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후 ‘티핑 포인트’ 2년 먼저 포착…물리 법칙 이탈로 위험 신호 읽었다

기후나 항공기의 상태가 서서히 변하다 어느 순간 급격히 무너지는 ‘티핑 포인트’를 인공지능이 미리 알아낼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주도 연구진은 단순화한 기후 모델에서 해양 저층운이 사라지는 시점을 2년 이상 앞서 예측하고, 실제 발생 시점과의 오차를 약 11일로 줄였다고 밝혔다.
티핑 포인트는 시스템이 불안정한 임계점을 넘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변화를 겪는 순간을 뜻한다. 매일 달라지는 날씨처럼 비교적 작은 변화를 예측하는 일과 달리, 시스템의 작동 방식 자체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다뤄야 한다. 연구진은 이를 ‘비정상 동역학’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비정상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 같은 규칙이 계속 적용된다고 가정하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킨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재귀 신경 연산자(RNO)’다. 신경 연산자는 개별 숫자만 맞히는 데 그치지 않고 온도장이나 유체 흐름처럼 공간에 펼쳐진 함수 사이의 관계를 학습하는 AI다. 여기에 재귀 구조를 넣어 과거 상태에 관한 기억을 유지하고, 시스템을 지배하는 물리적 특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하도록 했다.
예측의 핵심은 AI가 내놓은 결과가 기존 물리 제약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살피는 데 있다. 학습해 둔 물리 법칙으로 더는 시스템의 움직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되면 큰 변화가 다가온 신호로 판단한다. 연구진은 티핑 포인트가 나타나기 전의 자료만으로 RNO를 학습시킨 뒤, 물리 제약과의 차이를 관찰해 미래의 급격한 전환을 탐지했다. 완전한 물리 법칙을 모두 알지 못하고 일부 또는 근사한 제약만 이용한 실험에서도 예측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후 분야 시험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바다 위의 낮은 구름이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을 단순화한 모델이 쓰였다. 저층운이 소멸하면 지구 온난화를 더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현상은 아직 현실에서 관측된 사건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성과는 실제 지구 기후의 전환 시점을 예보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든 모의 자료 속 티핑 포인트를 예측한 결과다.
연구진은 항공기 날개 주변의 난류 모의실험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했다. 날개의 받음각 같은 조건은 조금씩 변하더라도 주변 공기 흐름은 갑자기 다른 상태로 넘어갈 수 있다. 연구진은 날개의 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실속과 후류 변화에 앞서 RNO가 기존 물리 설명의 한계를 감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모델이 기후 한 분야에만 맞춰진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규칙이 달라지는 여러 물리 시스템을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가 다룬 대상은 단순화한 기후 모델과 항공역학 시뮬레이션이다. 실제 기후나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같은 정확도로 작동한다고 확인한 단계는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후과학뿐 아니라 생태학, 역학, 항공 설계처럼 급격한 상태 전환이 중요한 분야에서 티핑 포인트를 정의하고 예측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