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처럼 늘어나도 화질 그대로… 초고해상도 신축형 QLED 개발

고무줄이나 사람 피부처럼 자유자재로 늘어나면서도 화면이 흐려지지 않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나왔다. 화면을 접거나 마는 수준을 넘어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 잡아당기거나 비틀어도 화질 손상이 없다는 점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는다. 한국연구재단은 UNIST(울산과학기술원) 최문기 교수 연구팀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양지웅 교수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 연구팀과 함께 초고해상도 신축형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OLED 넘어설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양자점
QLED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알갱이인 '양자점'에 전기를 흘려 스스로 빛을 내게 하는 발광소자다. 양자점은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빛의 색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어 색을 표현하는 순도가 높고, 이 때문에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꼽혀 왔다. 문제는 이런 양자점 소재를 딱딱한 기판이 아니라 고무처럼 늘어나는 기판 위에 촘촘하고 균일하게 배열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화면을 이루는 화소 하나하나가 미세한 회로와 양자점으로 연결돼 있는데, 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신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축형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늘리는 과정에서 빛을 내는 화소를 이루는 미세 회로와 양자점 배열이 뒤틀리거나 끊어지면서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목을 잡아 왔다. 화면이 잘 늘어나게 만들수록 오히려 선명도가 떨어지는, 신축성과 화질이 서로 상충하는 과제였던 셈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난제를 넘어, 신축형 디스플레이가 시제품 단계를 벗어나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던 핵심 이유이기도 했다. 아무리 잘 늘어나더라도 화질이 뭉개진다면 실제 정보를 표시하는 화면으로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이런 변형 과정에서도 양자점과 화소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해, 늘어난 상태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밝기와 해상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웨어러블·로봇 피부로 이어질 응용 가능성
이 기술이 실용화 단계로 이어지면 몸에 부착하는 건강 모니터링 센서, 옷처럼 입는 전자기기, 로봇의 피부처럼 복잡하게 움직이는 표면에 밀착되는 화면 등 기존의 평평하거나 한 방향으로만 휘는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형태의 전자기기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의 관절이나 피부, 로봇의 곡면 구조는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늘어나거나 비틀리기 때문에, 접거나 한쪽으로만 구부러지는 기존 폴더블·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는 이런 표면에 완전히 밀착시키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상하좌우 모든 방향의 변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한계를 넘어설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신축성을 확보하면서도 해상도를 낮추지 않았다는 점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질 때 화질과 유연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난제를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신축형 디스플레이 연구는 늘어나는 성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해상도나 밝기 같은 화질 지표에서는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성과는 이 두 요소를 함께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번 성과는 재료 합성부터 소자 설계, 디스플레이 공정까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UNIST, DGIST, IBS 세 연구기관이 협력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신축형 디스플레이처럼 소재과학과 소자공학, 공정기술이 두루 맞물려야 하는 융합 연구 분야에서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논문 'High-resolution intrinsically stretchable quantum-dot displays through thermally assisted intaglio transfer printing'으로 2026년 9월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자료: 한국연구재단, UNIST, DGIST, 기초과학연구원(IBS), Nature Nanotechnolo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