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얼마나 세게 쥘지'를 배운다 — 스페이스에이아이, 파지 성공률 61.5%→84.2%로

로봇은 카메라로 물체를 알아보는 눈은 갖췄지만, 그것을 얼마나 세게 쥐어야 부서지지 않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기반으로 출발한 피지컬 AI 스타트업 스페이스에이아이(대표 김현규)는 이 빈칸을 채우는 힘·응력 데이터를 만드는 회사다. 회사는 동일한 로봇과 동일한 평가셋을 두고 학습 데이터만 바꿔 비교한 자체 벤치마크에서, 두부나 케이블처럼 형태가 쉽게 변하는 연성체 10종의 평균 파지 성공률이 61.5%에서 84.2%로 올랐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로봇이 실제로 물체를 조작한 데이터는 전 세계를 합쳐도 인터넷 영상의 0.03%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단순히 물건을 집었다 놓는 과제는 성공률이 89%에 달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의 과제에서는 12%에 그친다. 물체마다 적정하게 쥐어야 하는 힘의 범위가 다른데, 로봇이 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두부는 이 범위가 매우 좁고, 케이블은 상대적으로 넓다. 기존 학습 데이터가 로봇이 '무엇을 보았는지'만 남긴다면, 스페이스에이아이는 물체에 '얼마나 세게, 어디에' 힘이 가해졌고 그 결과 어떻게 변형됐는지까지 함께 기록한다.
물체 내부의 응력은 센서로 직접 볼 수 없다. 그래서 회사는 자체 계측 장비로 물체 바깥에서 힘을 실측하고, 그 값에 맞춰 시뮬레이터가 내부 응력을 계산해 채워 넣는 방식을 쓴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색상·형태 정보인 RGB, 깊이 정보, 접촉면에 실제로 걸리는 힘, 물체 내부의 응력 분포까지 4개 층으로 구성된다. 시뮬레이션에는 유한요소법과 물질점법, 위치기반동역학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물리엔진이 쓰이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지원으로 확보한 엔비디아 H200 그래픽처리장치(GPU) 32장으로 대규모 병렬 생성한다. 회사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만으로 학습하면 성공률이 61.5%인 반면, 실측값으로 보정한 합성 데이터와 소량의 실측을 함께 쓰면 84.2%까지, 실측 파지 데이터가 전혀 없어도 78.6%까지 나온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사업 모델은 세 단계로 짜여 있다. 2주간 고객사의 조립 실패 사례를 진단하고, 12주 동안 파손율과 1차 통과율 같은 지표를 실증(PoC)한 뒤, 공정당 연 1억원의 구독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형태가 변하는 물체를 다루는 라인 하나를 공정 하나로 보고, 정밀전자·조립·와이어하네스·식품 등에서 500개 공정을 첫 시장으로 잡고 있다. 데이터를 실측으로 모을수록 비용은 늘지만 한 번 잰 물성은 시뮬레이션이 반복해서 쓸 수 있어, 고객이 늘수록 새 물체에 필요한 실측이 줄고 회사의 사업계획상 총이익률은 40%에서 65%로 개선되는 구조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스페이스에이아이는 로봇의 손동작 능력을 시뮬레이션과 실물 환경에서 정량 검증하는 오픈소스 벤치마크 '덱스벤치(DexBench)'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벤치마크는 로봇 스타트업 리얼월드(RLWRLD)가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 '아이작 랩 아레나'를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 이 밖에 스페이스에이아이는 엔비디아 인셉션과 대만 액셀러레이터 스타팹이 함께 운영하는 APAC AI 액셀러레이터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뽑혔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추진하고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엔업(N-UP)'에도 선정됐다. 연구 조직은 전(前) LG AI 리서치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연구원, 서울대·KAIST의 물리 시뮬레이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GIST AI 랩과의 공동연구 컨소시엄을 통해 박사급 인력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현규 대표는 "로켓은 궤도를 계산으로 풀지만, 로봇은 아직 시행착오로 잡는다"며 "로봇이 힘을 계산해서 잡게 하는 첫 데이터셋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언어와 비전에는 이미 주인이 있지만 물리는 아직 비어 있다"며 오는 12월 연성체 트랙의 평가 기준과 원시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제3자가 직접 검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자동차·전자·협동로봇·이커머스 등 5개 산업군에서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 스페이스에이아이, 리얼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