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화 산호에 놓인 ‘조직 다리’…공생 미세조류 이동이 회복의 시동 걸었다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한 산호 옆에 건강한 산호를 놓으면 어떻게 될까. 불과 5~7㎜ 떨어뜨려 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같은 두 산호의 살아 있는 조직을 직접 맞대자 접촉부가 붙었고, 건강한 쪽에 살던 공생 미세조류가 백화한 쪽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이동은 접촉 후 사흘째 확인됐지만, 이는 ‘3일 만에 완치됐다’는 뜻이 아니다. 짧은 접촉이 회복의 시동을 걸었고, 모든 관찰 폴립에 조류가 돌아오는 데에는 최대 약 7~8주가 걸렸다.
Daniel S. Collins 등 9명은 2026년 10월 14일 《Science Advances》에 이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수족관에서 유지한 가지 모양 돌산호 Pocillopora damicornis였다. 연구진은 건강한 복제 조각이 백화한 복제 조각에 공생조류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지 살폈다.
흰 산호는 죽은 산호가 아니다
산호 백화는 산호가 이미 죽었다는 뜻이 아니다.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호 조직에 살던 공생 와편모조류 계통, 즉 광합성으로 산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생 미세조류가 크게 줄거나 빠져나간다. 산호 조직은 투명하기 때문에 조류가 사라지면 그 아래의 흰 골격이 드러난다. 반대로 조직에 갈색이 돌아오는 모습은 공생 미세조류가 다시 늘고 있다는 가시적 신호다.
연구진은 산호를 28.3℃에서 34.4℃까지 단계적으로 높인 뒤 34.5℃에서 4시간 유지하고, 다시 27.6℃로 낮추는 과정을 거쳤다. 산호는 눈에 보이는 색이 사라질 때까지 12~16일 동안 하나의 50ℓ 수조에 있었다. 이후 회복 실험은 27.4℃의 다른 50ℓ 수조 하나에서 진행됐다.
핵심 비교에는 길이 1~1.5㎝인 건강 조각과 백화 조각 10쌍이 쓰였다. 모두 같은 원개체에서 얻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 조각이었다. 5쌍은 조직끼리 직접 맞댔고, 나머지 5쌍은 5~7㎜ 떨어뜨렸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훨씬 작은 조각과 1㎝도 되지 않는 틈을 놓고 벌인 비교였지만 결과는 뚜렷하게 갈렸다.
옆에 있는 것보다 ‘살이 닿는 것’이 중요했다
직접 접촉한 백화 조각 5개는 모두 접촉 시작 뒤 8주 안에 기존 관찰 폴립이 100% 회복했다. 이 가운데 1개는 4주 만에 완전한 폴립 회복 기준에 도달했다. 여기서 회복은 실험 시작 때 존재한 폴립의 모든 촉수에 공생조류가 돌아와 짙은 갈색 고리로 보인다는 뜻이다. 장기 생존이나 생식력, 석회화율, 질병 저항성, 산호초 생태 기능 전체가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면 5~7㎜ 떨어진 비접촉군에서는 9주 뒤 5개 가운데 2개가 외부 조류에 완전히 뒤덮여 죽었다. 살아남은 3개도 표면의 87% 이상이 외부 조류로 덮였다. 비접촉 조각에서도 일부 끝부분 폴립에 5~20%의 제한적인 회복이 나타났지만, 직접 접촉군과 같은 전면적 회복에는 이르지 못했다.
차이를 만든 것은 같은 유전형 조직 사이의 융합이었다. 연구에서 genet은 한 원개체와 그 무성생식 복제체를 묶는 동일 유전형을 뜻한다. 같은 유전형의 조각을 맞대자 접촉부 조직이 이어지며 ‘조직 다리’가 생겼다. 이는 혈관과 같은 구조라는 뜻은 아니지만, 건강한 쪽의 공생 미세조류가 백화 조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내부 통로 역할을 했다. 조류 전달은 좁은 접촉점에서 시작해 백화 조각 전체로 방향성 있게 퍼졌고, 두 유전형에서 관찰한 큰 조각 6개 모두에서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공초점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백화 폴립 안의 공생조류는 접촉 후 3일째 처음 확인됐다. 12일째에는 인접한 건강 폴립 조류 밀도의 평균 70.6±24.2%에 도달했다. 건강한 조각이 소수의 ‘태양광 발전 세포’를 건네고, 그 세포들이 백화 조각 안에서 늘어나며 색과 에너지 공급을 되찾게 한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산호 조각 4개에서 조각당 폴립 3개를 관찰한 결과다.
사흘은 이동, 닷새는 일부 성공, 일주일은 모두 회복
연구진은 필요한 접촉 시간을 가려내기 위해 1일·3일·5일·1주·2주·3주 조건을 만들고 조건마다 2쌍씩, 모두 12쌍을 시험했다. 3일 이상 접촉한 조각에서는 분리할 때 공생조류 전달과 눈에 보이는 회복 징후가 나타났다. 그러나 3일군을 포함한 짧은 접촉군 일부는 이후 외부 조류에 뒤덮였다. 1일 접촉군 2개에서는 분리 시점에 회복이 보이지 않았다.
분리한 뒤에도 완전한 회복을 이어간 최단 조건은 5일 접촉군이었다. 다만 2개 중 1개만 완전 회복했으므로 ‘5일이면 회복한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1주 이상 접촉한 6개는 모두 분리 뒤 자립적으로 회복을 이어갔으며, 5일군의 성공 사례 1개와 함께 분리 후 7주 안에 완전한 폴립 회복에 도달했다. 시간표를 정확히 읽으면 사흘째 조류 이동이 관찰됐고, 5일군에서 일부가 성공했으며, 1주 이상 접촉군은 모두 자립 회복했고, 완전한 폴립 회복까지는 7~8주가 필요했다.
조직이 완전히 융합하기 전에도 다른 경로는 있었다. 건강한 산호가 배출한 일부 공생조류를 백화 폴립이 흡수하는 현상이 접촉 후 수시간 안에 관찰됐다. 이 느린 경로는 같은 유전형뿐 아니라 다른 유전형의 조합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서로 다른 유전형 6쌍에서는 백화 조각 전체가 회복한 사례가 없었다. 오히려 수시간 안에 자포가 늘어선 장간막 필라멘트를 내미는 적대 반응이 나타났다. 건강한 산호 아무 것이나 붙일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복원 기술이 아니라 생물학적 통로의 발견
이번 결과의 의미는 이미 백화한 성체 산호에 공생조류를 비교적 빠르게 다시 넣을 수 있는 생물학적 통로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자연 산호초를 되살리는 방법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종과 두 유전형의 작은 수족관 조각을 다뤘고, 핵심 접촉기간 실험은 하나의 유전형에서만 수행됐다. 주 비교는 조건당 5개, 접촉기간 실험은 조건당 2개로 표본도 작다.
독립 수조 반복도 없었다. 백화 처리는 수조 하나에서, 모든 후속 처리군과 대조군은 또 다른 실험 수조 하나에서 함께 관찰됐다. 따라서 수조 고유의 조건과 접촉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 먹이도 백화 산호에는 주 4~5회, 실험 조각에는 주 2회 공급돼 자연 산호초보다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한계는 백화를 일으킨 고수온이 계속되는 환경을 시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복은 27.4℃에서 관찰됐다. 전달된 조류가 지속적인 고수온에서도 정착할지, 회복한 산호가 다음 폭염을 더 잘 견딜지는 알 수 없다. 큰 자연 군체에서 한 접촉점을 통해 조류가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 접촉 과정에서 감염이나 조직 손상 위험은 없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다음 과제는 다른 산호 종과 공생조류 조합에서 결과를 재현하고, 야외와 지속적인 고수온 조건에서 효과를 확인하는 일이다. 같은 원개체의 복제 산호가 없더라도 공생조류를 대량으로 전달할 방법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같은 원리로 건강한 복제 경산호의 조직융합을 이용해 공생조류를 전달한 실험·기업·정책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산호초 복원의 종착점이 아니라, 백화 산호 안으로 공생 미세조류를 다시 들여보낼 수 있는 길 하나를 보여준 출발점에 가깝다.
자료: 스탠퍼드대학교,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미국 해양대기청, 해양수산부
