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연구팀, 수계 아연이온전지 양극 신소재 개발…화재 위험 낮추고 용량 높였다

동국대 에너지신소재공학과 안건형 교수와 장인성 연구원 연구팀이 화재 위험이 낮은 차세대 배터리인 '수계 아연이온전지'의 성능을 끌어올릴 새로운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실렸으며, 논문은 2026년 8월 22일 게재 승인을 받아 8월 24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계 신진후속 사업,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 사업, 한국전기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물을 전해질(배터리 안에서 이온이 오가는 액체 매질)로 사용하는 배터리다. 불이 잘 붙는 유기용매 대신 물을 쓰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낮고, 대규모로 설치해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어 태양광·풍력 발전처럼 들쭉날쭉한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전지에서 널리 쓰이는 MnO2(이산화망간) 양극은 전기를 나르는 아연이온(Zn2+)이 소재 안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느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소재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제 사용 전 별도의 전기화학적 '활성화 과정', 즉 충전과 방전을 여러 차례 반복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준비 단계를 거쳐야 했다. 또 오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양극 속 망간 성분이 전해질로 녹아 빠져나가는 'Mn 용출'과 전극·전해질이 맞닿는 경계면(계면)이 나빠지는 열화가 일어나, 전지의 출력과 수명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MnO2 양극 표면에 폴리에틸렌옥사이드(PEO)라는 고분자 소재로 만든 얇은 계면층을 입힌 새로운 양극 'ZIA(Zn2+-Insertion-Accelerated, 아연이온 삽입 가속)'를 개발했다. 이 계면층은 전극과 전해질 사이의 친화도를 높이고 계면에서 이온이 이동할 때 받는 저항을 줄여 아연이온의 이동을 촉진하는 한편, 아연이온과 경쟁하며 성능을 갉아먹던 수소이온(H+)의 이동은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별도의 활성화 과정 없이도 처음 충전·방전하는 순간부터 아연이온 중심의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실제로 PEO 계면층을 입히자 전해질 방울이 표면에서 퍼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접촉각이 121도에서 37도로 크게 줄어, 전해질이 양극 표면을 훨씬 잘 적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GITT, EIS, XRD, XPS 등 전지 내부의 이온 움직임과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여러 분석 기법을 동원해 ZIA 양극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그 결과 ZIA 양극은 기존 양극보다 아연이온의 이동 속도가 훨씬 빠르고, 아연이온이 소재 안으로 들어가는 구간의 확산계수도 한 자릿수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성능 저하를 일으키던 비가역적인 수소이온 삽입과 부산물인 MnOOH 생성도 억제돼, PEO 계면층이 아연이온 중심의 반응을 유도하고 MnO2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 뒷받침됐다.
성능 면에서 ZIA 양극은 별도의 활성화 과정 없이도 0.2C(천천히 충방전하는 조건)에서 1그램당 265.7 mAh(밀리암페어시, 전지 용량 단위)의 용량을, 더 빠르게 충방전하는 2C 조건에서도 127.8 mAh g-1의 높은 용량을 보였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뒤 망간이 녹아 빠져나가는 양도 기존 양극보다 약 52% 줄었다. 아울러 실제 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시험하는 '파우치셀'로 만들어 활물질을 많이 넣은 고질량 전극에서 300회 충전·방전을 반복한 결과에서도 우수한 사이클 안정성을 보여, 실제 에너지저장장치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건형 교수는 계면에서 이온 이동을 조절해 별도의 활성화 과정 없이 첫 사이클부터 아연이온 중심의 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전극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수요가 큰 시설에 쓰이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수명이 긴 수계 아연이온전지 개발에 이번 연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료: 동국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