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노폐물을 버리는 '첫 관문' 찾았다…IBS, 지주막 미세 구멍으로 치매 새 실마리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7.23 16:27
고규영 단장 연구팀, 뇌척수액이 뇌막을 빠져나가는 지름 4.5㎛ 통로 '지주막 소창' 최초 규명…코로 약 넣어 뇌를 청소하는 치료법 가능성 제시
뇌가 노폐물을 버리는 '첫 관문' 찾았다…IBS, 지주막 미세 구멍으로 치매 새 실마리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뇌도 청소가 필요하다. 신경세포가 쉼 없이 일하면서 만들어 내는 노폐물은 물처럼 맑은 액체인 뇌척수액에 녹아 씻겨 나간다. 그런데 이 액체가 뇌를 감싼 막을 정확히 '어디로' 빠져나가는지는 250년 넘게 수수께끼였다. 국내 연구진이 그 출구를 처음으로 눈으로 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은 뇌척수액이 뇌막을 통과해 림프관으로 흘러 나가는 미세한 배출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고규영 단장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250년 묵은 수수께끼, '지주막 소창'

연구팀이 찾아낸 출구는 냄새를 감지하는 뇌 부위인 후각망울 주변의 뇌막에 뚫린 미세한 구멍이다. 지름은 평균 4.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남짓한 크기다. 연구팀은 이 구멍에 '지주막 소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주막은 뇌를 감싼 세 겹의 막 가운데 거미줄처럼 얽힌 중간 막을 가리킨다.

뇌척수액은 바로 이 지주막 소창을 통해 지주막을 빠져나온 뒤, 후각망울과 코 안쪽(비강)의 림프관을 거쳐 목의 림프절까지 흘러 내려간다. 그동안 뇌척수액이 림프관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두 공간을 잇는 '문'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림프관이 형광으로 표시되는 생쥐에 형광 추적 물질을 넣고, 3차원 영상 기술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이동 경로를 따라가 구멍을 찾아냈다. 생쥐뿐 아니라 영장류에서도 같은 구조를 확인했다.

나이 들수록 좁아지는 배출구

이 통로는 나이가 들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연구팀 분석에서 노화한 개체는 지주막 소창이 50~60%, 후각망울 주변 뇌막 림프관이 58%, 그리고 뇌척수액이 지나는 사골판 구멍의 면적이 64%까지 감소했다. 배출구가 좁아지고 막히면 뇌 안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고, 이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 물질이 축적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연구팀은 좁아진 통로를 되살리는 실험까지 진행했다. 나이 든 생쥐의 코 안쪽에 림프관을 자라게 하는 성장인자 'VEGF-C' 유전자를 전달하자, 후각망울 주변의 뇌막 림프관이 2~3배로 다시 늘어났다. 그 결과 뇌척수액 배출량이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주삿바늘로 뇌를 건드리지 않고 코로 약을 넣는 비침습 방식만으로 뇌의 배수 기능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셈이다.

코로 치매를 치료하는 날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뇌질환 치료의 '통로'를 새로 열었다는 데 있다. 뇌는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는 장벽에 둘러싸여 있어 약을 전달하기가 까다로운 장기로 꼽힌다. 코를 통한 접근법이 사람에게서도 통한다면,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퇴행성 뇌질환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번 성과는 대부분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것으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까지는 검증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팀은 사람 조직에서도 같은 배출 구조가 존재하는지, 코를 통한 유전자 치료가 실제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지를 이어서 확인할 계획이다. 홍선표 연구위원은 "앞으로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와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전략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 기초과학연구원 (국제학술지 Cell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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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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