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를 AI가 대신 찾아주는 시대, 검증의 몫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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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SnaxMikn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새 유전자가위 후보를 찾아낸 것이 실험대 앞의 연구자가 아니라 인공지능 에이전트 950여 개였다는 사실에 나는 먼저 눈이 갔다.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여러 개의 자율 연구 에이전트로 나눠 돌리는 캠페인을 통해, 역전사효소(RNA를 DNA로 바꿔 쓰는 효소) 20만 개 넘는 후보를 훑어 크리스퍼와 구조적으로 닮은 새 효소 시스템, 이른바 '배열 연관 역전사효소(ART)'를 골라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가위란 세포 안에서 DNA의 특정 부위를 정확히 잘라 편집할 수 있게 해 주는 생물학적 도구를 뜻하는데, 이번 결과에서 정작 놀라운 대목은 효소 자체보다 그것을 찾아낸 방식에 있다고 본다.

유전자가위는 원래 '발굴'되는 것이었다

크리스퍼 자체도 애초에 실험실에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세균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갖고 있던 방어 시스템을 연구자들이 우연히 들여다보다 찾아낸 것이었다. 이후 카스9, 카스12, 카스13처럼 자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변종들도 대개는 토양이나 바닷물 속 미생물의 유전자 서열을 대량으로 훑는 메타지놈 분석을 통해 하나둘 발굴돼 왔다. 이번 ART 역시 같은 발굴형 연구의 연장선에 있지만, 사람 연구자가 몇 달에 걸쳐 서열을 훑던 일을 AI 에이전트 무리가 나눠 맡아 처리했다는 점에서 규모와 속도가 이전과는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반가운 지점과 아쉬운 지점

산업적으로는 반가운 신호다. 크리스퍼 계열 도구들은 이미 특허 지형이 촘촘히 얽혀 있어, 구조가 다른 편집 도구 후보 하나하나가 연구와 상업화의 선택지를 넓혀 준다. 다만 '크리스퍼와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것과 '실제로 정확하게 유전자를 편집하는 도구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점은 짚어야 한다. 표적을 정확히 찾아가는 특이성과 세포 안에서의 편집 효율은 이제부터 사람이 실험으로 검증해야 할 몫이다. 이 대목을 건너뛰고 발견 자체를 곧장 '차세대 유전자가위'로 부르는 성급함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연구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던 절차의 상당 부분을 AI 에이전트 무리가 대신 훑어 주는 방식이 앞으로 다른 생물학 분야에서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재현하고 검증할지, 자율 에이전트가 다루는 유전체 데이터의 오남용 가능성은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자라야 한다. 발견의 속도만 앞서고 검증과 관리 체계가 뒤처지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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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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