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딸기 속 대사물질로 심부전 완화 가능성 확인
국내 연구진이 석류·딸기·호두 등에 든 성분이 장에서 분해되며 만들어지는 천연 물질로 심부전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을 동물실험과 인체 세포실험으로 확인했다. 이 물질을 투여한 심부전 동물모델에서는 심장이 이완되는 기능이 약 32% 개선되고 심장 근육의 섬유화(심장 조직이 굳어 탄력을 잃는 현상)도 42% 줄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오창명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박상욱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물질인 '유로리틴 A(Urolithin A)'가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의 증상을 완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심장이 피를 짜내는 수축 기능은 비교적 정상이지만 심장 근육이 두껍고 딱딱해져 혈액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 질환으로, 비만·당뇨병·고혈압 같은 대사질환과 관련이 깊고 전체 심부전 환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유로리틴 A는 석류, 딸기, 호두 등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장내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대사물질이다.
동물·인체세포 실험서 효과 확인
연구팀은 생쥐에 고지방 먹이와 혈관 기능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함께 투여해 비만과 고혈압을 동반한 박출률 보존 심부전 모델을 만든 뒤 유로리틴 A를 투여했다. 그 결과 심장 이완 기능은 약 32%, 심장이 비대해지는 정도는 약 9.4% 개선됐고, 심근 섬유화는 물질을 투여하지 않은 그룹보다 약 42% 줄었다.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피부나 혈액 세포를 되돌려 다른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게 만든 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 실험에서도 섬유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줄어, 사람 세포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 청소 기능 활성화가 핵심
연구팀은 유로리틴 A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세포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를 선택적으로 없애는 '미토파지' 작용을 활성화해 미토콘드리아 구조와 에너지 생산 기능을 회복시키는 한편, 세라마이드라는 지질 생성과 관련된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켜 혈중 세라마이드 농도를 낮추는 두 가지 경로로 심부전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오창명 교수는 유로리틴 A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를 촉진하고 장내미생물과 지질 대사를 함께 조절해 박출률 보존 심부전을 완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질환의 근본 발병 기전에 기반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탈 앤 몰레큘러 메디신' 온라인판에 지난달 게재됐다.
자료: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