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줄이고 사람 예측력 높인다…식약처, ‘NAMs’ 연구 확대

실험동물에게 나타난 반응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한계를 줄이고, 처음부터 인체와 더 가까운 환경에서 의약품의 안전성을 살피려는 시험법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10월 16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인체 중심의 NAMs 규제과학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NAMs)의 연구개발 계획을 밝혔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공동 개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오가노이드와 미세생리시스템(MPS), 인공지능 기반 NAMs의 연구 성과와 국내외 규제 동향을 다뤘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세포를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장기유사체’다. 미세생리시스템은 작은 장치 안에서 인체 조직의 환경과 반응을 모사하는 기술이다. AI는 축적된 화학물질과 생물학 자료를 분석해 독성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NAMs는 단순히 동물시험을 다른 시험 하나로 바꾸는 개념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 범위에 체외시험뿐 아니라 비슷한 물질의 기존 자료를 활용하는 ‘read-across’, 여러 근거를 정해진 절차로 결합하는 접근법, 화학구조와 독성의 관계를 계산하는 QSAR 모델 등을 포함한다. 통합시험평가접근법(IATA)도 개별 시험법의 이름이 아니라 여러 정보를 묶어 특정 규제 질문에 답하는 평가 틀을 뜻한다.
국제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는 시험 결과가 실제 허가와 안전관리에서 쓰이려면 국가 간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OECD 시험지침은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표준이자 회원국 간 상호자료인정의 기반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방법이 이 체계에 들어가면 같은 안전성 자료를 여러 나라에서 다시 생산하는 중복시험을 줄이고 규제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신규 시험지침 제안은 회원국 국가조정관을 거쳐야 하며, 적어도 한 회원국 규제기관의 적극적인 지지와 실제 규제 수요가 필요하다.
이미 안자극 평가에서는 TG 437·438·460·491·492·494·496 등 여러 체외시험 지침이 운용되고 있다. 하나의 체외시험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복수의 방법을 결합하는 전략이 권고된다. 이는 동물시험을 줄이는 것만큼 시험 결과의 신뢰성과 적용 범위를 분명하게 검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해외 규제기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5년 동물시험 감축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2026년 NAMs 검증 일반원칙 초안을 내놓았다. 특정 단클론항체의 비인간 영장류 시험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지침도 추진했다. 통상적인 단클론항체 비임상 프로그램에는 비인간 영장류 100마리 이상이 사용될 수 있고, 비용은 마리당 약 5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식품의약국의 설명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표준화와 재현성 문제를 해결할 오가노이드 모델 개발센터에 첫 3년간 총 8,7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연합에서도 공동연구센터 산하 EURL ECVAM이 비동물시험의 개발·검증·표준화를 맡고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6월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시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내 NAMs가 국제적으로 활용되려면 사람의 반응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지뿐 아니라 실험실이 달라져도 같은 결과를 내는 재현성, 적용 가능한 물질과 독성 범위, 기존 시험과의 비교 근거를 갖춰야 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연구 성과를 규제 현장과 연결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검증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국내 시험법의 OECD 공식 제출 여부나 구체적인 제도화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국립보건원(NIH),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EURL ECV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