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알츠하이머병 뇌 전두피질에서 그동안 놓쳤던 '마이크로단백질' 1,067개 지도 완성 — Salk연구소, AI

사람 뇌 조직을 AI로 다시 들여다봤더니, 그동안 어떤 목록에도 없던 존재가 1,067개나 튀어나왔다면 어떨까. 미국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캘리포니아 라호이아)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비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인공지능(AI)으로 재분석한 끝에, 그동안 특성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던 초소형 단백질 1,067개를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Aging에 2026년 9월 14일 게재됐다.
표준 지도에서 빠져 있던 '유전체의 암흑물질'
연구팀이 찾아낸 것은 '마이크로단백질'이라 불리는, 아미노산 150개 미만의 아주 짧은 단백질 조각이다. 표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는 오랫동안 이런 짧은 서열을 두고 "단백질을 만들 만큼 긴 유전자가 아니다"라고 판정해 컴퓨터 분석 단계에서 자동으로 걸러내 왔다. 그 결과 마이크로단백질은 유전체 안에 실제로 존재하면서도 아무도 목록에 올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고,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흔히 '유전체의 암흑물질'이라 부른다. 여기에 더해 표준 질량분석 장비도 짧은 단백질일수록 신호를 포착하기 어려워, 존재하지만 아무도 실물로 확인하지 못한 단백질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AI가 후보를 고르고, 장비가 실물을 확인하다
이번 연구에는 같은 연구팀이 2025년 개발한 AI 기반 도구 'ShortStop'이 쓰였다. 이미 쌓여 있는 유전체·단백질체 데이터를 AI가 다시 훑어 짧은 단백질 후보를 골라내고, 그 후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질량분석기로 물리적으로 재확인하는 2단계 방식이다. 비유하자면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AI가 넓은 숲에서 그동안 안 보이던 작은 오두막 1,067채를 찾아내면, 사람이 직접 걸어가 현관문을 두드려 진짜 있는지 확인한 셈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유무가 섞인 뇌 조직 샘플 480개의 등외측 전전두피질을 이런 방식으로 분석했다. 연구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여러 연구비와 민간 의학연구재단인 Clayton Medical Research Foundation의 지원이 들어갔다. ShortStop은 이번이 첫 적용은 아니다. 앞서 2025년 폐암 데이터셋에 적용해 신규 마이크로단백질 후보 210개를 찾아냈고, 그중 1개가 실제로 검증된 바 있는 범용 도구다.
없앴더니 면역세포의 '배터리'가 고장 났다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병 뇌 조직에서는 수백 개의 마이크로단백질이 정상 뇌와 다른 발현 수준을 보였고, 전반적으로 알츠하이머 뇌세포에서 발현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중 한 마이크로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해 봤는데, 그러자 세포의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손상됐다.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유전자 자리에서 원래 만들어지던 '큰 단백질' 대신 '작은 마이크로단백질' 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다. 같은 악보를 다른 악기로 연주하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나듯, 이 자리에서는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마이크로단백질 쪽을 만들고 있었고, 이를 없애자 세포의 '배터리'가 고장 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미세아교세포 기능 이상과 잠재적으로 연결지었다. 다만 이 마이크로단백질의 구체적인 이름이나 유전자 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남은 질문들
연구팀은 스스로 한계를 분명히 했다. 이번 지도는 뇌 전체가 아니라 전전두피질이라는 한 부위에 국한됐고, 확인된 마이크로단백질이라 해도 생물학적 기능이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발견된 모든 마이크로단백질이 모든 질병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잉 해석을 경계했다. 연구 책임자는 건강한 노화의 분자 메커니즘조차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이번 발견이 결론이 아니라 후속 연구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는 이번 발견을 두고 "이런 마이크로단백질들을 간과함으로써 생물학의 한 층 전체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확보한 마이크로단백질 데이터셋을 공개해 다른 연구실이 서열을 내려받아 독자적인 검증 실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앞으로 기존 뇌조직 코호트 자원을 활용해 분석 범위를 뇌 전체로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정 연구와 관련한 국내 연구기관·기업의 후속 연구나 국내 보도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Salk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미국 국립보건원(NIH), Clayton Medical Research Foundation, 국제 학술지 Nature Ag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