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낯선 공간도 바로 적응"…UNIST, 정확도·속도 모두 잡은 AI 공간인식 기술 개발

로봇이 처음 가보는 공간에서도 헤매지 않고 자기 위치와 주변 지도를 동시에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카메라 영상만으로 위치를 추정하는 기존 AI 기술은 빠른 계산과 정확한 계산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는데, 두 장점을 하나로 합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인공지능대학원 주경돈 교수팀은 정확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인 AI 슬램(SLAM·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 기술 유니심 슬램(UniSim-SLAM)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슬램은 카메라가 달린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면서 자신의 위치와 주변 3차원 공간을 동시에 파악하는 기술이다. 로봇, 자율주행,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등에서 핵심적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AI가 카메라 영상만 보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주변 공간을 추정하는 AI 슬램 기술이 발전했다. 그런데 어떤 시점의 화면들을 함께 분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도 공간의 크기와 위치가 조금씩 다르게 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차이가 로봇이 이동하는 동안 쌓이면 추정한 위치가 실제 경로에서 점점 벗어나는 드리프트(drift) 현상이 나타난다. 두 시점의 화면만 비교하면 빠르게 위치를 계산할 수 있지만 이동할수록 오차가 누적되고, 여러 시점의 화면을 한꺼번에 분석하면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계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식으로 속도와 정확도가 서로 상충했다.
연구팀은 위치 추적에는 두 시점만 비교하는 빠른 방식을, 누적된 오차를 바로잡는 데는 여러 시점을 함께 분석하는 정밀한 방식을 함께 적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두 방식의 분석 결과는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른 축척이나 방향으로 그린 지도처럼 어긋날 수 있는데, 연구팀은 두 분석에 공통으로 들어간 화면의 촬영 위치와 순서에 따른 카메라의 이동 방향·거리 정보를 함께 이용해 이 어긋남을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정보들이 서로 맞아떨어지도록 3차원 복원도와 이동 경로를 함께 늘리거나 줄이고, 돌리거나 옮겨 두 결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식이다.
실내 공간을 촬영한 대표적 벤치마크인 7-Scenes로 성능을 검증한 결과, 카메라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오차가 기존 최고 수준 기술보다 최대 45.9% 줄었다. 또 다른 실내 벤치마크인 TUM RGB-D에서도 궤적 오차가 38.5% 감소해, 두 개 벤치마크에서 모두 성능이 확인됐다. 처리 속도에서도 차이가 컸다. 여러 화면을 함께 분석하는 기존 기술(VGGT-SLAM)은 결과를 내놓는 데 3.41초가 걸렸지만, 유니심 슬램은 0.197초 만에 같은 작업을 처리했다.
연구팀은 두 방식을 하나의 통합된 최적화 체계로 묶은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이동하는 시스템,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실내 공간을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서비스 로봇과 지능형 장치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메라 정보만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다양한 AI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UNIST 이인하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주경돈 교수는 유니심 슬램은 빠른 분석과 정확한 분석의 장점을 하나로 결합함으로써 로봇이나 증강현실, 자율주행 등에서 필요한 정확한 위치 파악과 3차원 공간 복원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술 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컴퓨터 비전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대회인 유럽 컴퓨터 비전 학술대회(ECCV) 2026에 채택됐으며, 학회는 지난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스웨덴 말뫼에서 열렸다.
자료: UN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