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전도성 고분자에 전자 더 넣는 원리 규명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6 05:32
알킬실레인의 결합 위치와 전기적 작용 확인…반복단위당 최대 1.79개 전자 주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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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Srobidx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파일 페이지에서 확인)

휘어지는 플라스틱에 전기가 더 잘 흐르도록 하는 열쇠가 첨가제와 고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에 있었다. 성균관대학교는 강보석 교수 연구팀이 전도성 고분자에 알킬실레인 분자를 결합해 전자를 효과적으로 주입하고, 전기 흐름을 높이는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9월 15일 밝혔다.

전도성 고분자는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 소재다. 가볍고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어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접히는 디스플레이에 활용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소재의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는 핵심 과정이 도핑이다. 첨가제로 물질 내부의 전하 상태를 바꾸는 기술로, 이번 연구에서는 전류를 운반할 전자를 고분자에 추가로 넣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 대상은 PBFDO라는 전도성 고분자다. 연구팀은 이미 도핑된 PBFDO를 알킬실레인으로 추가 처리해 도핑 수준을 높였다. 알킬실레인을 고분자에 결합하는 방식은 안정성 측면에서 주목받았지만, 실제로 어느 부분에 결합하고 어떤 원리로 전도성을 높이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전도성 플라스틱에 널리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물과 반응해 가수분해된 알킬실레인이 고분자의 카보닐기와 반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카보닐기는 탄소와 산소가 이중결합한 부분으로, 화학식으로는 C=O로 표시한다. 여기에 친핵성 첨가 반응, 즉 전자를 제공하는 쪽이 반응 부위에 결합하는 과정이 일어났다. 첨가제가 고분자의 어느 위치에 붙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어 분자 내 전하가 한쪽으로 치우친 정도를 뜻하는 쌍극자 모멘트가 정전기적 도핑에 관여한다는 원리를 제시했다. 분자의 화학적 결합과 전기적 작용이 함께 전자 주입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복합적인 작동 원리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대학 발표에 따르면 고분자를 이루는 반복단위 하나당 최대 1.79개의 전자를 주입했으며, 전도도는 3,000 S/cm 이상을 기록했다. 전도도는 물질에 전기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며, S/cm는 이를 표시하는 단위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트랜지스터와 고분자 발광소자의 전극에도 적용했다. 소재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전자 부품에 활용하는 단계까지 살펴본 것이다.

PBFDO의 높은 전도성 자체는 앞선 연구에서도 보고됐다. 2022년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는 반복단위당 약 0.9개의 전하와 2,000 S/cm를 넘는 전도도를 제시했다.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와 열전 발전기에 적용한 사례도 담겼다.

이 선행 연구는 전도성 고분자 연구가 주로 정공, 즉 전자가 비어 있는 자리가 전하를 운반하는 p형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자가 전하를 운반하는 n형은 낮은 도핑 효율과 공기 중 불안정성이 장애였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n형 고분자에서 도핑 수준을 높이고, 첨가제의 결합 위치와 작동 원리를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두 연구는 서로 다른 실험이므로 전도도 수치만으로 성능 향상률을 계산할 수는 없다.

강 교수는 이번 성과가 유기 반도체와 알킬실레인 사이의 정밀한 화학 반응과 전기 전도 원리를 규명한 기초 연구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화학 결합과 전자 이동 원리가 첨단 반도체 기술로 이어진 사례라며, 헬스케어 기기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유연 전자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은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미국화학회지(JACS)에 실렸다. 저자들은 해당 도핑 방법과 응용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국제공동연구증진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나노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자료: 성균관대학교, 미국화학회(ACS), Springer Nature(Nature 학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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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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