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진로설계 초안, 교사가 최종 판단…직능연 ‘초개인화 진로교육’ 제안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18 05:25
학생 변화에 맞춰 지원 조정…36개월간 전국 중·고교 5,000곳으로 확대하는 국가 플랫폼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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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ison Keely

학생마다 다른 흥미와 상황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진로설계 초안을 만들고, 교사가 이를 검토해 최종 판단하는 진로교육 모델이 제안됐다. 진로 추천을 AI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을 잘 아는 교사가 AI의 분석을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책임지는 구조라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미래 직업사회 대비를 위한 AI 기반 진로교육의 (초)개인화 방안 연구’를 통해 국가 차원의 AI 진로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초개인화’는 학생을 성적이나 흥미검사 결과 하나로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지·정서·행동·환경 정보를 함께 살펴 학생의 변화에 맞춰 지원 내용도 계속 조정하는 접근을 뜻한다.

제안된 모델은 ‘휴먼인더루프’ 구조를 따른다. 사람이 AI의 작동 과정에 참여해 결과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방식이다. AI는 학생 정보를 바탕으로 진로설계 초안과 맞춤형 자료를 만들고, 교사는 그 내용이 학생의 실제 상황에 맞는지 검토·승인한 뒤 상담에서 의미를 풀어준다. AI의 처리 능력과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결합해 기술의 오류가 곧바로 학생의 진로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진로교육 전문가 16명과 AI 기술 전문가 15명 등 모두 31명을 대상으로 2025년 4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델파이 조사를 실시했다. 델파이 조사는 전문가들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묻고 결과를 다시 공유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조사 방식이다. 조사에서 교사 역량 강화는 성공 요인 1위로 나타났으며 보르다 점수 85점, 필수 응답 비율 68.8%를 기록했다. 보르다 점수는 전문가가 매긴 우선순위를 점수로 바꿔 합산한 값이다.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한 전제였다. 전문가의 81.3%가 이를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연구는 학습자 데이터를 세 단계로 나눠 관리하도록 했다. 기본 데이터는 학생의 명시적 동의를 받은 최소 필수정보로 제한하고, 더 자세한 정보에는 선택 동의와 익명화를 적용한다. 오랫동안 변화를 추적하는 정보는 학생과 학부모의 공동동의를 받도록 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AI가 사실과 다른 답을 만들어내는 ‘환각’을 줄이는 일이 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AI 기술 전문가들은 검색증강생성, 즉 RAG 기반 검증 시스템을 5점 만점에 4.73점으로 평가했다. RAG는 AI가 답을 만들 때 미리 확보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검색해 근거로 활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국가 플랫폼 구상은 36개월 동안 810억원을 투입해 전국 중·고교 5,000곳과 학생 약 300만명을 지원하는 규모다. 학생 한 명당 3년 투입비는 약 2만7,000원으로 제시됐다. 확산 과정은 20개 시범학교에서 출발해 200개교를 거친 뒤 5,000개교로 넓히는 단계형 방식이다. 연구진은 학생 한 명당 매주 30분의 상담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기대효과로 제시했다.

현장 정착을 위해서는 교사 필수연수 15시간과 심화연수 10시간, 17개 시도 권역별 지원센터, 35명 규모 추진단이 제안됐다. 교육 분야의 AI 활용 원칙을 법제화하고 국가 표준 플랫폼과 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API는 서로 다른 교육 서비스가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게 하는 연결 규칙이다.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는 2015년 진로교육법 하위법령이 마련될 당시부터 국가 진로교육의 목표로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그 목표를 실시간 데이터와 AI·교사 협업 방식으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하려면 시범운영을 통해 효과와 위험을 함께 살피고, 예산·거버넌스·수용성·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료: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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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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