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의료기기 시장, 안전성은 ‘문서 수’보다 보고·추적 체계로 봐야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4 05:31
국내 시장 연평균 7.54% 성장…한국·미국·EU는 이상사례 보고와 시판 후 감시 운영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Ellen Crown·U.S. Army Medical Logistics Command, Public domain (DVIDS, U.S. Army work))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1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환자 안전을 지키는 감시 체계가 시장의 성장과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실적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2024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0조5,444억원이었다. 2023년보다 1.7% 줄었지만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7.54%로 집계됐다. 2024년 수입점유율은 59.63%였다. 한 해의 감소만으로 장기 흐름을 판단하기보다 여러 해에 걸친 성장과 수입 제품 비중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결합한 융복합제품,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디지털 의료기기가 늘면서 안전성 관리도 제품 하나의 허가로 끝나기 어려워졌다. 제품이 시장에 나온 뒤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이상사례를 모으고, 위험 정도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보고하며, 필요한 시정조치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중요해졌다.

식약처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기와 관련된 사망 또는 생명 위협 사례는 이를 인지한 뒤 7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최초 보고일부터 8일 이내에는 상세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입원, 중대한 기능 저하, 선천성 이상과 관련된 사례는 15일 이내, 기타 중대한 정보는 30일 이내 보고 대상이다.

감시 범위도 국내에서 인과관계가 확정된 사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례와 의료기기와의 인과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례도 수집 대상에 포함된다. 원인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우선 정보를 모아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한 구조다.

디지털의료제품법 가운데 디지털의료기기와 디지털융합의약품에 관한 규정은 2025년 1월 24일 시행됐다.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관련 규정은 2026년 1월 24일부터 시행됐다. 서로 다른 기술과 제품 유형이 결합하는 상황에 맞춰 적용 법령과 관리 범위를 구체화하는 단계가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 식약처 사전상담에서 제품이 의약품, 의료기기 또는 융복합제품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피고 적용 법령을 검토한다. 품질과 비임상, 임상 자료도 함께 검토한다. 비임상 자료는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 시험에서 얻은 정보이며, 임상 자료는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성능 등을 확인한 정보를 뜻한다.

미국은 2002년부터 식품의약국에 융복합제품국을 두고 있다. 융복합제품이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기준으로 담당 심사센터와 시판 후 규제 책임을 정한다. 제조업자는 사망, 중상 또는 다시 발생하면 중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오작동을 인지한 뒤 30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중대한 공중보건 위해를 막기 위한 시정조치가 필요한 사건은 5근무일 이내 보고 대상이다.

유럽연합 의료기기규정은 IIb·III등급 기기의 정기 안전성 업데이트 보고서를 최소 매년 갱신하도록 한다. IIa등급은 최소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제품 사용으로 얻는 이익과 위험을 비교하는 유익성-위해성 판단이 담긴다. 전 주기 시판 후 감시와 UDI 추적도 강화했다. UDI는 제품마다 식별 정보를 부여해 유통과 사용 과정을 추적하는 체계다.

다만 유럽연합의 통합 경계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제도에 의무가 규정돼 있다는 사실과 그 정보를 연결하고 활용하는 기반이 충분히 성숙했는지는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같은 이유로 법령이나 지침이 몇 건 공표됐는지만으로 안전성 감시가 강하거나 약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법률도 상시 보고와 조사, 회수 등 여러 의무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 수는 실제 이상사례 신고량, 조사 인력, 시정조치 실적이나 환자 안전 성과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의료기기 안전망의 수준을 판단하려면 보고 기한과 수집 범위뿐 아니라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연합 법령정보시스템(EUR-Lex)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