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배열과 언어 함께 읽는 AI…고체전해질 후보 탐색 넓혔다

원자의 종류만이 아니라 원자가 놓인 자리와 결합 관계까지 자연어와 연결해, 원하는 성질을 지닌 결정 소재를 찾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사람이 “전자전도를 억제할 수 있는 고체전해질”처럼 목적을 글로 입력하면 그 설명과 가까운 3차원 결정구조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결정구조와 자연어를 함께 이해하도록 설계한 대조언어-결정 모델 ‘CLaC’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8월 26일 Nature Communications에 ‘Scaling multimodal materials representation learning with synthetic narratives’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결정 소재의 성질은 어떤 원소로 이뤄졌는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원소 조합이라도 원자가 3차원 공간에서 어디에 놓이고 서로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물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대형언어모델은 주로 논문과 서적의 문장을 학습하기 때문에 결정구조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원자 배열을 직접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CLaC는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해 결정 그래프 인코더와 텍스트 인코더를 공동 표현공간에 정렬했다. 결정 그래프 인코더는 원자와 결합 관계를 읽는 장치이고, 텍스트 인코더는 소재에 관한 문장을 해석하는 장치다. 두 결과를 같은 공간에 배치해 의미가 비슷한 문장과 결정구조가 서로 가까워지도록 학습시켰다.
학습에는 Materials Project가 제공하는 결정 12만6000개와 각 결정의 물성을 토대로 생성한 합성 설명문이 사용됐다. 합성 설명문은 계산된 물성 정보를 일정한 방식으로 문장화한 자료다. 여기에 포함된 결정 종류는 논문에서 추출한 텍스트 데이터보다 약 300배 다양했다. 연구진은 논문 문장을 그대로 모은 방식보다 물성에 근거해 일관되게 만든 설명문이 구조와 언어를 연결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고 보고했다.
최적 구성의 텍스트-결정 검색에서 Top-1 정확도는 56.6%였다. 이는 주어진 문장에 대해 모델이 첫 번째로 고른 결정이 정답인 비율을 뜻한다. 비교한 손실함수 구성의 정확도는 37.4%로, 두 구성 사이에는 19.2%포인트 차이가 났다. 손실함수는 모델의 답이 정답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계산해 학습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다.
연구진은 별도의 과제별 추가 학습 없이 자연어 질의와 가까운 결정을 찾는 ‘제로샷 역설계’도 시험했다. 역설계는 이미 있는 소재의 성질을 확인하는 대신, 원하는 성질을 먼저 제시하고 그 조건에 맞는 구조를 거꾸로 찾는 접근이다.
고체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질 탐색에서는 상위 30개 후보가 모두 리튬을 포함했으며 평균 계산 밴드갭은 3.23전자볼트였다. 밴드갭은 전자가 이동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에너지 간격으로, 값이 높을수록 전자전도를 억제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4위 후보 Li6PClO5는 별도 연구에서 유망 후보로 제시됐고, 9위 Li4SiO4는 안정한 고체전해질 박막으로 합성된 선행 사례가 있었다.
다만 이번 배터리 후보 선별은 이온전도도가 아니라 높은 밴드갭만을 기준으로 했다. 따라서 결과를 실제 배터리 성능이나 고체전해질 발굴 정확도가 향상됐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모델 역시 현재 이상적인 단결정 구조를 대상으로 하며, 실제 소재에서 나타나는 다결정성, 결함, 서로 다른 물질이 맞닿는 계면의 효과는 반영하지 못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구조 데이터와 언어를 직접 연결해 소재 검색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자료: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Nature Communications,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Materials Project,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PubMed Centr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