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빛을 내는 포토레지스트를 직접 새겼다…세 번의 노광으로 만든 다색 OLED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15 06:43
ETH 취리히 연구진, 110㎚ 형광 선과 30㎛ 전기 구동 RGB 화소 구현…녹색 소자 최고 EQE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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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kun Chen

전구와 사진용 감광필름을 한 몸으로 만들면 어떨까. 빛을 내야 할 재료 자체가 노광된 자리에서 굳고, 나머지는 씻겨 나간다면 발광층 위에 별도의 포토레지스트를 씌우지 않고도 원하는 무늬를 바로 새길 수 있다. ETH 취리히 연구진은 이 발상을 구현한 전기발광 포토레지스트(electroluminescent photoresist, ELPR)를 개발했다. 자외선 공정을 세 번 반복해 약 30㎛ 크기의 적·녹·청 화소(픽셀)를 만들고 전기로 켰으며, 별도의 전자빔 실험에서는 녹색 재료에 110㎚ 폭의 형광 선을 새겼다.

다만 두 결과는 구분해야 한다. 110㎚ 선은 외부 광원을 비춰 관찰한 단색 형광 패턴이고, 전극을 갖춰 전기로 구동한 OLED 화소가 아니다. 실제로 전기를 흘려 켠 RGB 화소는 약 30㎛로, 110㎚보다 약 270배 크다. 이 차이를 지우면 연구의 성과가 ‘110㎚ 전기 구동 OLED’로 잘못 전달된다.

빛나는 중심은 보호하고, 굳는 반응은 바깥으로

OLED 발광재료를 직접 사진처럼 현상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빛을 내는 기능과 화학반응을 견디는 기능을 한 재료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교반응에 관여하는 라디칼과 반응성 작용기는 발광이나 전하수송을 방해할 수 있다. 초기 직접 감광성 발광 고분자는 2003년과 2006년에도 보고됐지만 효율이 낮았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직접 패터닝이라는 발상 자체보다, 열활성화 지연형광(TADF)과 공간 분리형 코어–셸 구조를 이용해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TADF는 전기적으로 만들어진 들뜬 상태를 빛으로 활용하는 발광 방식이다.

연구진은 원자이동 라디칼 중합(ATRP)으로 여러 팔을 지닌 별 모양 고분자를 합성했다. 별의 중심에는 전기를 받아 빛을 내는 TADF 발광체를 놓고, 고분자 팔의 안쪽에는 이를 둘러싸는 호스트 셸을 만들었다. 빛이나 전자빔에 반응하는 가교기는 팔의 바깥쪽에 배치했다. 중심이 작은 전구라면 안쪽 팔은 보호 쿠션이고, 바깥쪽 가교기는 빛을 받으면 서로 붙는 접착제인 셈이다. 발광 중심과 굳는 반응을 공간적으로 떨어뜨려 공정 손상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줄이려는 설계다.

자외선용 ELPR의 바깥쪽에는 신나모일기가 달렸다. 365㎚ 자외선을 받은 자리에서 [2+2] 광환첨가 반응이 일어나 고분자들이 서로 연결된다. 이후 톨루엔으로 현상하면 노광되지 않아 굳지 않은 부분만 녹아 나간다. 필요한 부분을 남기는 음성형 포토레지스트 방식이다. 자외선 노광량은 6,000~8,500mJ/㎠였다. 녹색 재료로는 두께 36㎚ 막에 폭 4㎛의 선과 2㎛의 공간을 만들었다.

RGB 도장을 세 번 찍어 6V에서 켜다

다색 소자는 파랑·초록·빨강 ELPR을 각각 코팅하고 노광한 뒤 현상하는 세 번의 순차 공정으로 제작했다. 파란색을 바르고 필요한 자리만 굳힌 뒤 씻어내고, 초록과 빨강에도 같은 절차를 반복하는 ‘RGB 도장 찍기’와 비슷하다. 먼저 가교된 색은 뒤이은 톨루엔 현상에도 녹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세 발광재료를 차례로 집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전기 구동 시제품은 약 30㎛ RGB 화소로 구성된 약 1×2.4㎜ 크기의 ‘ETH’ 로고다. 6V에서 세 색이 전기적으로 빛났다. 그러나 개별 화소를 따로 켜고 끄는 주소지정 회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별도의 전자회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상을 바꾸는 능동행렬 화면이나 CMOS 구동회로 위에 집적한 완성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결과는 아니다.

자외선으로 가교하고 직접 패터닝한 녹색 ELPR OLED의 최고 외부양자효율(EQE)은 13.3%였다. EQE는 소자에 주입한 전자 수와 외부로 나온 광자 수의 비율이다. 전자 100개를 주입했을 때 외부로 나온 광자가 최대 약 13개에 해당한다는 의미이지, 투입 전력의 13.3%가 빛으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수치는 녹색 단일 소자의 최고값이며 빨강과 파랑도 같은 효율을 냈다는 결과는 없다.

화학적으로 작은 결함이 성능을 크게 흔든다는 점도 드러났다. 가교기가 없는 녹색 모체 고분자에서 브로민 말단을 제거하자 최고 EQE가 1.6%에서 30.3%로 약 19배 높아졌다. 전류효율도 최고 4.25cd/A에서 75.44cd/A로 증가했다. 브로민 말단이나 ATRP 합성 뒤 남은 구리 같은 잔류물이 전하를 붙잡는 트랩 또는 빛을 없애는 소광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용 진공증착 소자의 EQE는 26.5%였다.

반면 패터닝 기능을 넣은 녹색 가교 ELPR의 최고 EQE 13.3%는 비가교 모체의 30.3%보다 낮았다. 재료 상태가 서로 달라 차이를 가교 하나의 영향으로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직접 가공성과 발광효율 사이에 절충이 남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코어–셸 구조가 공정 영향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줄였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110㎚ 나노 판화, 화면이 아닌 형광 그림

더 작은 무늬에는 자외선 대신 100keV 전자빔을 사용했다. 전자빔용 ELPR에는 신나모일기 대신 알릴기를 달았으며, 노광량은 재료와 패턴에 따라 100~500μC/㎠였다. 연구진은 얇은 녹색 막에 폭 110㎚, 선 사이 공간 160㎚의 패턴을 만들었다. 70㎛ 굵기의 머리카락을 기준으로 하면 선폭은 약 640분의 1이다. 하지만 이 선은 외부 빛을 받아 녹색 형광을 내는 구조일 뿐 전기로 켜는 OLED 화소가 아니다.

전자빔 공정을 두 번 적용해서는 300×430㎛ 크기, 250×350픽셀의 다색 마코앵무새 그림도 제작했다. 그림을 이루는 나노디스크의 지름은 150~600㎚였고 최소 특징 크기는 약 200㎚였다. 적색과 녹색으로 만든 약 300㎚ 크기의 나노도넛도 제시했다. 모두 전자빔으로 한 점씩 새기고 외부 빛으로 관찰한 정지 형광 이미지다. 동영상을 표시하는 화면이나 전기 구동 디스플레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자빔은 한 점씩 기록하는 직렬 공정이어서 높은 해상도와 대면적 생산성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실험은 110㎚까지 직접 패터닝할 수 있음을 보였지만, 대형 디스플레이를 빠르고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자외선 공정 역시 6,000~8,500mJ/㎠의 노광량을 사용했기 때문에 처리시간과 추가 손상,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을 더 검증해야 한다.

13.3% 뒤에 남은 146분의 수명

가장 큰 한계는 수명이다. 최적화한 가교 ELPR의 LT50은 2.4mA/㎠ 정전류에서 146분이었다. LT50은 처음 밝기의 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같은 전류밀도에서 최적화한 비가교 대조군은 172분이었다. 초기 가교 소자는 1mA/㎠에서 약 70분이었지만, 전류밀도와 적층구조·수송층이 달라 146분과 단순 비교해 개선 배수를 계산할 수 없다. PEDOT:PSS 계면과 자외선 공정의 상호작용도 수명 저하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면적 균일도와 결함률, RGB 정렬 오차, 색별 효율과 수명의 균형, 생산수율도 공개 결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CMOS 구동회로 위에 직접 정렬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집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연구자 3명은 ELPR 개념과 합성법에 관한 유럽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 결과의 오류를 뜻하지 않지만 사업화 이해관계로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ELPR을 공동개발하거나 독립 재현하고 기술이전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FMM 없는 RGB 포토리소그래피 기술, 삼성디스플레이가 소개한 실리콘 웨이퍼 기반 OLED,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저온 컬러 포토레지스트는 모두 관련 공정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이번 ELPR과 같은 재료나 합성법을 쓴다는 근거는 없다.

논문은 2026년 9월 16일 온라인 공개돼 《Nature》 658권 78~85쪽에 수록됐다. 발표 뒤 약 한 달이 지난 2026년 10월 15일 현재 독립적인 재현 성공이나 실패, 철회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성과는 빛을 내는 유기반도체를 반도체처럼 직접 새길 가능성을 구체적인 소자와 나노 패턴으로 보여줬다. 이제 남은 질문은 가장 가는 선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느냐보다, 그 선을 실제 화소로 켜고 오래 유지하면서 넓은 면적에 빠르고 고르게 만들 수 있느냐다.

자료: ETH 취리히, Nature,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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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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