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원 수소, 생산부터 사용까지 따져 온실가스 감축 조건 밝혔다

폐기물을 수소로 바꾸는 것만으로 온실가스가 항상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폐기물의 기존 처리 방식과 생산한 수소의 사용처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원재 교수 연구팀은 국내 폐자원으로 수소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전 과정 평가는 수소 생산 공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원료의 상류 공급부터 수소 운송과 압축, 최종 활용까지 이어지는 배출량을 함께 계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평가에서는 설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제외했다.
연구에는 최원재 교수와 곽규나·임예형 연구자가 참여했다. 논문 제목은 ‘폐자원으로부터 생산된 수소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 제370권에 논문번호 122143으로 등록됐으며, 2026년 12월 15일 발행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국내 폐기물 처리 환경을 반영해 모두 8가지 수소 생산 경로를 분석했다. 연구 범위에는 고형폐기물연료와 혼합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가스화·플라즈마 가스화·열분해 등 열화학 경로가 포함됐다. 매립가스와 음식물류 폐기물·가축분뇨·하수슬러지를 혐기성소화해 얻은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경로도 평가했다. 혐기성소화는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가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분석 결과, 전력 생산에 쓰이던 고형폐기물연료와 혼합 폐플라스틱을 수소 생산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에 열 생산에 쓰이던 폐자원을 전환하는 경우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더 컸다. 일부 생산 경로에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저장하는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결합하면 외국산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보다 전 과정 배출량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에너지 생산을 수소 생산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간접 영향도 중요했다. 매립가스와 혐기성소화 바이오가스에서 나오는 생물기원 이산화탄소를 탄소중립으로 계산하더라도, 기존 열이나 전력 생산을 중단하면 그만큼 부족해진 에너지를 화석연료로 채워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시스템에서 계산한 순 전 과정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은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0~4.00kg CO2-eq인 수소를 배출 수준에 따라 1~4등급으로 구분한다. CO2-eq는 여러 온실가스의 영향을 이산화탄소 무게로 환산한 값이다. 이 가운데 2.01~4.00kg 구간은 4등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소 1kg당 4kg이라는 인증기준이 모든 사용처에서 화석연료보다 유리한지를 가르는 절대선은 아니다. 연구진이 기존 차량 연료와 발전·제철 공정을 수소로 대체할 때를 기준으로 계산한 전 과정 배출량의 손익분기점은 수송 11.9kg, 발전 8.6kg, 철강 15.8kg CO2-eq/kg-H2였다. 생산단계 배출량이 인증기준을 넘더라도 사용 분야와 생산 경로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기술보다 온실가스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폐자원의 기존 처리 방식부터 수소의 최종 사용처까지 연결해 비교함으로써, 국내 폐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판단할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 폐자원 기반 수소는 자원순환과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지만, 생산량만이 아니라 대체되는 기존 공정까지 포함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한국형 Green NCAP 평가기술 개발 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수소 생산·열에너지 저장 연구 및 한-EU 수소 연구교류 인력양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자료: 이화여자대학교, Elsevier, 국가법령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