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태양 표면에 숨은 ‘65㎞ 간격 미세 믹서’…자기장 경계 소용돌이 첫 정량 확인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12 06:55 · 수정 2026.08.24 12:01
DKIST, 광구 자기선속 집중부의 KHI형 경계 47개 분석…코로나 가열·태양폭발과의 인과관계는 아직 미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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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SF/NSO/AURA/MPS, CC BY 4.0)

마라톤 코스 약 1.5개 길이인 65㎞. 태양의 보이는 표면에서는 이 정도 간격으로 플라스마 경계가 굽고 말려 올라가는 장면이 이어졌다. 지구에서 약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에서 약 19㎞ 크기의 구조까지 구분한 결과다. 다만 ‘지름 25㎞짜리 소용돌이’를 본 것은 아니다. 인접한 소용돌이 흔적이나 밝기 골 사이의 간격이 25~170㎞였고, 분포의 정점이 65㎞였다. 연구진은 이를 광구 자기선속 집중부 경계에서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KHI)을 고해상도 영상·시뮬레이션·선형이론으로 결합해 정량 식별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속도가 다른 두 흐름의 경계가 말려 올라가다

관측 장소는 태양의 보이는 표면인 광구였다. 약 6,000K의 광구에서는 뜨거운 플라스마가 솟고 가라앉으며 대류 과립을 만든다. 이 흐름이 강한 자기선속 집중부, 즉 자기장이 한곳에 모인 영역의 가장자리에 닿으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층 사이에 속도 전단이 생긴다. 전단은 속도가 경계를 사이에 두고 급격히 달라지는 상태다.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은 이렇게 속도가 다른 공기나 물의 경계가 파도처럼 굽다가 말려 올라가는 현상이다. 태양에서는 전기를 띤 플라스마와 자기장 경계가 함께 뒤틀린다. 단순한 마찰이 원인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기장도 불안정성을 언제나 막지는 않는다. 흐름과 나란한 자기장 성분은 경계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이번 장면에서는 자기장이 주로 수직이고 전단 흐름은 수평이어서 억제 효과가 작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초당 740장을 찍어 2.7초마다 한 장으로 복원

연구진은 2025년 4월 14일 21시38분부터 21시41분까지 활동영역 NOAA 14060의 원반 중심 가까운 포어 주변을 관측했다. 분석한 시간은 약 3분, 고해상도 시야는 약 5,800×4,350㎞였다. 구경 4m의 다니엘 K. 이노우에 태양망원경(DKIST) FastCam은 416㎚ 청색 연속광을 초당 740프레임, 100마이크로초 노출로 촬영했다.

그러나 과학 분석에 초당 740장의 영상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지구 대기가 일으키는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원시 영상 2,000장을 합쳐 복원영상 한 장을 만들었다. 최종 시계열의 간격은 2.7초였고, 픽셀 표본화는 약 6㎞, 추정 공간분해능은 약 19㎞였다. 연구진은 최소 두 개의 KHI형 구조가 보이는 경계를 육안으로 골라 모두 47개 경계면을 측정했다. 이는 ‘47개의 독립된 소용돌이’를 센 통계와는 다르다.

관측된 구조의 겉보기 이동속도는 0.67~3.0㎞/s, 시속으로 약 2,400~10,800㎞였다. 대표 사례의 성장률은 0.014~0.054s⁻¹로, 역수로 환산한 특징적 증폭 시간은 약 19~71초다. 대표 간격 65㎞를 가장 빠른 3㎞/s로 이동한다면 약 22초 만에 지나는 속도다.

밝기 영상과 가상 태양, 수학 이론을 맞춰보다

판별은 세 축으로 이뤄졌다. 먼저 실제 416㎚ 영상에서 자기장 경계의 굴곡과 소용돌이, 가는 줄무늬가 자라고 이동하는 모습을 측정했다. 이어 MURaM 3차원 복사 자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으로 복사, 플라스마 흐름, 자기장의 상호작용을 함께 계산했다. 가상 태양에서는 실제 영상과 닮은 형태와 수평 속도 전단이 나타났다. 합성영상에서 측정한 경계면 94개의 간격 분포 정점은 49㎞였고, 이동속도는 1.6~2.8㎞/s, 성장률은 0.027~0.059s⁻¹였다. 이 수치들은 관측값과 별도로 산출된 모델값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관측과 시뮬레이션에서 얻은 파장, 성장률, 이동속도를 찬드라세카르의 선형 KHI 이론과 비교했다. 모델에서 약 12㎞ 두께의 전단층과 밀도·속도 조건을 이론에 넣자 가장 불안정한 파장은 60~100㎞로 계산됐다. 관측 분포의 정점인 65㎞가 이 범위에 놓였다. 형태가 비슷하다는 인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간에 따른 성장과 이동, 이론상 유리한 규모를 함께 대조한 것이다.

직접 촬영된 것은 밝기 구조와 그 시간 변화다. KHI를 만드는 수평 플라스마 속도장, 약 12㎞의 전단층, 세부 자기장 방향은 영상에서 직접 측정하지 않고 시뮬레이션에서 확인했다. 어두운 줄무늬도 한 높이에 놓인 가느다란 자기력선을 그대로 찍은 모습이 아니다. 모델에 따르면 자기장과 밀도 변화가 빛이 빠져나오는 광학깊이 면을 굴곡시켜 만든 복사전달·불투명도 효과다.

코로나 가열의 해답이 아니라 검증해야 할 연결고리

연구가 직접 뒷받침한 범위는 광구 경계의 속도 전단이 KHI형 굴곡과 소용돌이를 만들고, 혼합과 미세 난류를 촉진할 수 있다는 데까지다. 연구진은 대표 속도와 간격으로부터 난류 자기확산계수를 약 65㎢/s로 추정했다. 이는 자기장 구조가 뒤섞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지, 코로나로 올라가는 에너지 유속이나 실제 가열량은 아니다.

이 혼합이 자기선속 브레이딩, 즉 머리카락을 땋듯 자기력선을 얽히게 하고 전류판과 자기재연결로 이어진다면 상층 대기에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광구는 약 6,000K인데 위쪽 코로나는 100만K 이상이라는 온도 역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후보 경로다. 하지만 이번 시뮬레이션은 표면 위 약 681㎞까지만 포함해 백만 K 코로나의 에너지 수지를 계산하지 않았다. 코로나 온도 상승과 전체 가열 중 기여율, 플레어와 코로나질량방출(CME)의 발생확률도 측정하지 않았다.

일반화에도 선을 그어야 한다. 한 활동영역의 작은 시야를 약 3분간 본 결과이고, 경계면은 연구진이 수동 선별했다. 자동검출과 블라인드 분류, 누락률과 거짓양성률은 제시되지 않았다. 25㎞라는 최솟값도 약 19㎞ 분해능의 1.3배에 불과해 해상도 영향에 민감하다. 연구진은 더 작은 구조가 없다고 결론내리지 않았다. 모델의 10~15㎞ 전단층은 최종 3.2㎞ 격자 3~5칸으로 표현됐으며, 축소 영역에서 0.8㎞ 격자 시험을 했지만 전체 설정의 체계적인 격자수렴 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태양 광구의 소용돌이 흐름 자체는 적어도 1988년부터 관측됐고, KHI는 코로나에서 2011년, 채층 제트에서 2016년에 보고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도 2019년 흑점 광교의 광구 소용돌이와 강한 횡방향 전단을 관측해 KHI를 유력 후보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최초성은 광구 자기선속 집중부 경계에서 고해상도 영상과 시뮬레이션, 선형이론을 결합해 정량 식별했다는 범위에 있다. 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 공동 소속 공저자 Sami K. Solanki는 결과 해석에 참여했으며, 관측이나 시뮬레이션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

논문 공개 후 일주일인 2026년 8월 12일 현재 독립 재현이나 정면 반박, 정정·철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논쟁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검증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다음 과제는 자동검출로 발생 빈도를 정량화하고, 같은 규모의 수평 속도장과 벡터 자기장을 측정하며, 상층 대기로 실제 전달되는 에너지 유속을 계산하는 일이다. 이번에 확인한 것은 태양폭발의 연료가 아니라, 자기력선을 계속 비틀 수 있는 초미세 믹서의 후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믹서가 젓는 곳 위에서, 한국 장비는 온도를 잰다

이번 연구가 코로나 가열의 입구 쪽을 들여다봤다면, 출구 쪽을 재는 장비에는 한국이 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그래프 코덱스(CODEX)는 2024년 11월 발사돼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됐다. 코로나그래프는 인공 가림막으로 눈부신 태양 본체를 가리고 그 둘레의 희미한 코로나만 골라 보는 장비다.

코덱스의 새로움은 재는 항목에 있다. 기존 코로나그래프가 코로나의 밀도를 쟀다면 코덱스는 밀도에 온도와 속도를 더해 잰다. NASA는 이 장비의 목표를, 태양풍이 표면보다 100만 도 이상 뜨거워진 채 시속 100만 마일(약 160만㎞) 가까이로 뿜어져 나가는 이유를 이해하고 가열·가속 모형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광구의 미세 소용돌이가 에너지를 실어 올리는 후보 경로라면, 그 최종 결과물의 체온계가 이미 궤도에 떠 있는 셈이다.

후보를 세는 단계에서, 모형을 떨어뜨리는 단계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국립태양천문대(NSO)가 밝혀 둔 이 망원경의 과학 목표에는 코로나 자기장의 상시 측정을 처음으로 제공한다는 항목이 들어 있다. 이번 연구가 시뮬레이션으로만 확인한 경계의 자기장 구조를 시설 차원에서 직접 재겠다고 못박아 둔 것이다. 개별 논문의 향후 과제가 아니라 망원경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약속이다.

NASA가 코덱스에 건 목표도 이해가 아니라 모형 검증이다. 관측이 이 수준에 이르면 코로나 가열 연구는 그럴듯한 후보를 세는 단계를 지나 맞지 않는 모형을 하나씩 떨어뜨리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번 광구 경계 정량화는 그 선별 작업에 눈금 하나를 보탠 것이고, 위성 운용과 통신·전력망을 흔드는 태양 폭발의 예보 — 우주날씨 — 는 그런 눈금이 쌓인 만큼만 물리학 위에 올라선다.

자료: 미국 국립과학재단(NSF)·미국 국립태양천문대(NSO)·NSF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막스플랑크 태양계연구소(MPS)·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한국천문연구원(K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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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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