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소 부족하자 장으로 가는 피가 거의 멎었다…투명 제브라피시에서 본 뇌의 혈류 조절

산소가 부족해지자 어린 제브라피시의 장으로 흐르던 피가 거의 멎었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뇌의 뒤쪽 영역인 후뇌의 신경활동을 억제하자, 수초 안에 피가 다시 흘렀다. 산소 공급을 되돌리지 않고도 혈류가 회복된 이 장면은 몸속 피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혈관뿐 아니라 신경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여러 장기의 세포 반응을 함께 관찰하는 방법인 WHOLISTIC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저산소 상태의 혈류 조절을 연구했다. 정식 논문은 2026년 9월 9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산소가 줄었지만, 모든 곳의 혈류가 줄지는 않았다
산소가 부족할 때 몸의 부위마다 혈류가 다르게 변하는 현상 자체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1985년 새끼 돼지, 2003년 제브라피시, 2014년 무지개송어 연구에서도 관련 현상이 보고됐다. 이번 연구의 초점은 혈류 변화와 여러 조직의 세포 반응을 연결해 보고, 신경활동에 직접 개입해 조절 관계를 시험하는 데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 환경에 공급하는 혼합기체의 산소 비율을 21%에서 10%로 낮췄다가 다시 21%로 되돌렸다. 이 숫자는 공급 기체의 조성이다. 물고기의 혈중 산소포화도나 물속 산소의 질량비를 뜻하지 않는다. 기준 상태를 최소 5분간 관찰한 뒤 저산소 조건을 10~20분 유지했다. 연구 전체에는 수정 후 5~14일 된 개체가 쓰였고, 혈류 실험·영상에는 수정 후 7일 된 개체가 사용됐다.
저산소 조건에서는 장간막동맥, 즉 장 등 내장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이 수축했다. 장으로 가는 배관의 통로가 좁아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장 혈류는 거의 멎었고 산소 조건을 복구하면 회복됐다. 반면 뇌와 근육의 혈류는 대체로 유지됐다. 확인된 결과는 부위별 혈류 반응의 차이다. 장으로 가던 피가 전부 뇌로 이동했다거나 뇌 혈류가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후뇌 활동을 억제하자, 장 혈류가 돌아왔다
혈관과 신경세포가 함께 반응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는 무엇이 무엇을 조절하는지 알기 어렵다. 연구진은 광유전학을 이용해 이 관계를 시험했다. 광유전학은 신경세포가 유전적으로 빛에 반응하도록 만든 뒤, 빛을 비춰 활동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후뇌의 신경활동을 억제하는 데 사용했다.
저산소 조건을 시작한 지 5분 뒤부터 후뇌와 심장 부위에 번갈아 빛을 비췄다. 한 번에 1분간 조사하고 1분간 쉬는 절차였다. 후뇌의 신경활동을 억제하자 장 혈류가 수초 안에 회복됐고, 억제하는 동안 거의 정상 수준으로 유지됐다. 산소 부족은 계속되고 있었다. 심장 부위에 빛을 비춘 대조 조건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해당 실험 조건에서 저산소에 따른 장간막동맥 수축에 후뇌 신경활동이 필요했음을 뒷받침한다. 저산소와 혈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관찰에서 더 나아가, 신경활동을 바꾸면 혈류 반응도 달라지는지 확인한 것이다. 다만 후뇌의 관여를 확인한 것과, 그 안의 어떤 세포가 어떤 경로로 혈관을 조절하는지 밝힌 것은 구분해야 한다.
연구진은 몸의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에서도 단서를 확보했다. 저산소에 반응하는 교감신경 세포와 장간막동맥을 따라가는 신경섬유를 확인했다. 그러나 담당 후뇌 세포에서 혈관에 이르는 연결을 세포별로 모두 확정하지는 못했다. 후뇌와 혈관 사이에 어떤 신경세포들이 이어져 있는지는 여전히 남은 질문이다.
여러 장기의 ‘표시등’을 같은 시간표로 읽다
이런 연구를 가능하게 한 WHOLISTIC은 여러 장기의 세포 내 칼슘 변화를 함께 관찰하는 방법이다. 칼슘 변화에 따라 형광이 달라지는 센서와 3차원 형광현미경, 움직임 보정, 세포·조직 분석을 결합했다. 칼슘 변화는 세포 활동을 읽는 지표다. 세포가 수행하는 모든 기능을 직접 측정하는 것은 아니며, 세포 종류에 따라 신호의 의미도 달라진다.
여러 방의 표시등을 같은 시간표로 기록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어느 방의 불빛이 먼저 달라지고 다른 방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여기에 광유전학으로 한쪽 스위치를 조작하면 다른 곳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표시등이 함께 밝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두 방이 직접 연결됐다고 단정할 수 없듯, 칼슘 신호가 함께 변하는 것만으로 직접적인 신경 연결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투명한 제브라피시라도 몸속을 안정적으로 관찰하기는 쉽지 않았다. 장과 근육이 움직이면 영상 속 같은 세포의 위치가 달라져 계속 추적하기 어렵다. 눈·귀·부레에서는 빛이 흩어지는 산란이 생겨 일부 조직을 가린다. 따라서 여러 조직에서 나온 신호를 구분하고 움직임을 보정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별도로 조직을 확대해 관찰하는 전신 팽창현미경 분석을 이용해 해부학적 구조도 확인했다.
촬영 속도는 관찰 목적에 따라 달랐다. 3차원 영상은 약 0.3Hz, 곧 약 3.3초에 한 번씩 촬영했다. 혈류를 보기 위한 단면 영상은 10Hz로, 1초에 10번 촬영했다. 입체적인 세포 반응을 살피는 영상과 빠른 혈류 변화를 읽는 영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얻었다. 전신의 모든 변화를 같은 속도로 빠짐없이 기록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혈류 역시 혈관을 지나는 피의 양을 절대 단위로 직접 잰 것은 아니다. 적혈구가 이동할 때 생기는 형광 변동을 이용해 해당 부위의 혈류를 추정했다. 개별 적혈구를 모두 추적하거나 분당 몇 밀리리터가 흐르는지 측정한 결과와는 다르다. 따라서 장 혈류가 ‘거의 멎었다’는 관찰을 임의의 감소율로 바꿀 수 없다.
조절의 단서를 찾았지만, 생존 효과는 남은 질문
결과를 읽을 때는 동물 수와 반복 측정을 구분해야 한다. 동맥 직경 실험은 3마리에서 마리당 3회 이상 수행했다. 후뇌 억제·혈류 실험은 별도의 4마리에서 마리당 3회, 마리당 4개 혈관을 측정했다. 여러 차례, 여러 혈관을 살폈다는 점과 많은 동물에서 확인했다는 주장은 같지 않다. 같은 개체를 반복해서 측정해도 동물 수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연구설계에도 제약이 있다. 실험에 필요한 동물 수를 통계적으로 미리 계산하지 않았고, 수집·분석 과정에서 어떤 조건인지 모르게 하는 눈가림도 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조건에 따라 촬영 절차가 달랐으며 분석에는 같은 자동화 절차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무작위 배정을 했고 데이터를 제외하지 않았다는 점은 보고했다.
고정된 실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물고기는 젤에 옆으로 고정됐으며, 입과 아가미 주변의 젤과 물을 흘려보내는 관류의 부재가 산소 조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젤 내부의 산소 측정을 추가했지만, 자유롭게 헤엄칠 때보다 산소 수준이 낮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조직의 산성도를 나타내는 pH도 별도로 통제하지 않았다.
측정 신호에도 한계가 있다. 센서가 측정 범위를 넘어 더 큰 변화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포화, 이웃 세포의 신호가 섞이는 현상, 빛 산란과 제한된 촬영 속도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 특히 뇌 혈류가 유지됐다는 결과를 뇌 세포 활동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혈류와 칼슘 신호는 서로 다른 내용을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혈류 재배치를 뇌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존하는 반응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 반응이 생존율을 높였다는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사람의 뇌를 보호하거나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와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어린 제브라피시의 고정된 실험 조건에서 얻은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의의는 여러 장기의 반응을 함께 보고 신경활동에 개입하면서, 몸의 조절 관계를 시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산소가 부족할 때 어디의 혈류가 달라지는지에 더해, 그 변화에 어떤 신경활동이 필요한지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후뇌 세포와 혈관까지의 연결 경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도 같은 조절이 나타나는지, 그 결과가 생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
자료: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