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이 나기 전 배터리가 먼저 경고한다…리튬 덴드라이트를 전압 신호로 바꾸는 ‘감지형 고체전해질’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16 06:38
복합 고체전해질 속 무기입자를 접촉식 경보기로 활용…완전한 내부단락 전 침투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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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벽 속 전선의 피복을 가느다란 금속 바늘이 뚫기 시작했는데, 합선이 일어나기 전 그 접촉을 알아챌 수 있다면 어떨까. 중국 연구진이 배터리 안에서 자라는 리튬 덴드라이트가 보호층을 관통한 순간을 전압 신호로 바꾸는 ‘덴드라이트 감지형 복합 고체전해질(DSSE)’을 개발했다. 미래의 위험을 미리 예언하는 장치라기보다, 침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심각한 내부단락 전에 알리는 접촉식 경보기에 가깝다.

중국과학원 화학연구소·중국과학원대·중국과학원 닝보재료기술공정연구소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2026년 10월 12일 온라인 공개됐다. 핵심은 배터리의 필수 구성요소인 전해질 자체에 감지 기능을 심었다는 데 있다. 별도의 외부 센서로 온도나 압력 상승을 재는 대신, 전해질 내부에서 벌어지는 덴드라이트 접촉과 계면반응을 직접 전압 응답으로 전환했다.

단단한 고체전해질도 리튬 침투에서 자유롭지 않다

덴드라이트는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내부에 자랄 수 있는 미세한 금속 리튬 통로다. 이 통로가 양극과 음극을 이어버리면 배터리 안에 의도하지 않은 전선이 생긴 것처럼 내부단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덴드라이트가 관찰됐다고 반드시 화재가 나는 것은 아니며, 모든 배터리 화재가 덴드라이트에서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외부 가열과 압궤, 과충전, 제조 결함, 양극 열화 역시 별개의 위험 요인이다.

액체 대신 고체전해질을 쓰더라도 문제는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고체 내부와 전극의 계면에는 결함이나 공극, 입계가 존재할 수 있고, 전류가 한곳에 몰리거나 전자가 새고 균열이 생기면 리튬이 침투할 길이 열릴 수 있다. 리튬의 전단탄성률은 문헌에 따라 약 3.4~4.25기가파스칼(GPa)이며, 선행 이론은 덴드라이트를 기계적으로 억제하려면 그 약 두 배인 6.8~8.5기가파스칼 이상의 강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재료가 단단하다는 조건만으로 실제 전지의 복잡한 결함과 계면 문제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진단은 주 전극 사이 전압이 급락하거나 온도와 압력이 상승한 뒤 이상을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고장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덴드라이트를 무조건 막는다’는 전략에 더해, 막지 못한 침투가 있다면 완전한 단락 전에 들키게 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

보호막을 뚫고 감지 알갱이에 닿으면 전압이 변한다

DSSE는 무기 고체전해질 나노입자와 고분자 전해질을 함께 사용한다. 정상적으로 충·방전할 때 고분자 전해질은 리튬금속과 무기입자가 직접 맞닿지 않도록 보호층 역할을 한다. 반면 무기입자는 덴드라이트를 알아채는 감지 단위다. 리튬 덴드라이트가 고분자층을 뚫고 무기입자에 닿으면 두 물질의 경계인 계면에서 선택적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이 미세한 반응이 외부에서 읽을 수 있는 전압 변화로 바뀐다.

벽을 끝없이 두껍게 만드는 대신 벽 안에 접촉식 경보 알갱이를 넣은 셈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생물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전기’ 신호전달에 비유했다. 덴드라이트 접촉이 자극이라면 무기입자와의 계면반응은 감각 수용이고, 바깥에서 측정되는 전압 변화는 신경 신호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생체모방 비유일 뿐, 인공지능이나 실제 신경망을 사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감지 시점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이 전해질은 덴드라이트가 생기기 전에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지 않는다. 덴드라이트가 이미 고분자 보호층을 관통해 무기입자와 접촉한 뒤 신호를 낸다. 의미 있는 시간대는 침투 이전이 아니라, 그 접촉 이후부터 양극과 음극을 잇는 심각한 내부단락이 완성되기 전까지다. 이번 공개 자료만으로 그 간격이 몇 초 또는 몇 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초의 전압 경보’가 아니라 전해질 본체의 감지 기능

덴드라이트 접촉을 전압으로 감지한다는 발상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두 고분자층 사이에 두께 50나노미터(nm)의 구리 감지층을 넣은 3단자 분리막을 발표했다. 가속 전기화학 시험에서는 전류밀도 4.0밀리암페어 매 제곱센티미터(mA cm⁻²)에서 구리층 접촉이 약 3.5시간 뒤 나타났고, 일반 분리막 셀의 단락은 약 6.5시간 뒤 관찰됐다. 별도의 투명 관찰셀에서는 충전 시작 후 약 6~8분에 접촉이 확인됐다. 서로 다른 셀과 시험 구성의 수치를 단순히 빼 ‘3시간 먼저 경고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2019년에는 라이스대 연구진이 적린 코팅 분리막을 이용한 2전극 감지 방식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성과를 세계 최초의 덴드라이트 전압 감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차별점은 별도 구리 감지층 같은 부품을 추가하는 대신, 복합 고체전해질을 이루는 무기성분과 리튬의 선택적 계면반응을 전해질 본체의 감지 기능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전해질을 단순한 이온 이동 통로가 아니라 내부 상태를 알리는 감지소자로 확장한 것이다.

연구진은 전압 변화만 기록하지 않았다. 구리 격자와 DSSE의 계면을 광학현미경과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으로 시간에 따라 관찰해, 덴드라이트 접촉 및 계면 변화가 전압 신호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대조했다. 연구 자료에는 보충그림 54개, 보충노트 9개, 표 7개, 영상 4개와 본문 그림 1~4의 원자료 파일이 등재됐다.

경보를 안전으로 바꾸려면 넘어야 할 문턱

감지는 곧 예방이 아니다. 전압 신호가 생긴 뒤 배터리관리시스템(BMS·각 셀의 상태를 살피고 충전과 방전을 제어하는 장치)이 이를 정상적인 전압 변동과 구별하고, 충전을 멈추거나 문제 셀을 격리해야 위험 저감으로 이어진다. 충전 전류 전환, 온도와 접촉저항 변화, 계면 열화와 부분 단락도 전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오경보와 미검출을 가르는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공개 자료로는 정확한 신호 크기와 경고 선행시간, 감지 성공률, 오경보율과 미검출률을 검산하지 못했다. 자동차용 대면적·다층 파우치셀이나 각형 셀, 진동과 충격, 온도 변화, 수년간의 순환수명, 대량생산 수율을 시험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덴드라이트가 무기입자를 피해 자랄 가능성, 입자 분포에 따른 위치별 감도 차이, 감지 반응 뒤 전해질의 원상복구와 반복 경보 가능성도 남은 질문이다. 여러 셀이 직렬·병렬로 연결된 팩에서는 한 셀의 짧은 신호가 다른 셀의 변동에 가려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경북대·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연구진이 복합 고체전해질 전고체 리튬금속전지의 불규칙한 충전 전압인 ‘전압 노이즈 고장(VNF)’을 미세 덴드라이트 침투와 연결한 바 있다. 다만 이 연구는 전압 노이즈의 원인을 밝히고 덴드라이트 문제를 억제한 것으로, 전해질이 의도적으로 경보 신호를 만들도록 설계한 이번 장치와는 목적이 다르다.

이번 논문은 조사 기준일인 2026년 10월 16일 현재 공개된 지 4일에 불과하다. 독립적인 재현 결과가 축적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이 연구의 의의는 덴드라이트를 완전히 없애거나 화재를 차단했다는 데 있지 않다. 지금까지 열화 원인으로만 보던 계면반응을 ‘침투가 여기까지 왔다’는 내부 경보로 바꾼 데 있다. 이 경보가 실제 안전장치가 되려면 대형 셀과 배터리 팩에서 신호를 안정적으로 골라내고, 즉시 충전을 차단하는 전체 과정까지 검증해야 한다.

자료: 중국과학원 화학연구소, 중국과학원대, 중국과학원 닝보재료기술공정연구소, 스탠퍼드대, 라이스대, 서울대, 경북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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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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