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게 한다는 것과 눈을 되살린다는 것 사이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9 05:32
광유전학 시각 회복이 넘어야 할 마지막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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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Hamel

실명 치료의 성패를 ‘얼마나 선명하게 보이는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진행성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게 빛의 존재와 물체의 위치를 다시 알아차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동과 안전, 독립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남아 있는 망막신경절세포에 빛 감지 기능을 부여하고 특수 고글로 자극해 제한적인 시각 기능 개선 가능성을 확인한 광유전학 치료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망막 복원이 아니라 회로의 재설계

망막색소변성증은 빛을 받아들이는 광수용체가 점차 손상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광유전학은 특정 단백질을 세포에 발현시켜 빛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이번 접근의 핵심은 사라진 광수용체를 그대로 재생하는 데 있지 않다. 원래 빛을 감지하는 주역이 아니었던 망막신경절세포, 즉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출력선’에 새 임무를 맡긴다. 고글은 외부 영상을 치료된 세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빛 신호로 바꾸는 번역기 역할을 한다.

이 발상은 최근 생명과학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손상된 조직을 완전히 원상 복구하기 어렵다면, 남은 세포와 전자장치를 묶어 기능을 우회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와 의료기기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약 한 번 투여하고 끝나는 치료와도 다르다. 환자의 뇌가 새로운 신호를 해석하도록 훈련하는 과정까지 치료의 일부가 된다.

가능성보다 사용성을 검증해야 한다

필자는 이 연구를 ‘시력 회복의 완성’이 아니라 ‘감각 재설계의 출발’로 평가한다. 남은 망막신경절세포가 충분해야 하고, 고글의 영상 처리와 착용 편의성, 반복 훈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환자마다 질환 단계와 신경회로의 보존 정도가 다른 만큼 같은 치료가 같은 효용을 낼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장기간 빛에 반응하도록 만든 세포의 안전성, 효과의 지속성, 실제 생활에서의 이득도 차분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임상 평가의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검사실에서 빛을 감지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하고, 물건을 구별하는 능력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비용과 기기 유지, 재활 접근성까지 설계하지 않으면 기술적 성공이 일부 환자만 누리는 성과로 남을 수 있다. 광유전학의 진짜 가치는 눈을 예전처럼 되돌린다는 약속보다, 남은 생물학적 자원을 활용해 환자의 삶에 쓸모 있는 시각을 돌려주는 데 있다. 연구자와 의료계, 기기 산업은 이제 ‘보였다’는 결과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는 증거로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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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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