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브레이크 가루가 어둠 속 ‘미세먼지 반응기’로…실험실에서 확인한 촉매 작용

자동차가 멈출 때 생기는 브레이크 가루는 먼지로 떠다니는 데서 역할이 끝날까. 중국 난카이대학교 주도 공동연구진은 이 가루가 햇빛 없이도 작동하는 작은 화학 반응장이 될 수 있음을 실험실에서 확인했다. 어두운 조건에서 브레이크 마모 입자에 이산화황(SO₂)을 접촉시키자, 미세먼지 구성 성분인 황산염이 만들어졌다. 도로에서 미세먼지 농도 증가를 직접 관측한 결과는 아니지만, 배출된 먼지가 주변 기체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볼 단서를 제시했다.
가루 표면에서 산화철과 탄소가 하는 일
2026년 9월 9일 발표된 이번 연구는 브레이크 마모 입자의 표면에 주목했다. 브레이크·타이어 마모처럼 배기관을 거치지 않고 생기는 오염물질을 비배기 배출이라고 한다. 이때 평가할 대상은 처음 배출되는 입자의 양에 그치지 않는다. 입자가 다른 오염물질의 화학반응을 돕는다면, 배출 이후 만들어지는 성분도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먼지 표면에서 황산염이 만들어진다는 발상 자체는 오래됐다. 그을음 표면의 이산화황 산화와 황산염 생성은 1974년에도 보고됐다. 2024년에는 브레이크에서 나온 기체가 빛을 받으며 산화돼 2차 입자, 즉 배출 이후 화학반응으로 생기는 입자를 만드는 연구도 발표됐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실제 제동으로 얻은 여러 성분의 복합 입자를 대상으로, 빛이 없는 암조건에서의 반응과 성분 간 협력을 조사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산화철 α-Fe₂O₃의 산소 공공이 산소 활성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산소 공공은 원래 산소 원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구조다. 이 빈자리가 산소를 반응에 참여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데 관여한다는 해석이다. 유기탄소는 물 분자가 분해되는 과정을, 원소탄소의 구조적 결함은 이산화황이 표면에 달라붙는 과정을 돕는 것으로 설명했다.
산화철과 탄소 성분이 서로 다른 단계를 도우며 황산염 생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관찰 결과와 계산을 바탕으로 연구진이 제시한 촉매 기전, 곧 반응을 돕는 작동 방식이다. 모든 브레이크 입자가 같은 방식과 세기로 반응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
작은 가루에도 반응할 표면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시료의 비표면적, 즉 질량당 표면적은 9.9m²/g이었다. 가루 1g의 표면을 펼치면 약 10m²로, 면적만 보면 약 3.15m×3.15m 바닥과 비슷하다. 눈에 보이는 겉면만 계산한 값이 아니라 내부의 미세한 표면 구조까지 반영한 BET 측정값이다.
기체 감소·전환율·흡수계수, 각각 무엇을 뜻하나
연구진은 중국 본토에서 판매되는 브레이크 패드 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료를 확보했다. 3개 차량군에 걸쳐 제동계·재질·시험주기를 조합한 10가지 시험 유형을 사용했다. 반응 실험에 넣은 것은 시험장치와 집진 후드, 덕트 등에 쌓인 분말이었다. 차량 10대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공중 입자의 반응을 관측한 실험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분말을 반응관 안쪽에 코팅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산화황 흡수를 측정했다. 반응 뒤에는 성분을 분리해 양을 재는 이온크로마토그래피로 황산염을 정량했다. 분광분석과 전자현미경으로 물질의 상태와 구조를 살폈으며, 전자 상태를 계산하는 밀도범함수이론도 기전 분석에 함께 사용했다.
분말 1g을 사용한 실험에서는 들어오는 이산화황 농도 200ppb가 나갈 때 약 2ppb로 줄었고, 이 상태가 1시간 이상 유지됐다. ppb는 기체의 농도를 10억분율로 나타내는 단위다. 빛이 없는 25℃, 상대습도 5%에서 기체를 분당 1L 흘린 결과였다. 약 99%라는 감소폭에는 표면에 달라붙는 흡착과 화학반응이 함께 반영돼 있다. 이 수치를 황산염 전환율로 읽을 수는 없다.
황산염 전환율은 별도 실험에서 구했다. 분말 15mg을 사용하고 암조건·25℃·상대습도 45%에서 기체를 분당 0.9L 흘렸을 때, 흡수된 이산화황 가운데 76.9~83.5%, 평균 약 80.5%가 황산염으로 전환됐다. 흡수된 이산화황 100개에 해당하는 양 중 약 77~84개에 해당하는 양이 황산염이 됐다는 뜻이다. 실제 분자를 하나씩 센 결과가 아니라 물질의 양을 비교한 비율이다.
여기서 분모는 입자에 흡수된 이산화황이다. 반응관에 들어온 기체 전체나 주변 대기의 이산화황 전체가 아니다. 황산염 생성량도 시료에 원래 들어 있던 황산염을 보정한 증가량으로 계산했다. 기체가 얼마나 줄었는지와 그중 얼마가 황산염으로 바뀌었는지를 구분해야 실험의 의미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습도에 따른 반응은 흡수계수 γBET로 비교했다. 입자의 BET 표면적을 기준으로 이산화황이 흡수되는 정도를 나타낸 단위 없는 지표다. 암조건·25℃, 상대습도 5~80%에서 평균 0.87×10⁻⁵~2.87×10⁻⁵였으며, 습도별로 독립실험을 세 번씩 수행했다. 이 조건에서는 습도가 높을 때 평균 흡수계수가 더 컸다. 다만 이 값은 황산염 전환율이나 공기 정화율을 뜻하지 않는다.
실험관의 반응이 도로에서도 이어질까
가장 큰 미확인 영역은 공중에 떠 있는 입자다. 연구진은 제동 때 입자가 불연속적으로 나오고 공기 흐름이 불규칙해지는 난류 때문에, 일정한 농도의 부유 입자를 공급하는 실험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쌓인 분말을 반응관에 넣어 얻은 결과를 실제 도로의 공중 입자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판매 제품의 혼합 시료가 한국 차량군이나 개별 패드를 대표하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기 중 황산염 생성량을 하루에 공기 1m³당 약 0.3µg으로 예비 추정했다. 이산화황 농도 20ppb, 브레이크 입자 농도 3µg/m³, 비표면적 9.9m²/g과 흡수계수 중심값 2.0×10⁻⁵ 등을 넣은 계산이다. 특정 농도와 반응성을 가정했을 때의 생성량이며, 실제 도시에서 측정한 수치나 현장 기여율은 아니다.
측정과 계산을 둘러싼 공개 동료심사의 쟁점도 있었다. 한 심사자는 황산염을 정량하기 위해 물속에서 48시간 기다리는 처리 중 추가 산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장시간 방치를 없애고 아스코르빈산 첨가, 신속 분석, 반복실험을 적용했다고 답했다. 기체가 입자까지 퍼지는 영향을 고려하는 CKD 보정법으로 흡수계수도 재계산하고 분석과 표기를 수정했다.
다른 심사자는 마지막 공개 심사에서도 시료량에 따른 총흡수량과 흡수계수가 서로 들어맞는지 의문을 남겼다. 연구진은 총량과 표면적 기준 지표의 차이, 시료량 범위와 입자가 겹쳐 쌓이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심사자 1·3의 긍정적 평가는 확인되지만 심사자 2의 이후 명시적 동의는 확인되지 않는다. 초기 지적만으로 오류를 확정할 수도, 수정 답변만으로 모든 논쟁이 해소됐다고 할 수도 없다.
반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남은 질문이다. 반복반응에서는 활성이 줄었고 질소로 씻어낸 뒤 회복됐다. 자연 대기에서 같은 재생이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미확인이다. 따라서 브레이크 가루를 무한히 작동하는 촉매로 묘사할 근거는 없다.
한국에서도 먼지의 양과 반응성을 함께 볼 이유
국내에서도 브레이크 마모 배출량을 파악하려는 연구가 진행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의 2025년 보고서는 2021년 기준 국내 브레이크 마모로 생긴 초미세먼지 PM₂.₅를 연간 485.3톤으로 추정했다. 이는 배출량 산정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이산화황 촉매반응이 한국의 황산염을 얼마나 만드는지 계산한 수치는 아니다.
입자를 배출 단계에서 모으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연세대학교 연구진의 Caliper ESP는 마찰로 전하를 띤 브레이크 입자를 전기력으로 포집하는 장치다. 별도 입자 대전장치와 펌프를 생략했지만 무전원이라는 뜻은 아니다. 2026년 2월호 논문에서 주행 시험주기인 WLTC 시험의 평균 포집효율은 약 61%, 감속 구간은 50~57%, 가속 구간은 74~75%였다. 이 결과는 장치의 입자 포집 성능이며, 도시 미세먼지 감소율이나 황산염 생성 억제율을 뜻하지 않는다.
규제 측면에서는 브레이크 입자 배출을 다루는 유로7이 EU 시장에 공급하는 차량과 연결된다. 승용차·경상용차의 새 형식에는 2026년 11월 29일, 해당 신차에는 2027년 11월 29일부터 적용된다. 이는 유럽연합의 일정이다. 국내에서 동일한 규제가 이미 시행된다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과제는 배출되는 먼지의 질량과 배출 뒤의 화학반응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입자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더해, 남은 입자가 어떤 반응을 얼마나 오래 돕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험실에서는 어둠 속 황산염 생성이 확인됐다. 실제 도시와 한국 도로에서 이 경로가 만드는 황산염의 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난카이대학교, CATARC 자동차시험센터(톈진), 중국과학원 화학연구소, 지난대학교, 한국환경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연세대학교, 유럽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