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방향 바꾸는 15㎜ 수중 로봇, 근육세포 한 층으로 헤엄쳤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20 05:42
MIT 연구팀, 얇은 골격근 구동기로 힘 전달 효율과 수명을 높인 생체혼합 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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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비추는 쪽과 깜박이는 속도만 바꿔도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손톱보다 작은 수중 로봇이 개발됐다. 전동기나 프로펠러 대신 살아 있는 근육세포가 수축하며 두 개의 얇은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리투 라만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연구팀은 골격근 세포로 구동되는 생체혼합 로봇 ‘아쿠아봇’을 개발했다. 생체혼합 로봇은 인공 구조물과 살아 있는 세포를 하나의 작동 장치로 결합한 로봇을 뜻한다.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28일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2D Skeletal Muscle Thin Film Actuators Enhance Efficiency of Biohybrid Robots’이며 DOI는 10.1002/adfm.78065다.

로봇의 골격은 길이 15㎜, 폭 7㎜, 두께 0.5㎜인 젤라틴 메타크릴레이트(GelMA) 하이드로젤이다. 하이드로젤은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말랑한 그물 구조의 재료다. 골격의 양쪽 절반이 지느러미 역할을 하고, 각 지느러미 표면에는 면적 13×5.8㎜, 두께 15㎛ 미만의 근육세포층이 놓였다. 15㎛는 1㎜의 약 67분의 1에 해당한다.

사용한 세포는 C2C12 생쥐 골격근 세포다. 연구팀은 세포에 470㎚ 청색광에 반응하는 채널로돕신-2 변이체를 도입했다. 한쪽 지느러미에 빛을 비추면 그 표면의 근육이 수축하고, 지느러미가 휘어지며 물을 밀어낸다. 양쪽을 번갈아 자극하거나 빛을 주는 간격을 달리하면 진행 방향과 속도가 달라진다. 물이 담긴 페트리 접시에서 로봇은 광자극에 맞춰 이동했고 단순한 미로도 통과했다.

얇은 근육 한 층으로 힘과 내구성 확보

기존 골격근 기반 생체혼합 로봇은 주로 많은 세포가 필요한 두꺼운 3차원 근육 조직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근섬유가 뻗는 방향을 세밀하게 정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미세한 홈을 새긴 하이드로젤 위에 근육세포를 한 층으로 배열했다. 적은 양의 조직으로도 근육의 힘을 지느러미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제작 과정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여러 조건을 비교해 간격·폭·높이가 각각 25㎛인 사각 홈과 7.5중량% GelMA 조합을 선택했다. 이 조건에서 근육은 2.9±0.6mN의 힘을 냈다. 기존 피브린 기판에서 측정된 0.36±0.19mN보다 큰 값이다. 같은 C2C12 세포를 사용한 기존 3차원 근육 구동기와 비교하면 단위 근육 부피당 힘은 약 20배였다.

내구성 차이도 확인됐다. 최적화한 구동기는 로봇에서 분리된 상태에서도 30일 넘게 기능했지만, 피브린 기반 비교군은 10분 안에 접혔다. 연구팀은 이를 약 4500배의 수명 향상으로 계산했다. 얇은 세포층이 단순히 로봇의 크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도 기여한 셈이다.

한쪽 지느러미를 1Hz, 2Hz, 3Hz로 자극했을 때 이동 속도는 각각 분당 1.04±0.38, 2.93±1.5, 3.43±1.7몸길이였다. 최고 직선 속도는 1분에 자기 몸길이의 약 4배였다. 연구팀은 물속에서는 공기 중보다 움직임에 더 큰 힘이 필요하므로, 로봇의 작은 크기를 고려하면 의미 있는 구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조직공학과 로봇을 결합한 연구는 2012년 해파리, 2016년 빛을 따라 움직이는 가오리형 로봇, 2022년 인간 심근세포 기반 자율 유영 물고기로 이어져 왔다. 이번 로봇은 계속 뛰는 심근 대신 필요할 때 자극할 수 있는 골격근을 사용하고, 두 지느러미를 서로 독립적으로 광자극해 움직임을 제어했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배양액을 담은 페트리 접시와 단순 미로에서 이뤄진 초기 실증이다. 수중 환경 관찰이나 오염 상태 감시는 앞으로 검토할 활용 가능성으로 제시됐을 뿐, 자연 수역에서 해당 기능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구조를 개선해 유영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자료: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W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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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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