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상태서 초미세먼지 노출, 뇌혈관 장벽 손상 더 키웠다
당뇨병이 있는 상태에서는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뇌혈관 손상이 더 심해져 혈관성 치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오염과 만성질환이 각각 혈관 건강에 부담을 준다는 관찰을 넘어, 두 요인이 뇌혈관 세포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기전 수준에서 살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당뇨 등 기저질환과 초미세먼지 노출이 뇌혈관 손상과 혈관성 치매의 병태생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병태생리는 질병이 생기고 진행되는 몸속 과정을 뜻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 243권 96~110쪽에 실렸으며, 온라인 공개일은 2025년 11월 13일이다.
연구진은 사람 뇌미세혈관 내피세포에서 미세먼지를 처리한 뒤 BACE1을 억제하거나 과발현한 경우를 비교했다. 이어 미세먼지에 노출한 생쥐, 당뇨 환자에게서 얻은 혈관내피세포, db/db 당뇨 생쥐, 혈관성 치매 사후 뇌조직을 함께 분석했다. 한 종류의 세포 실험에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시료에서 같은 생물학적 경로가 나타나는지를 살핀 구성이다.
당뇨 환자 유래 세포에 낮은 농도의 미세먼지를 처리하자 혈관장벽을 유지하는 단백질 ZO-1은 감소했다. 반면 혈관 변성을 나타내는 N-cadherin과 α-SMA는 증가했다. 혈관장벽은 혈액 속 물질이 뇌조직으로 무분별하게 들어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경계인데, 이를 지탱하는 결합 단백질이 줄면 장벽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과정은 내피-중간엽 이행, 즉 EndMT다. 이는 혈관 안쪽을 덮는 내피세포가 정상적인 장벽 성질을 잃고 중간엽세포와 비슷한 성질을 얻는 변화다. 이 과정에서는 ZO-1과 occludin 같은 세포 결합 단백질이 줄어 혈액-뇌장벽이 약해질 수 있다. 혈액-뇌장벽은 뇌를 보호하는 선택적 출입문에 해당한다.
BACE1을 과발현한 세포의 전사체를 분석한 결과, 대조군과 비교해 4,426개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됐다. 전사체 분석은 특정 조건에서 어떤 유전자의 활동이 늘거나 줄었는지를 한꺼번에 확인하는 방법이다. 차등 발현 유전자 가운데 1,636개는 증가했고 2,790개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BACE1 증가가 GDF15와 STAT1·ISG15 신호, 활성산소 생성을 거쳐 내피-중간엽 이행을 촉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활성산소는 세포 구성 성분을 손상시킬 수 있는 반응성 높은 산소 물질이다. GDF15는 노화만을 나타내는 단독 지표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와 염증, 만성질환, 노쇠 등을 함께 반영하는 스트레스 반응성 단백질이다.
대기오염과 치매의 연관성은 국내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도 조사됐다. 2008~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65세 이상 143만6,361명을 2019년까지 추적한 연구에서는 신규 치매 16만7,988건과 혈관성 치매 1만2,215건이 확인됐다. 장기 PM10 농도가 ㎥당 10㎍ 높아질 때 혈관성 치매 위험비는 1.05였고 95% 신뢰구간은 1.02~1.08이었다. 알츠하이머병 위험비는 0.99, 신뢰구간은 0.98~1.00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치매 위험 감소 지침 제2판에 실외와 가정 내 대기오염 노출 감소를 새 권고로 포함했다. 다만 이 권고는 조건부이며 근거 확실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의 PM2.5 권고치는 연평균 ㎥당 5㎍, 24시간 평균 15㎍이다. 국내 환경기준은 각각 15㎍과 35㎍이다.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2024년 약 91만 명에서 2050년 약 223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당뇨와 미세먼지 노출이 함께 작용할 때 뇌혈관 장벽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어떤 변화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대기오염 관리와 만성질환 관리가 뇌혈관 건강과도 연결된다는 생물학적 근거를 보탰다.
자료: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세계보건기구(WHO),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고려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