지 효율, 지속 가능한 냉각액 확보가 이 구조를 실험실의 열시험 칩에서 현실의 반도체로 옮길 다음 관문이다.

자료: Nature Electronics, 베이징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에너지부, 미국 환경보호청, 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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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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