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치료제의 진짜 승부처는 '배양 공정'이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8 06:00
카디스바이오 국책과제 선정을 보며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NIH Image Gallery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 Public domain)

세포치료제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대개 어떤 병을 고치는지부터 궁금해한다. 그런데 정작 이 분야 전문가들이 밤잠을 설치는 지점은 약효가 아니라 '같은 물건을 똑같이 만들 수 있는가'다. 카디스바이오가 45억원 규모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iPSC(유도만능줄기세포·성체세포를 되돌려 몸속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게 만든 줄기세포) 배양 공정에 AI와 디지털 트윈(실제 생산라인을 컴퓨터 안에 그대로 복제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접목한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학합성 의약품은 분자식이 정해져 있어 같은 원료로 같은 반응을 시키면 대체로 같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세포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기 안에서 키워 만든다. 온도·산소농도·영양분 공급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로트(생산 단위)마다 세포의 순도와 증식률이 흔들리는 일이 흔했고, 이는 세포치료제 산업 전반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고질적 약점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바이오제조 업계에서는 공정 곳곳에 센서를 붙여 실시간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반도체·화학 플랜트에서 먼저 자리 잡은 디지털 트윈 기법을 세포 배양 공정으로 옮겨오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이번 과제는 그 흐름이 국내 세포치료제 현장에도 본격적으로 상륙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대와 아쉬움 사이

반가운 지점은 분명하다. 국내 세포치료제 기업 다수는 규모가 작아 공정 자동화에 독자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부족했다. 국책과제 형태로 초기 비용과 위험을 분담해준다면, 이번 프로젝트가 한 기업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품질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짚어야 한다. AI와 디지털 트윈이 아무리 정교한 예측을 내놓아도, 그것이 실제 품질 판정 기준으로 인정받으려면 규제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검증 데이터가 오랜 기간 쌓여야 한다. 45억원이라는 예산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용 생산라인 전체를 뒷받침하기엔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결국 이런 기술이 개별 기업의 성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여기서 쌓이는 공정 데이터와 품질 기준을 업계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틀로 만드는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포치료제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려면 신약 후보물질 못지않게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선정은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평가한다.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